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40, 신관 이전

복직을 신청한 곳은 s의료원인데 근무는 c의료원에서 하게 됐다.

퇴직자는 재입사를 받지 않고 60세 이었던 정년을 55세 로 전환하려는 중이며 50넘은 이는 원칙적으로 허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내심 걱정을 많이 하며 돌아섰었다.

가락시장의 야채경매 장소를 이른 아침 찾았다. 같은 교회 장로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도 알아봐 달라 부탁을 하려는데 아침 시간엔 배달이 바쁘시다기에 뵙지도 못하고 돌아서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마침 강남의 c병원이 구관 10층 건물에서 22층 1200 베드의 신관을 지어 전문 인력 소요가 많았나보다. 70명의 신규인력을 교육 관리 할 관리자들이 필요하여 바로 출근을 하였다. 총 인원은 3,200이라는데 30년 전통의 오랜 병원이어서 인지 약품 검체 등 물류 배송 등은 옛날 시스템이어 신관이동에 걸맞는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관리자와 s의료원 출신 경험자 10여명이 신입 60여명을 교육배치 하는 것이다.

손을 씻으며 무심코 들여다 본 세면대의 거울 속 내 입술은 위만 두 군데 터진 줄 알았는데 아랫입술까지 피가 맺혀있다. 벌써 근 보름동안 이른 아침부터 일에 분주하였더니 이젠 체력이 전 같지 못한가 보다. 3월23일이 신관 오픈이어 바로 다음 주 중엔 내과가 수요일 외과계가 금요일 외래가 주말에 이동을 한다. 신관으로 이동이 완료되면 좀 자리가 잡히고 편해지겠지.

응급실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핀다.

s의료원에선 전체가 금연이어 아예 포기들을 하는데 이곳은 아직은 조금 관대한가 보다. 하긴 신부님들이 담배를 피시니 그럴 수도 있겠지. s의료원의 꽉 짜인 완벽한 시스템은 편하긴 해도 숨 막히는 경직된 분위기도 있는데 같은 병원이면서도 이곳은 분위기 가 다른 점도 적지 않다. 하루에 네 번 스피커를 통해 방송되는 성경구절과 기도 등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 환자 중에도 지방에서 올라오신 듯한 신부나 수녀님들이 많아 환자들조차 타 병원과는 비교가 되는듯하다. 부유하고 오만스러워 보이기 까지 하던 까다롭던 대형병원의 건강검진 환자들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직원들도 보통 20년 30년이 된 오랜 직원들이다. 노조가 있어서 가능했었을까? 8년 전 부터는 정규직원이 아닌 파견 직원들을 써서 2년마다 바뀐다고는 들었다.

어쨌든 내주에 신관으로 이전을 마치고 나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바뀌겠지.

나도 새롭게 시작을 해 보는 것이고. 이젠 정년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일까?

일요일 오전의 평안함이 오랜만인 듯하다. 하긴 그래도 내심 불안한 구석은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병원에서 내가 맡은 파트의 주말 근무자들이 잘 하고 있는지 문제는 생기지 않을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