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라는 말을 들으면

세 차례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 번은 어느 찻집에 갔는데

해우소를 찾아가다가 보니까 하심,이라는 글구가 있었다..

下心인 것은 당연한데

이 구절을 보면서, 이 말이 참 오해되기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심이라는 말을 보면 마음을 낮추라는 뜻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마음을 낮추면 되는가 하면 좀 문제가 있어보인데

만약 마음이 아래로 간 것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올라올 것이다.. 그래서야 무어가 되겠나? ^^

두 번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누군가의 주선으로 강독회가 열렸는데, 참석한 분이 겸손을 거론하였다.

40대 이후부터 겸손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때에도 위의 경우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에 그 말을 하는 분의 맥락이 좋았기 때문에 나도 그냥 호의적으로 들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 자신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의식해가는 지 관심있게 보였는데

겸손,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는 선까지 확보한 느낌은 그 후에도 잘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기술적이고 행위적인 수준에서의 겸손도 쓰임새가 좋다.. 또

요즘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구경을 해보면 신기하게 느낀 일이

인터넷은 혓바닥을 손쉽게 쓰는 것이 아니고

양손가락을 원만하게 조작하는 공정과정이 필요한데도

어떤 경우를 보면, 앞서 딴 사람이 쓴 글을 보자마자 감정조절이 안 되어서

댓구를 하는 통제불능을 보곤하면

저런 시간도 조절이 안되면 무슨 책임으로 세상을 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하였었다..

하긴 일반적인 경우는 그다지 기대도 안하였지만, 내가 문제를 느낀 장소는 공부와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된 곳이었어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다만 글을 보는 정도인데, 단 몇 분을 감당하지 못하다니

인간의 마음이 너무나 처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었다..^^

그러저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 행위의 측면에서의 겸손이라는 것도 상당히 유용하다고 지금 생각이 되지만, 사실 내가 겸손하고 저 사람이 겸손한 선에선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겸손의 본질은 타인에게 겸손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마음이 편한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정 수준의 평화로움을 획득한다는 것이 내가 알기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평화로운 마음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은, 그가 이미

그러한 일이 가능하기 이전의 많은 맥락을 잘 안다는 뜻이다.. 타고나길 태평한 사람은 많지 않다.. 또 그런다고 인생사가 오래오래 잘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편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편하게 대하기 쉽다.. 적어도 타인을 해치기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그에게도 일정 수준의 경계선이 없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편하듯이 타인에게도 편하게 대하지만, 그러나

타인들의 욕심에 맞추어서 살아주는 것은 한계가 있고 또 감당하기 어려운 불행의 조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세상은 좀 무대책의 욕심덩어리가 같은 면이 좀 있는데, 가령

돈을 번다는 말이 나는 좀 마음에 걸린다.. 나도 돈을 좋아하고 그 편의와 공능을 존중하지만

돈을 번다는 표현을 보면, 마치 우리들 자신은 줄 것이 없는데, 다만 돈이 나에게 오기만을 바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별로 권하고픈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4천 만원을 번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5천 만원의 효용을 세상에 주는 일이다..

내가 준대로 다 당장에 돌아오길 기대하는 것은 좀 한심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유통비용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내가 준대로 다 오는 것도 아니고, 또 당장에 오기는 대개 어렵다.. 그러니

4억을 원하면 5억 정도의 효용을 세상에다가 줄 생각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돈을 번다는 말만 들리고, 거래의 기본발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

비교적 무대책하고 탐욕적인, 그래서 더욱 침착성이 기대되는 한국사회나 지구촌이면 더욱 그러한 듯하다...

겸손의 세 기억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하나가 잘 기억되지 않아서 자꾸 딴소리로 흘러가고 있다..

나오리 우치다,의 하프소리를 소개합니다.. ^^

http://blog.naver.com/dbsgmlwhd004/50033033996

nice ev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