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의 대도시에서 중소도시의 버지니아 비치의 외각으로 이사온후 자연과 좀더 가까워진듯 하다.

집 뒷마당은 대서양의 갯벌과 연결이되있는데 물이 빠지면 갯벌이 보이고 만조때는 허리 정도까지 물이 들어온다.   봄 가을로 기러기, 청둥오리들이 떼를지어 쉬고가는 모습을 볼수있고 길고 뾰족한 부리로 조그만 물고기 잡기에 여념이없는 백로, 딱따구리, 부엉이, 가끔씩 솔개와 독수리도 보인다.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작은새들이 항상 노래를 부르는데 어떤날은 밤에도 계속 울어대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한다. (아마도 짝짓기하는 밤이었었던듯… 그래서 나도 덩달아...)

물때에 맞추어 낚시도 가끔하는데 팔뚝보다도 더큰 생선도 잡힌다.
(낚시꾼은 뻥이 쎄니 새겨서 들으시길…^^;;)

특히 5kg 이상 나가는 가오리 (Sting-ray) 는 산란기라 그런지 하루에도 몇마리씩 잡히는데 먹지는 않고 다만 힘이 좋아 낚시 손맛이 일품이다. 민어과에 속하는 Drum 이라고 하는 생선도 잡히고 가끔은 뱀장어도 잡히는데 이것역시 좀 징그럽기도 하고 다룰줄을 몰라 한번도 먹어보지는 못했다. (흠 정력에 좋다고 하던데... 다음엔 꼭 장어 덮밥을 한그릇먹고... )

아 그리고 가오리는 알을 낳는게 아니라 뱃속에서 부화해 새끼로 키워 낳는다는것도 요번에 알았다.  가오리를 잡아서 놔두었더니 5cm 정도 되는 투명한색의 새끼를 세마리를 낳았다.  신기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아이들이 새끼들한테 좀 미안했는지 다음에 잡은것들은 다시 풀어주었다.

그러나 이사온후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어둠이 깔리면 깜박이면서 날아다니는 반딧불 이다.  초등학교때 본후 몇십년만에 다시 만난 반딧불을 보면 다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곤한다. 

반딧불을 보면서 어려서 들었던 ‘형설의공’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름에는 반딧불로 그리고 겨울에는 눈에 반사되는 달빛으로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반딧불로 책을 읽을 읽을수 있는지 한번 실험해보자!”라고 제안했더니  아이들은 신이나서 잠자리채를 들고 열심히 반딧불 사냥에 나섰다.  이십여분동안 자그마한 곤충들을 열심히 채집한끝에 스무마리 정도를  커다란 유리병에 모을수가 있었다. 꽃과 나뭇잎을 넣어주고 뚜껑은 망사로 막아 숨쉬는데 지장이 없게 해주었다.

우리는 신이나서 집에들어와 모든 전기불을 끄고 반딧불 병을 주시했다. 밖에서 날아 다닐때는 20~30초에 한번씩 반짝이던 스무마리의 반딧불들이 병속에서는 빛을 발하지 않는것이었다. 어둠속에서 10여분을 기다렸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한번 반짝이는 반딧불로는 책을 도저히 읽을수가 없어 반딧불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반딧불들은 다시 자연속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어려서 형설의공 이야기를 감동적을 듣고 여지껏 의심없이 ‘아 참으로 가난한가운데 열심히 공부했구나’ 하고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이건 아무래도 누군가 감동을 주기위해 거짓말로 지어낸 이야기인것 같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어느 곤충학자가 반딧불로 책을 읽으려면 최소한 2000 마리 정도의 반딧불이 필요하다고 한다 !  (젠장 반딧불 2000마리 잡을 시간이면 책을 몇권 읽었겠다…)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의 학교도 차로 태워다 달라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말야 초등학교때 한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다녔고, 화장실 갈때도 촛불 들고가 책을 읽고,  수도물도 없어서 물지게 지고 우물에 가서 물 길어다 먹으면서 공부했단다. 그래도 아빠는 다 A 학점 받았어.”

그러면 아이들은 맞장구를 친다 “ 아빠, 아빠가 학교다닐때는 1900년대이고 지금은 2000년 대에요. 요즘엔 그렇게 사는 얘들 없잖아요? 그런말씀 자꾸 해도 소용없다구요.”

(뭐 1900 년대 이야기라고?  이런 덴장, 나를 완존히 구석기 시대 사람으로 취급하는구나… )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에게

“뭐? 너희들 지금 공부하는것이 힘들다구?  내가 왕년에 얼마나 고생하면서 공부했는줄 아냐?  아빠는 말야.... ”

라면서 어렵게 고생하며 공부했다는 주제의 썰은 대대로 계속 되풀이 되고 있는가보다. 

그런데 요즘처럼 이렇게 편안하게 놀면서 공부한 녀석들은 도데체 자기 자식들에게 또 어떤 뻥을 풀찌....  난 그게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