오로광장의 어느 댓글에서 적벽부가 인용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문연습을 하는 과정에 만난 글들 중에서 적벽부가 매력이 있어서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었죠..

그래서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상황을 check하다가 아직 감상해보지 않은

후적벽을 먼저 한 번 보고 싶게 되어서 이렇게 써봅니다..

우선 원문의 절반 정도가 아래와 같은데요...

是歲 十月之望 步自雪堂 將歸于臨皐(임고) 二客從予

過黃泥之坂(판) 霜露旣降 木葉盡脫 人影在地 仰見明月 顧而樂之 行歌相答

已而歎曰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客曰 今者薄暮(박모) 擧網得魚 巨口細鱗 狀如松江之鱸(로) 顧安所得酒乎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 藏之久矣 以待子不時之需

於是携酒與魚 復遊於赤壁之下

江流有聲 斷岸千尺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

전체를 7행으로 나눈다고 치고

우선 첫 행을 한 번 보시면

시세,라고 하는 것은 이 해,라는 말인데 1082년도라고 합니다..

전 적벽부가 씌어진 때가 바로 그때이거든요..

적벽부를 보면 임술지초,라는 말이 나오는데 맞추어보시면 될 겁니다..

시월지망은 시월 보름인데, 전 적벽은 칠월기망,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석달 쯤 후에 다시 가본 이야기이죠...

步自雪堂 將歸于臨皐(임고) 二客從予

설당은 아마도 별장 같은 것이고, 임고당은 본채 같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설당이라는 이름은 초가집의 사면 벽에다가 눈내린 풍경을 그려넣고서 당호를 그렇게 했다고 되어 있고, 임고당이라는 이름을 보면

임제스님의 임제원,과 비슷한 말구조를 사용하고 있지요..

임제는 나루터 근처에 있다는 말인데, 임고는 皐 근처에 있다는 말이죠..

분위기로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인터넷 검색으로는 연못,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

어쨌든, 설당을 걸어나와서, 임고당으로 돌아가려고 나왔는데

손님 두 사람과 동행이었다는 것이죠...

해설서들을 보면 이 손님들에 대한 설명도 있지요...

다음 행을 보겠습니다..

過黃泥之坂(판) 霜露旣降 木葉盡脫 人影在地 仰見明月 顧而樂之 行歌相答

우선 읽어보시면

과 황니지판, 상로기강, 목엽진탈, 인영재지, 앙견명월, 고이락지 행가상답

황니고개를 지나면서 보니, 서리와 이슬이 벌써 내려있고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버렸고, 사람의 그림자가 땅에 보이기에

하늘을 쳐올려보니 밝은 달이라...

옆에 손님들을 쳐다보면서 함께 즐거워서 노래하면서 서로 화답을 하였다는 내용입니다...

已而歎曰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이런 말이 툭 나오더라는 것이죠.. 즉

손님이 계신데 술이 없고, 술이 있어도 안주거리가 없으니

달은 밝고 바람은 서늘한 이 좋은 밤을 어찌해야 좋을꼬...

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죠...

안주 효,자는 유명하지요... 춘향전에 나오는 한시 중에서

이 몽룡이 암행어사 할 적에 옥반가효는 천인혈이오... 운운하는 대사가 참 멋있죠...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이,라는 첫 낱말은 화답을 끝내고,라는 분위기인데, 책을 보면 잠시 후에,라고 설명되어 있기도 하지만, 문맥을 통하여 잘 느껴보는 것이 좋을 듯도 합니다...

다음은 손님의 대사를 들어보시죠.. ^^

客曰 今者薄暮(박모) 擧網得魚 巨口細鱗 狀如松江之鱸(로) 顧 安所得酒乎

손님이 said..

오늘 해질녘에 그물을 올렸다가 고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입은 크고 비늘은 가늘어서 마치 송강의 농어와 같은데

顧는 그런데,라는 뜻이랍니다.. however하고 비슷하지요..

안소득주호,에서 안,은 의문사로서 두루 쓰입니다.. 지금은

안소,가 합해서 어디에서,라는 뜻이 되고요..

끝의 乎는 의문 종결어미이고요...

손님이 이렇게 말하였는데, 과연 이 상황을 이들은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打開할 것인가??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 藏之久矣 以待 子不時之需

귀이모저부 부왈 아유두주 장지구의 이대자불시지수

돌아가서 마누라한테 상의를 했더니 부인이 가로되

제가 오래 전에 한 말 보관해둔 것이 있어요..

당신이 불시에 필요로 할까 해서 대비해둔 것이에요.. 라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諸는 여기에서 저,라고 읽고 之於라는 두 글자의 묶음으로 풉니다..

이건 한문독해에서 흔한 것이죠...

이렇게 해서 잘 사귄 아내 덕에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평소에 잘 한 덕이겠지요... ^^

於是携酒與魚 復遊於赤壁之下

어시 휴 주여어, 부 유어적벽지하

이래 되어가지고 우리는

술과 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의 아래로 가서 놀았는디...

江流有聲 斷岸千尺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 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

강류유성 단안천척 산고월소 수락석출 증일월지기하이 강산 불가부식의...

강물은 흘러갑니다.. 깎아지른 천척 벽밑을...

산높고 달은 멀어 강물은 줄어 돌들이 드러났네요...

전번 놀던 그때가 얼마나 됐다고

강도 산도 벌써 알아보지 못해요...

曾은 일찌기 라는 뜻으로 풀곤 하지만, 여기에선 그 사이에 정도의 느낌이군요...

마지막으로 전체를 가져와서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