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직원들과 등산을 하기로 하였다. 사무실 전 직원이 가는 등산이라 모처럼의 산행에 직원들이 전날부터 먹거리와 이것저것 준비들을 하고는 아침에 읍내의 우체국 앞에서 기다리는 나를 데리러 온다.

  사무실을 옮기고 직원들과 처음으로 가는 등산이라 기분은 좋다. 그리고 또 처음으로 대하는 직원들이 아니고 늘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이니 서먹서먹 할 것도 없으니 등산가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우리 고성군은 속초시와 경계를 이루고 또 설악산도 함께 공유하고 있는터라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나 사람들은 속초만 기억하지 고성군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혹여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화진포해수옥장이나 화진포호수  정도를 기억하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화창한 가을날씨에, 등산을 하게되어 기분이 한껏 부풀었다. 아침에 배낭에다 공주모임에서 민식이가 선물한 시바스리갈 한병과, 또 마트에서 구입한 양주 한병을 더 넣어서는 양주 두병을 챙겼으나, 양주 두병만 달랑 배낭에 넣기가 그래서, 빵을 조금 사서 넣고 초코렛을 몇개 더 사서 넣었다.  

 짐을 꾸리고 카메라를 들러메고 기다리던 나는 도착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에서 기다리는 직원들을 데리러 가는 버스에서 차창밖을 내다본다.

  들판은 어느새 벼베기가 다들 끝나고 황량하다. 감나무의 감은 올해에는 흉작이라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감은 없다. 겨우 몇개씩 달려서 익어간다.

  서너군데를 들러서 기다리던 직원들을 태우니 어느새 버스가 가득찼다.  왁자지껄 하는 직원들의 이야기 틈새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기란 이미 틀린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점차 소외되어 간다는 것이 서글프다.

  그런 와중에서 버스는 어느새, 목적지인 신성봉 아래에 있는 하일라 비치에 도착하였다. 다를 하차하여 등산을 하기위한 준비들을 한다. 산행을 하다 먹을 음료와 먹을 거리들을 책기는 와중에, 나는 배를 하나 배낭에 담았다. 그리고 물도 한병 받아들고 발걸음을 재개 놀리는 젊은이들은 따라서 길을 나섰다.

   신성봉은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해서 붙인 이름인가 보다.  혹 거기서 수담을 나눈 흔적이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부지런히 직원들을 따라서 걸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앞서가던 직원들이 다시 돌아선다.  길을 잘못 들었단다.   갑자기 힘이 쭈욱 빠진다.  다시 길을 찾아서 내려오다가 길을 잡고 들어선다.한데 또 앞에서 웅성거린다. 아까 가던 길이란다........길잡이 직원이 오랫만에 오는 길이라 헷갈리나 보다. 허기사 나도 신선봉은 생전 첨으로 가는 길이니........

  그 아래 쪽에 화업사가 있는데 거긴 몇번 가보았는데.....선달이가 화엄사를 108순례를 할라나?  기대하긴 어렵겠지......남도에서 가야할 사찰도 많은데 여기 최북단까지 오라고 하긴 너무 부담스럽지....

  직원들은 잘못들었는지 바로 들었는지 또 산으로 오른다. 같이 가던 후배인 오XX 산업계장이 그만 포기를 한다. 평소 그놈의 술 때문에 몸이 많이 허약한 사람이라 산행은 무리다.  포기하는 그를 보니 갈등이 생긴다.  혼자서 하산을 하라기에는 웬지 미덥지 못하다.  결국 나도 등산을 포기했다. 어차피 오늘 산행은 신선봉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서 내려오기로 하였으니  그리 아쉬울 것도 없다.

  쉬엄쉬엄 내려 오면서 작품(?)될만한 사진이나 찍자고 마음을 먹고 하산을 택했다.  산을 오를 때는 무심코 지나친 것이, 내려오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정상정복이 최종의 목표이니,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등산은 어쩌면 우리들 인간사 같기도 한다.  정상을 향해 오로지 앞만보고 전진하는 사람들은 옆을 볼 여유가 없다. 내 이웃에 관심을 기우리지 못한다.  우리의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닐진대 내 이웃에도 관심을 보이는 여유로운 삶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나를 비워야 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자문자답을 해본다.  비운다는 것......말은 쉬우나 실천은 어렵다. 늘 욕심이 앞선다.  아무리 채워도 만족을 모르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그걸 채우려고 우리는 늘 허덕인다.

  남 보다 더 잘살고, 남 보다 더 출세하고, 남 보다 더 배우고.....남 보다 더 라는 이 한가지 이기심과 욕심은 스스로를 도태시킨다.

  결국 나도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은, 나 스스로가 어리석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산해서 잠시 기다리니 또 몇명의 직원이 중도하산하여 내려왔다.  녀석들을 모이라고 하여서, 가지고 간 양주 두병을 몇잔씩 반 강제로 먹인다.  상사의 지엄한 분부이니, 술잔을 받아드는 녀석들은 그저 황공할 따름이다. 

   "내 너희들에게 맨날 신세만 지니 오늘 양주두병으로 미안한 마음 조금 덜어볼가 한다."

   요런 말까지 곁들이면서 나의 한심한 모습만 보인다.  다들 하산을 하여서 푸짐한 점심을 먹게 된다. 양미리 구이가 고소한 냄새를 피어나게 하여 후각을 어지럽히고 삼겹살 구이로 푸짐한 오찬이 벌어진다.  다들 먹고 마시고 또 자기들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거기 나도 사진을 찍으면서 그렇게 끼여있다.

  오찬이 끝나고 발야구를 하면서 웃고 떠들다 귀가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고는 이내 피곤한 육신이 내 눈꺼풀을 감겨 버렸다.  (끝)

    산행의 요모조모

  (필자는 사진사 역활을 하느라 그만 빠졌음....)

   헉~~~그놈의 똥배는 왜 또..... 저멀리 신선봉이 보인다.

 자칭 미녀 오인방.......여기서 처녀는 둘뿐이다. ㅋㅋㅋㅋㅋ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멋지다.....

양미리 양과 삼겹살 군의 만남......

  아직도 아가씨 같은 주민계장.......

  신선약수.........음......조 물병은 내가 먹던거...............

  장수바위라고 하던데......음........

  숲속에서 흐르는 이 물은 산삼썩은 물이 아닐까?

  신선봉 가는 길의 이 폭포 이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