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야구 시리이즈의 표면적 영웅은 당연히 나지완이었겠지만

천재성의 성숙해지는 면모를 잘 보여준 이 종범이나

스무 살의 겁없음을 증명해준 안 치홍의 모습도 멋진 것이 틀림없다..

안치홍의 이름을 당연히 지금의 내가 알기는 힘들다..

야구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근년의 올림픽 우승이나 따블유비씨 활약을 제외하곤 대부분

한국화장품 시절의 김 재박에 머물러 있다..

타격왕이 도루도 잘 하고, 게다가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그 노 스텝 throw는 이제

유격수가 이름값을 하려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예술적 동작으로 기록되었다..

그랬던 김 재박은 이제 오랜 만에 야구 인생의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간 인생을 돌이켜보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새로이 등장한 21세기 형 스무 살은 최고의 잔치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소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점수 차를 좁히는 안타에다가, 요긴한 순간의 그 끈기있는 수비동작

스무 살이 그렇게 팔딱거리고, 마흔의 이 종범이 살신성인을 하는데, 그 집안이 어찌 안될소냐...

게다가 또한 그 긴박한 순간에 홈런은 또 왠 그런 동화적인 situation이란 말인가?

아마도 안 치홍 자신이 나중에 평생을 돌아보아도

어째 그리 꾸며낸 이야기같은 일이 자신에게서 펼쳐졌는지 믿기 힘들 것이다...

아카리님이 보여준 김연아에 관한 동영상은 수시로 화면이 단절되어서 인내심의 좋은 연습이 되기도 하였지만, 과연 기본이 튼튼한 연아 답게도, 하나의 마디마다 사건이 생겨서 쉬어가면서 마음과 몸을 추스리는 신묘한 계기가 되는 모습이 보여서 신기하였다...

주니어 우승경험자가 신발이 안맞아서 운동을 그만둔다는 일이 발생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아직도 저변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피겨상황은 일본의 10분의 일이고, 미국의 100분의 일이라는 말도 들린다... 말하자면 아무런 토대가 없는 사막에서 최고의 나무가 생겨난 것과 비슷한 것인데

이것은 물론 개인운동이라서 가능도 하였겠지만, 실제로 이루어지기는 매우 힘든 사례일 것이다..

요즘 아사다 마오가 자꾸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 신기한 생각도 든다..

매사에 기본이 중요한 것은 선진국일수록, 저변이 탄탄할수록 잘 아는 것인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도리어 연아가 더 기본개념이 확실하다..

동작의 정확도가 구체적으로 12가지에 모두 적용되도록 연습되어 왔고, 또한

그러한 모든 정석 play들이 결합되어서 음악의 흐름을 타고 묘합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세헤라자데 까지만 해도 그 음악 자체의 character가 있어서

세헤라자데를 연주하는 김 연아는 그 자신이 천일야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였지만, 그러나

이제는 다만 음악의 운율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기만 하면 된다.. 이미 수준이 상승한 것이고, 게다가

이미 마의 200고지를 두 차례나 넘어섰기 때문에, 나태해질 염려도 없고, 과도하게 긴장할 필요도 없다..

만약 김 연아가 200점 이상에 안착하지 않은 상태라면, 마오의 부진이 도리어 김연아에게 잣대의 상실을 가져올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정말 적어도 자신에게는 충실할 수 있는 내재적 동인을 다 갖춘 것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김연아가 만약 올림픽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그의 전성기가 내년 초가 되지는 않을 것인데, 그러면 나의 느낌으로는 향후 2년 내지 3년이 peak time이 될 듯하다면, 그러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때가 도리어 하나의 분수령이 될 듯도 하다..

지금이야 자신이 나이도 어린 때이고 실력도 향상일로를 가고 있으나, 그러나

두어 해가 지나는 과정에 필시, 새로운 유망주가 등장할 것이니, 소위 연아 kids가 생겨날 것이고

연아 자신에게는 좀 따분한 느낌이 생겨날 수도 있다..

과연 그러한 풍경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한데, 그러나 이러한 모든 궁금증들은, 일단 동계올림픽 우승이라는 진풍경을 연출한 후에야 의미로울 것이라 시기상조이기도 하리라...

요즘 바둑계의 가장 주목받는 스무 살이라면 당연히

일본의 이야마 새 명인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랜 만에 고스트 바둑왕 시절의 열풍이 새로이 전개된다고 하는데

인터뷰를 한 것을 보니, 다른 분야의 스포츠 스타처럼 바둑도 인기종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아사다 마오 등을 거론하는 것을 보았다.. 시대환경에 대한 인식력이 있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필시

세계대회에서도 제몫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러면 이것은 다시 연관된 부수효과를 발생시켜서

그 주변의 분발을 촉구하게 될 것인데, 그래서 한국과 중국의 스무 살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요즘 한국은 좀 이상한 일이 있는게, 얼마 전까지 요란하던 한 상훈이 조용하다..

여러가지 바둑기사 중에 이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이름을 떨치는 것은

새로이 입단한 준비된 프로 이 원영이나 관서기원에서 입단한 홍 맑은 샘 등일 뿐이다..

그뿐이랴..

황금의 스무 살에 군복무를 위하여 귀국하였던 조 훈현 국수는 오랜 만에 사제대결을 펼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것도 정말 좋은 징조이다...

만약 조 훈현이 없다고 해보라.. 그러면 모든 스무 살들이 밖으로 말은 안해도 속으론

서른 살 넘어선 프로도 아니다,라고 속으로 말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조 국수 덕분에 그보다 연하의 모든 프로들도 한동안의 명예를 보존하는 힘을 얻는 지도 모른다..

여성 프로들이 단 한명도 랭킹 50위 권의 안에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50대 후반의 노장이 랭킹이 26위라니... 정말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전에 후지사와는, 나는 일년에 네 판만 이기면 된다고 호언하면서 신나게 살아먹으셨는데^^

조 국수도 몸관리 잘 하셔서 환갑 이후에도 어린 천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원조 천재의 면모를 계속 보여주시라... 그리하면

스무 살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지, 니들이 잘난 게 아녀,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들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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