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지족

Cart 위에 누운 남환은 엘리베이터 속으로 들어서려는 부친과 형인듯한 이들에게 타지마 소리지르며 침을 내뱉는다. ER(응급실) 우리요원의 지원부탁에 멀리 떨어져 있는 정신병동까지 이송을 하느라 나섰는데 일순 긴장이 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실제 정신과 환자들은 이상하게 유니폼을 입은 이들에게 약해서 통제가 쉬운데 이 사람은 미치지 않은 것일까? “내가 미친 것 같아요?” 손발이 Cart에 묶인 채로 일어나 앉은 환자는 강제로 입원 조치되는 것이 못마땅한가 보다.

“여기가 어디에요?”

“2층 입니다.”

“정신과가 2층이에요?”

“저쪽 멀리 별관 10층 입니다.”

행여 묶인 것을 풀려거나 몸싸움이 될까봐 내심 긴장한다.

엊그제 처음 보았던 가구 하나 없는 문 옆의 독방에 안내한다. 정신병동 직원들과 간호사와 의사가 방에 들어서기에 뒤돌아 나선다. 정신과 간호 스테이션 앞에 잠시 서서 기다린다. 환자들은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도 하고 티브이를 시청하기도 하는데 젊은 남환 한 이가 스테이션의 여의사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말하는 방법과 듣는 방법, 태도 자세 등이 정말 정신질환 자로 보인다. 곁에서 무심코 봐도 소름 끼치는데 여의사는 태연하다. 에구 여기 오래 있다가는 나도 이상해지겠다 싶어 돌아 나선다.

일요일 오전의 병원은 한산한데 응급실은 점점 손님이 꽉 차간다. 어깨 밑 팔뼈가 부러졌는지 탈골 되었는지 심하게 부은 환자는 뼈가 어긋나 한쪽으로 튀어나올 듯 한 모습이다. 고통에 소리지른다. 저 정도는 약과지. S의료원 시절 목을 칼로 찔린 동남아 국적의 환자는 ER과 ICU를 거쳐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나라로 송환되었지.

공사장에서 추락한 인부가 쇠파이프 철골에 가슴에서 어깨 쪽으로 찔려 뽑아내지 못한 채 병원에 실려온 환자의 철골을 뽑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지. 자신의 아파트10층 에서 뛰어내렸다는 어린 학생은 죽지는 않았었지.

병원밥을 오래 먹다 보니 웬만한 환자는 경미하게만 보인다. 하긴 구급차(앰블런스)가 도착하면 입구에서 중증과 경증으로 나뉘는데 중증은 CPR 수준의 환자이고 어디 부러진 정도는 경증응급실로 나뉜다. 오늘은 중증환자가 없어 다행이군. 토요일과 일요일은 관리자 둘이 하루씩 지켜야 하는데 일요일 이어 한가하니 다행이긴 하나 교회에 못 가는 것이 아쉽다. 새벽예배에 처와 같이 갔다가 병원까지 처가 태워줬다.

임상병리과에 새로 투입되는 직원을 교육과 현장실습을 시킨다. 한 시간의 시간이 금새 흐른다. “고정근무를 했으면 좋겠어요.” 병원 일은 간호사들도 3교대로 해 나가고 관련부서들도 불가피하게 24시간을 계속 근무하니 교대근무가 보통이다. 입사 때부터 안내된 사항을 불평을 하니 난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이 친구 말이 많은 친구이군. 앞으로 조심해야겠군. 속으로만 생각하며 같이 담배를 핀다. 내주에도 신입직원 충원과 교육 스케줄이 잡혀있고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잔뜩 줄 서 있는데 나이 든 이들이 더 불평불만이 많다. 임상병리 쪽 일을 하려면 영어나 컴퓨터도 잘 알고 꼼꼼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자격이 의심스러운 직원이 오히려 불평이니 그것도 노골적으로 수차 내게 예기하니 신규투입 6명중 2명은 탈락자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대기중인 신입 중 미리 임상병리 교육을 시켜야겠다 라고 준비한 내 예상이 적중하려나 보다.

자신의 현 위치에 안분지족을 느끼며 더 열심히 직무에 관련된 공부도 열심히 해보려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신학대학원까지 나온 다른 직원은 성직자의 길을 걷지 못하면서도 임상병리과의 일에 열심 이어 이젠 벌써 내게도 도움이 되는데 같은 자리에 근무하면서도 자세들은 천양지차인가보다.

근 90명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관리자의 역할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입방아에 오르니 그저 가만히 중간이나 가게 포커페이스로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가정에서 소중한 가장이고 이곳 병원에서도 소중한 역할을 하는 것이니 모두에게 보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백일몽일까?

오후 6시 까지는 있어야 되는데 피곤하여 정시퇴근을 한다. 오후 3시의 퇴근이 정시이고 실제 8시간을 강도 높게 근무를 했다면 더 근무를 할 수도 없는 한계점이다. 이젠 조금씩 병원에 머무는 시간도 줄여야겠군. 내 건강도 가족의 들보이겠지. 끝.

2009/4/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