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28, 연애편지.

전차남 답게 지하철 속에서 잠이 들었다.

신기하게 내려야 할 정거장 바로 앞에서 눈이 뜨인다.

오늘 하루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무엇이 피곤했을까?

지하철 역에서 나오며 강원장을 만난다.

“이제 퇴청 하세요?”

“아뇨 편의점에 가느라고.”

“S의료원이 어제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사를 하느라 190병상이 증편되 20명 더 뽑는데 전에 예기 한 대로 변함 없으신 겁니까?”

“제가 월요일에 입사 지원서를 가져 올테니 사진 이라도 붙여서 내 보죠”

기원에 같이 올라서 보니 사립초교 이 교장은 네 점을 깔고 두는 바둑도 초반에 실수로 한 귀를 잃는다. 그깐 돈이야 상관없겠지만 저리 두면 자존심에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닐까 옆에서 내가 외레 걱정이다.

관전도 부질 없는 듯 싶어 일어나 두 층 위 내 방으로 향한다.

내일과 모레, 토요일과 일요일을 지내면 월요일은 회사 회식이고 월급날이다.

이틀 만 더 참자!

오늘 퇴근하는 직원들을 다그쳤다.

“회식은 회사 일의 연장이고 첫 회식인데 잠시 참가할 용의 조차 없으시면 같이 일 할 의사가 없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본사에서 팀장들이 오실텐데 사람들이 없으면 내가 조직 장악력이 없다고 폄하할테고 내 입장을 헤아리실 텐데 안 오시겠다는 것은 맞 보자는 것이겠지요.”

“저도 기억을 할 겁니다. 어떤 분이 오셨고 어떤 분 들이 안 오셨었는지.”

여러명이 다시 의사를 번복해 참가하겠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까짓 회식 안 하면 그만이고 본사에 상신을 해 모처럼 시작하며 첫 회식을 결재 받은 것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참가를 망설이니 우습기 짝이없다. 내가 차가운 사람이면 나서지 조차 안 했었으면 그만 인것을.

내일과 모레 토요일 일요일은 회사에 나 갈수가 없겠다.

오늘 하루만도 여러차례 전화가 와 어쩌니 저쩌니 해대는 본사 직원의 이야기가 역겹다.

“술을 먹다 새벽 3, 4 시에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시간이 출근 시간은 아니지 않느냐?” 는 얘기엔 할 말을 잊는다. 국민학생들도 저런 얘기는 안 할 것 같은데 어려서 일까? 무식해서 일까? 나를 우습게 봐서 일까?

내 마음은 대구로 떠난다.

선달아우와 도리 님과 모처럼 처음 나만의 행보에 만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공상을 한다. 원주에서 만석성님의 푸짐한 가슴을 안아보지 못하고 헤어진 후 춘천에서 영결식장에 갔었지. 사당에서 선달의 마음 한 자락을 고마워 하면서도 장부는 표현을 못했었다.

수원에서 분당으로 일요일 밤의 모임은 나의 삶의 의미이고 가치였었다.

사내들끼리 가슴을 맞댄 채 안아보면 불륜일까?

만석성님이 좋아하시던 허깅은 불륜일까?

그의 큰 가슴은 사라졌지만 이제라도 나의 작은 가슴으로 선달을 세상을 안아보고 싶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그가 잘생긴 사람이었었는지 키가 컸었는지 작았었는지 뚱뚱했는지 갸날펏는지 모른다.

그의 글만이 남아 전해지는 것이지.

선달과 나의 글, 댓글이 남아 전해질까?

이렇든 저렇든 그것으로 족하다.

장부의 삶! 나 혼자 만이 읖조리던 장부의 삶이지만 그 이상 어찌하랴.

내 마음속의 아우! 선달에게 한 잔 술을 권한다.
마음속으로 울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