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96, 땅끝 길

TV속의 땅끝 마을 땅끝 길을 본다.

전남 해남이 위도 상에서 가장 아래인가 보다. 함북 온성까지 정확하게 3천리란다.

땅끝 길은 시작이고 마지막 이란다.

그 곳에서 보길도 로 귀양 간 윤선도는 오갔다던데.

귀양 간 선비의 아내가 죽기 전 모시 옷 한 벌을 지어 보냈다.

그 옷을 입은 선비는 애절한 시를 남긴다.

누가 저승에 가 전해주오. 옷이 내게 잘 맞는다고.

부부의 연도 소중한 것이고 장부의 緣도 비상하겠지.

해남 근처인지 보성까지 갈 뻔 했는데 아쉽게 못 갔다.

보성엔 양조장을 하시는 선배가 계셔 들려보고 싶었지.

미얀마 고산지대의 차밭에서 한국의 차밭은 어떤지 티브이 속 광고로만 보던 것을 보고싶었지.

기약은 기대감에 부푼다.

대신 팔공산에 몇 해 만에 다시 가게 되었으니 지난 몇 년 소중한 인연들을 이어온 이들이 정겹고 소중하다.

2003년 우즈벡에 봉사 갔을 때 귀국하기 전날 들고 갔던 피켓에 대원들이 남긴 인사말이 아련하다.

“소중한 인연 노력으로 지키자”

외국에 유학중인 딸과 동참한 공주의 의사부인 이었지.

인연도 소중한 것도 노력을 해야 지켜진다는 옳은 말씀인데 나는 이제사 깨달으니 그동안 모든 것을 잃고만 살아왔나보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내일과 모레사이엔 세 사람의 면접이 예정되어 있으니 바쁘게 지나겠지.

오늘을 빨리 보내버리고 싶다.

지난 주 월요일에 면접 후 교육에 투입된 이는 교육평가 성적이 나빳고 50 나이제한에 걸리지만 채용을 했다. 돋보기를 쓰고도 현장의 업무지시 용지를 눈을 치켜뜨고 가까이 대 애써 보려하는 모습에 현장근무가 무리이겠다 싶으면서도 나도 저 나이 때 돋보기를 썼지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발령을 냈다.

내일아침 9시에 올 이는 춘천에서 네팔의 신부는 혼자 남겨놓고 성남 친지댁에 와 다니겠단다. 준수한 외모와 착해 보이는 성품이고 일을 할 수 있기를 갈망하지만 군 시절 허리를 다쳐 이제는 완쾌 됐다지만 현장에서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교육담당이 평가하겠지.

모레아침 올 이는 09:30 예정이다. 초교 입학한 아이를 등교시키고 송파에서 오려면 그 시간을 원한단다. 부인은 더 일찍 출근한단다. 사연들은 이해가 가지만 옵션이 많으면 회사에선 불편하다. 본사에서 전화가 왔었으니 체면을 살려주고 교육에서 빼야하나?

내일 오후 1시엔 예정에 없다 갑자기 한 명의 면접이 끼워졌다.

45세 적당한 나이이고 조장이 추천 했으니 가급적 채용해야겠지.

셋 중 하나 둘은 써야 할 텐데.

지난주는 기원에 한 번도 가지를 못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젠 토요일 휴일이어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라도 평소 같으면 갔을 텐데 안 갔다.

오늘도 가지 말아야 할 까?

20년 째 기원생활을 가는 강에게 몇 달 전 갑자기 여러 명 결원이 생겨 인원보강이 필요해 취직의사를 물었더니 곁의 심에게도 얘기하곤 당시엔 둘 다 어렵다 했었지.

5월 초 C의료원의 병상 190 증설로 20명 정도 증원을 해 다시 소개를 했더니 또 심과 같이 이번엔 나서 보겠다. 했다. 50넘으면 쉽지 않고 심은 이식수술까지 한 전력이 있어 쉬 피곤할 텐데 의욕은 가상하지만 짐스럽다. 내가 다른 곳으로 옮겨 한 사람도 쉽지가 않은데 둘을 추진하려니 쉽지가 않다. 내 있는 곳은 50 제한이어 이번에 일부러 총무팀과 협의하여 인원보충이 쉽지 않고 젊은이들은 이직율이 높아 50초반이라도 충원하겠노라 어렵게 승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50넘은 이를 한 명 일부러 발령을 낸 것이다. 기정사실로 만들고 직원들의

눈길도 무마하도록.

강 한 사람이라도 내가 있는 곳에 발령을 낼까? 무수히 번민해본다. 나이가 있으니 약제부나 임상병리과처럼 조금 몸이 편한 곳에 보내야 할 텐데 나 있는 곳은 규모가 작아 그쪽은 우리 인원이 진출해 있지 않다. 저이가 몸 쓰는 일에 견디고 해 낼 수가 있을까? 본사에서도 색안경을 쓰고 볼 텐데 몇 달 안 있어 그만 두기라도 하면 직원들에게도 신뢰를 잃는 불공정한 처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복잡한 생각들을 잊어버리려면 기원에 내려가 바둑이라도 한 판 두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데.

강과 심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듯 싶어 가기가 부담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나?

원하지도 않던 상대에게 먼저 주겠노라 얘기하곤 나중에 안 돼 후회하던 것이 내 인생의 반복된 실수였었는데 또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것일까?

강에게 얘기 한 것을 강이 심에게 전했으니 본인들 탓으로 돌려야 할 까?

긁어 부스럼 이라더니 또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일까?

강은 53이니 일단 취직하면 61까진 보장 될 테니 그의 첫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내가 어떻게 되던 나서야 하는 것이겠지.

강의 바둑은 곁에서 보면 처량할 정도로 승부에 집착한다.

다 진 판도 절대 던지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끝까지 노린다.

지친 상대는 쓰러지기도 한다.

돈이 없어 잃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난한 마음은 내용을 초라하게 만들어 지기 십상이다.

병원 현장에 투입되면 그는 어떤 바둑을 둘까?

강남병원을 지원한 것이지 분당병원은 멀어서 고사할까?

강의 별명은 끈끈이 1 이고

내 별명은 끈끈이 2 이다.

사람 좋고 현명하고 품성 좋은 강이 끈끈이 별명을 얻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돈이 없어서 였겠지.

모자라고 부족하고 끈기 없는 내가 끈끈이 별명을 얻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돈이 없어서 였겠지.

내 마음은 벌써 팔공산에 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내려 보던 호쾌한 심정.

경향각지의 글벗들.

그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노력은 걸맞게 못 해왔어도 그 분들이 지켜주지 않았던가.

장부의 인연!

아녀자가 어찌 폄하하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