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15, 여인의 목소리

문자를 보낸다.

딱 6글자 pls phn

바로 전화가 온다.

12분 동안 전화를 했다.

평생을 잘 못 해준 사람인데.

"이제 여한은 없어.

당신 목소리도 들었고.."

그녀가 중학생일때부터 지금 50중반 까지 참 오랜 세월이다.

대학1학년때 편지를 받았지.

명동 무슨 극장 옆 빵집에서 보자는 발신인도 불분명한 편지에 호기심으로 나갔다.

당시 불량스럽기로 소문이 자자한 모 여고의 학생 둘이 2층으로 올라온다.

자신들의 친구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말을 못 했단다.

곧 이어 작은 소녀가 나타나고 그녀는 고교시절 내가 성당에서 학생회장을 하며 주일학교 선생노릇을 할 때 나를 보았단다.

"학생이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감히 대학생에게 고교2년생이 라고 나무라며 헤어졌었지.

軍시절 면회를 가끔 왔었지.

육본에 영내로 면회를 와 도시락과 시가를 준것이 안 잊힌다.

용문산으로 파견을 나갔을때 용문사 쪽으로 친구들과 면회를 왔었지.

휴가인지 외출이었던지 용문산으로 복귀를 하는데 기차를 같이 타고 용문산 밑까지 바래다 주었던 기억도 잊히지 않는다.

1977년 제대를 했으니 34년 전 일인가.

복학을 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선거자금 일부를 그녀에게 빌렸지.

당시로선 거금이었던 기억인데 얼마였는지 기억도 못한다.

뱍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접고 그녀에겐 어음을 주었지.

그리곤 그녀를 잊었다.

어느 해 였었는지 12월4일 첫 눈이 내리길래 그녀에게 연락을 해 만났었었지.

대학 친구가 소개해 준 여인과 결혼해 23년이 지났지.

21세기가 되어 어느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고교 홈피에서 내 전화번호를 알았다며 왜 이렇게 살고 있냐며 그녀는 거처를 새로 정한 내 오피스텔에 냉장고와 가스렌지 티브이를 장만해 주었지.

고교친구가 소개해 준 여인과 장래를 기약하며 5년을 지냈지.

행복한 더 나은 선택을 한다며 다른 길을 갔었지만 장부답게 올곧지 못한 선택들은 결국 댓가만 치르고 첫여인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도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녀!

이제는 감히 만나자는 예기도 건네지 못하고 그저 내 전화를 받아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무한히 감사하다.

여인들은 돌아 누우면 남이라지만

40년의 인연속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청빈한 삶에 과분한 은혜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