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17, 18년 전 추석

봉사 앞에서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눈 먼 장님이면서도 생계를 이으려 등산로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그 앞에서 나는

서서 노래를 듣다 주책없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노랫값으로 만 원 짜리 한 장을 던져놓곤 돌아선다.

추석날 아침 식구가 많은 처가에 모두 모이기 전에 도봉산으로 산행을 혼자 나선길이다.

미국이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처가에 짐을 풀은지 몇 달 째이다.

도봉산에는 추석당일 이른 아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혼자 의문이 든다.

계곡 개천에서 삶은 닭 한 마리에 소주를 한 병 시킨다.

홀로먹는 소주 한 병엔 눈물은 없었는데 소경의 노래엔 웬 눈물이 흘렀을까?

태어날때부터 뇌성마비 지체장애 1급이었는데 녀석이 나 죽으면 저렇게 길에서 노래라도 부를까 무서웠을까?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 국민학교도 졸업을 시켰는데 처가 한국을 그리워 해 다시 돌아왔다.

다시 한국으로 나가고 싶다하니 모친은

생활이 고생스러워 그러면 한 20만 불 줄테니 처에게 장사를 시켜보란다.

그래도 고집한다니 그러면 저 년만 내보내고 너는 젊은 년 얻어서 여기서 애들하고 살란다.

내가 택한 여인의 원하는 것은 들어주어야 한다는 달깍발이의 소신으로 나와 처가살이를 시작한 것이었다. (1993년, 18년 전)

2011년

추석휴가가 4일이나 되어 병원에 문제는 없을 지 걱정이 되어 오늘은 나갈 예정이었다.

나이트 근무자가 마약을 이송중에 깨뜨려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보고와 Free Zone이라며 병원지역에서 사용하는 통신기가 하나 안 된다는 보고는 들었다. 나가야 되는데.

지난 10여년 명절이건 공휴일이건 휴가건 없이 항상 병원에서 지냈다.

외로움을 느끼기보단 일을 하는 것이 편했지. 일은 하는 만큼 수당이 나오니 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본능이었나.

본사에선 수당지급액을 줄이려 오버타임 근무를 억제하여 최근엔 본의 아니게 주말이면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모두 쉬었다.

미국에 처음 갔을땐 주5일제 근무가 신기하고 그리 좋았는데 이젠 고문을 받는 느낌이다.

이른아침 4시면 눈이 뜨이지만 오늘은 조금 늦게 나가야지 하곤 다시 잠을 청해 6시에 일어난다.

습관적으로 트는 티브이9 에는 장기를 선보인다.

늦장을 부리다보니 아침마당에 노래자랑이다.

사람사는 이야기들과 무언가 볼 게 있어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명절날 아침인데 밥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심정에 냉장고 속의 만두를 꺼내 냄비속에 쪄 낸다.

예전엔 명절에 만두국이나 토란국을 좋아 했었는데..

언젠가 추석날 산행에서 울던것이 잊혀지지 않았었는데 이제 왜 다시 그 생각이 난다.

그때는 가족도 같이 있었고 젊었었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밑천이 없고 애가 아프다고 절망만 하며 젊음을 소진한 것인가?

매순간 몸을 아끼지 않고 체면을 불사하며 열심히는 살은 것 같은데.

외환위기인지 왔었고 돈을 번다며 필리핀에 갔었지..

이제 다시 18년 후에 또 오늘을 후회하게 될까?

아니 이젠 그리 살 수 있을지 조차 모르지.

만두 7개는 충족한 아침이다. 소주 한 병을 곁들인다.

그래 오늘은 쉬라니 쉬고

내일모레 수요일부터 열심히 해보자.

10월 부터 변경되는 계획을 9/15엔 발표하고 모집공고와 교육으로 신입을 대비하고 4/4분기와 내년 1/4분기를 직원들의 체질강화를 해 제대로 해 내야 신관으로 두 배 늘어나는 병원살림에 견뎌낼 수 있겠지.

수하직원들은 두 배로 늘어날텐데 간부들이 정예화 되 있지 않고 교육과 로얄티가 없으면 나도 어렵겠지.

그래 세상은 이리 할 일이 많은데 옛생각과 감상은 접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