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34, 인생의 기회

건물 건너편 맥주집 옆에서 서서 기다린다.

담배를 연신 두 대 피웠어도 시간은 가질 않는다.

같이 왔던 수하 직원이 면접을 보러 올라간지는 40분이 넘는다.

근처 수퍼에가서 맹물 작은 것을 하나 사들고 와 마신다.

7시에 면접을 보기로 약속을 하고 분당에서 4시반 경 떠났다.

S의료원 거대한 3 건물의 위치와 연계성 등을 설명 해 주고 콜센터에서 업무를 볼 때 유의할 사항등을  수하직원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이제 35인지 한창인 직원에게 그동안 나를 위해 수고했으니 천호동 집에서 가까운 S의료원으로 옮겨주려고 손을 썼다.

길거리에 서서 기다리려니 무척이나 시간이 안 간다.

옆의 맥주 집 이름은 비어캐빈이다. 내가 대학시절 유행하던 이름인것 같은데..

건너 편 둘둘 치킨 에 가서 통닭이라도 한 마리 시키고 생맥주 라도 한 잔 하고 있을까 생각이 간절하다.

내 큰 딸도 30인데 35 자식같은 청년이 내 소개에 희망을 걸고 면접을 하러 갔으니 이대로 길에서 기다리는 것이 옳지 싶다.

면접을 보는 본사 과장에게 내가 같이 가는 것이 무언 중 압력도 될터여 같이 왔던 것인데 문 앞에서 청년만 올려 보냈다.

내가 곁에 있으면 피차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고 혹여 취직 후에도 낙하산 인사라는 질곡속에 모두 벗어날 수 없을 지도 모르지.

S의료원 400명 우리 식구중에 이송 남직원은 96명이다.

그 중 10명을 선정해 콜센터에 새로 임명을 하는 것인데 나이 든 직원들은 싫어하고 전산 교육등이 어렵다.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본사에도 도움이 되는, 분당 우리 직원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S의료원으로 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번 조치가  나의 역량을 과시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된 다는 신념으로 추진했다.

청년은 오히려 이야기 한다.

"저는 사실 분당에 있는 것이 사람들도 좋고 있고 싶어요."

"사실 간호사 한 명과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평소엔 일을 잘 하지만 가끔 무단결근을 하고 집이 워낙멀어 장기적으론 불가능 하지만 내가 도와달라는 차원에 부탁을 한 것을 들어 주었으니 나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같이 올라가려던 것을 혼자 올려보내고 나니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면접은 잘 하고 있겠지 걱정이 든다.

40여 분이 지나 내려온 수하 직원은 밝은 표정이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이것 저것 설명을 많이 해 주시던데요."

"어떻게 됐어?"

"제가 오더라도 추석이나 9월 말 쯤 오면 안돼냐고 물으니 곤란한가 보던데요."

인생에서는 기회는 낚아 채야 하는 것인데 청년은 모르는가보다.

"분당도 사람도 뽑아야 하잖아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난 사실 내일 부터라도 나오라 하면 그렇게 준비를 해왔어."

친아들에게 타이르는 심정으로 이야기 한다.

잘 되었군. 다행이군!

면접장소에 거의 다가가는데 갑자기 아랫도리가 척척하다.

아차 싶으며 당황스럽다.

"혹시 휴지 가진것 있나?"

"없는데요"

편의점에 가 휴지를 사 인근 화장실에 들어간다.

예상대로 팬티는 피로 범벅이다. 오늘 따라 삼각팬티가 아닌 사각 팬티를 입고 나왔으니 휴지로 막아도 소용이 없을 텐데 걱정이 앞선다.

아랫도리 바지도 평소 짙은 색을 입기는 하지만 표가 날 것 같고 하혈이 계속 될 까 걱정이다.

만에 하나 본사에 알려지면 내 수명도 장담 할 수 없을 테고 할 수 없이 설사를 한 것 처럼 속이고 청년은 혼자 면접을 올라가게 했다.

면접을 마치고 청년은 얘기한다.

본봉은 분당과 비슷한데 보너스가 700% 라네요.

78세 부친과 월세 60만 원을 내고 사는데 전세를 올려 달라고 해 이 달 부터는 월세 를 10만원을 더 올리기로 했는데 아직 임대료도 못 냈다는 얘기에 걱정이 됐었는데 분당보단 최소 연봉이 400은 높으니 다행이겠지.

면접이 잘 된 것 같으니 안심이다.

청년의 앞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족한 것 이겠지.

스스로 의문이 든다.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