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은 천사 표

신관 응급실 D4 방은 높은 양반의 방 인줄 알았는데 간밤에 Expire한 사망자를 안치해놓았다. 영안실 직원은 사체에 시트를 씌우며 앰블런스에 실으려 옮기는데 돕는다. 사체는 손과 발이 너무 하얗다. 사체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이상하다 싶을 정도이다. 의족이었나 잠시 생각이 들 정도로 하얀 손 과 발, 시트로 덮고 나니 이제 머리부위만 남았다. 둘러싼 유족들도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고 망자는 많은 나이는 아니다. 머리 쪽에 서 있던 나는 눈길을 돌린다. 뭔가 망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다.

Cart(이동용 침대)밑의 망자의 유품을 비닐봉지 속의 슬리퍼와 옷가지를 유족들 앞에 내려 놓는다. 지금 안 가져가면 나중에 귀찮지. 응급실 건너편 영안실 쪽의 안치소 옆에 가 담배를 한 가치 핀다.

초음파 검사, 뇌파검사, 심 초음파 검사, 소화기센터 간 클리닉의 초음파검사, 내시경검사, 통증 클리닉 등 다양한 환자들의 수많은 검사에 일과시간은 빨리도 지난다.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입원을 올라가는 환자와 엘리베이터에 탄다. 수많은 승객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 수녀님과 행정직 직원이 타려다 가득한 승객에 멈칫한다. 수녀님은 주저하지만 행정직원은 성큼 들어서며 타세요 한다. 안도의 표현인지 행정직원은 농담을 한다. “수녀님 한 발을 드세요” 가벼워 지면 엘리베이터의 경보 음이 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와 농담의 표현이었겠지만 뭔지 잘못된 이상한 표현이다. 쑥스러움을 바꾸려는 그의 다음 말은 모두의 웃음을 자아낸다.

“수녀님은 천사 표 이신가 봐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지순한 수녀님을 들었다 놨다 하는 속물들의 영악스런 순간을 이겨보려는 같잖은 순발력이겠지.

앰블런스에서 내린 남환은 고통을 호소한다. “어떻게 좀 해 주세요” 건널목에서 오토바이에 치었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지만 의사가 처방을 하기 전엔 간호사도 아무 진통제조차 투약 할 수는 없다. ER(응급실)의 하루는 바삐도 흐른다.

MRI검사 두 분을 처리 후 입원환자 한 분을 올린다. 29살의 어린 처녀인데 간호사의 실수로 환번이 찍힌 팔찌를 잊었다. 다시 갖다 드리며 빠졌던 핸폰 충전기도 갖다 드린다. 노인 남환은 입원실에 가자 기저귀에 변이 범벅으로 밖에 번진 것을 그제서야 알고 나중에 카트(침대)를 옮기기로 한다.

나중에 옮겨온 Cart 는 똥이 엉겨 붙어 있다. 여 보조원의 역할이겠지만 닦아낸다. 먼저 본 사람이 빨리 처리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이겠지. 닦다 보니 아까 Expire(사망)한 환자의 Cart도 생각 나 다시 가본다. 역시 정리가 안 되어있다. 수건으로 닦고 멸균세정제를 뿌린다. 핏자국을 지운다. 바닥에도 떨어져 있는 핏자국을 지운다.

소장님과 관리자들의 회의를 한다. 10층 구 병원에서 신관 21층 건물로 몸집은 거대해 진 병원에서 구석구석 소프트웨어의 개선에 일은 끝이 없다. 임상병리와 물류의 해결에 처음 일을 마친 후 응급실의 처리에 한 동안 소모한 후 이젠 전체관리에 나선다. 70명의 인원에 20명 신규 티오를 얻었단다. 총 90명인가. 관리 감독만 해도 바쁜 일인데 성미를 못 이겨 직접 손을 대야 속이 시원하다.

저녁6시니 퇴근을 해야겠다. 계속 있으면 끝이 없는 일이니 우선 퇴근을 하고 내일부터 준비를 해 볼까 싶다. 아침3시 반이면 눈이 떠져 6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이면 12시간 근무인데 일의 강도는 처가 일하는 12시간보다 못한 것이지. 나는 15시간은 일 해야 할 텐데.

병원을 나서며 처에게 전화를 한다.

모든 것은 Under the control 이다. 행복하고 편안하지만 처의 확신과 희망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12시간의 피로를 잊는다. 끝.

20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