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21, 꿩 대신 닭

새의 이름은 수리란다.

매 라고 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좌우지간 수리를 이용한 꿩 사냥이 옛적부터 전래해 왔었고 현재는 두 명이 무형문화재로 자격을 가지고 계시 단다.

매가 꿩을 잡으면 먹어치우기 전에 매를 찾아 매에게는 준비해 간 닭고기를 주고 꿩은 숨겨 가져오는 것 이란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전래하는 것일까?

해질 무렵 한 마리라도 더 꿩을 잡을 요량으로 날려 보낸 매 는 돌아오지 않고 산으로 가 버려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단다. 귀한 매를 주인을 식별하려 방울을 달고 방울에 주인의 이름을 적은 것을 시치미라 하는데 주인 잃은 매를 시치미를 떼어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시작되었단다.

궁중에서는 진상품인 꿩 요리를 즐겨 숯불에 굽기 전 한지에 감싸 구워 전치수 란 다른 이름도 있었단다. 네 차례의 진상에 두 마리씩 년간 8마리를 진상했다니 귀하긴 귀한 음식이었나 보다.

내주 금요일 3/25/금 에 본사에 가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00 병원으로 가기로 확정이 되었다. 4월1일부터 인수를 하기로 했으니 더 빨리 가야 할 것 같은데 좌우지간 본사의 지시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겠지.

3/23/수 에는 막걸리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소장과 행정대리를 청하여 저녁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간부들의 얘기에 명분은 약제 임상병리 회식으로 정해 서로 부담 가질 필요 없이 안 올 사람은 오지 말고 간단히 한 잔 하자 했다. 어느새 25개월째인 C의료원의 근무가 이번엔 환갑까지 마지막 장소 일 줄 알았더니 또 옮기게 된다.

새로 가게 된 곳은 비흡연자만 뽑고 흡연자에게는 추후 금연하겠다는 각서를 징구한단다.

00이상인 직원은 인수하며 승계를 하지 말고 향후 05세 이하 직원만 선발하란다. 나는 00중반인데 책임자는 괜찮겠냐? 묻자 혹시 대머리가 아니냐고 묻더란다. 대머리는 아니라니 그럼 알겠다며 양해를 얻었나보다. 본사 팀장은 염색이라도 하시고 당분간 외모에 신경을 써 달라신다.

이 나이에 안 하던 짓을 하고 염색까지 해야 하나 싶어 고민하다 처에게 묻는다. 이러저러한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하자 대뜸 얘기한다. 염색은 쉽다며 약 바르고 머리 감으면 저절로 된다며 자신이 해 주겠단다. 돋보기를 썻다 벗었다 하기 미안해 다중 초점 렌즈도 하나 처음 맞췄다. 오랜 단골인 안경점 주인에게 말한다. 젊어 보이는 것으로 사장이 추천해 주세요.

이제 또 더 준비해야 할 것은 없을까?

금연지역이라니 내일은 치과에 가 치석 프라그 제거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아! 내가 너무 무심하게 살아왔던 것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면접에 성형외과 수술까지 하고 외모를 중시한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도 다른 세상 얘기로만 알았는데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을 둘째 치더라도 처에게 항상 젊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소홀했었나보다 싶다. 역시 그녀는 그런 걱정조차 내게 않게 해 주었던 것이지 새삼 감사한다.

내 성미대로 라면 염색도 안 하고 안경도 새로 안 할 텐데 그녀의 조언을 들어야지 싶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겠지.

00병상 새로 도급 맡은 병원에 도급 액은 적어 본사소속 젊은 관리자를 보내면 채산이 안 맞아 현장 책임자인 나를 관리책임자로 임명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복학 졸업후 첫 직장에 나가던 때 보다 더 이것저것 신경을 쓴다.

팀장이란 용어는 총무 팀이나 원무 팀 등 과거 부장들을 칭하는 것인데 우리가 팀장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결례일 듯싶어 사용하지 않고 내게는 센터장 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단다.

혼자 생각한다.

용달트럭 한 대를 가지고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이가 자신은 이삿짐 센터장 이요 하면 더 비웃음감 일 것 같은데 본사에서 하는 지시이니 내가 토를 달면 더 안 좋아하겠지 싶다.

꿩 대신 닭이라고

젊은 간부들 대신에 예기치 않게 맡은 자리이니

그저 자리를 지켜주면 되는 것이겠지.

내 할 일은

현장의 여러 젊은이들에게

작은 봉급에 험한 일을 하고 계시지만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편한 마음으로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힘을 합쳐 보자며

마음을 얻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이겠지.

근데 이것은 나의 희망에 그치기 십상일 테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산적하겠지.


본사의 요구사항과 통제지시도 매사냥꾼과 같을까?


시치미를 스스로 뚝 떼어내고 창공을 날아 자유로운 매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내 힘으로 내가 잡은 꿩 이오~ 하면

유능한 관리자라고 현장에서 사랑을 받는 것일까? 
닭고기는 얻어먹지 못하는 것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