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200, 못 여는 문(門)

열리지 않는 문이라고 해야 옳은 문법일까?

바둑대회,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는 고교동문들의 바둑대회이다.

모처럼 참가한 동창은 반가이 술잔을 기울인다.

내가 너무 취했지.

6년근 홍삼인지 대리점을 차린 동창은 내 사무실에 갖다 놓은 물건 값을 받고 싶었을까?

그는 집이 같은 방향 이어 둘이 수지로 향한다.

그와 헤어져 길을 건넌다.

지나는 택시에 치어 죽을뻔하니 그는 집까지 데려다 준다.

홍삼을 배달하려 집 주소도 알고 있었던 터이다.

그 집은 내 집이 아닌데.

문을 발로 찬다.

안 열린다.

한참을 섰다 다시 내려와 택시를 타곤 가락동 내 숙소로 향했다.

열리지 않던 문 뒤에선 전처가 아들과 내 욕을 하고 있었을까?

마북동 종로빈대떡 집으로 향한다.

택시비는 겨우 6천원이다.

9시 전화를 시작했나 보다.

11:50까지 부지런히 전화를 했다.

세 시간을 문 밖에서 기다렸군.

제 정신이었으면 그리 못 했을 텐데.

두 번인지 올라가 요비링을 눌렀어도 문은 안 열린다.

열리지 않을 문을 두드리는 것이 내 팔자였던가?

뜨거우면서도 현숙했던 첫 번째 전처.

그녀는 바둑을 정말 싫어했었지.

신혼 때 살던 워커힐 아파트에 친구와 바둑을 두노라면 한복을 입고 다과를 갖다 주던 그 녀 였는데, 언젠가 퇴근 후 기원에 가는데 차를 타고 지나치다 나를 경멸하듯이 쳐다 보던 그 눈길은 잊히지 않는다.

오로 바둑사이트에서 청년들과 채팅을 하는데 뒤에서 지켜보다 왜 사기를 치느냐 싸움을 걸던 그녀의 몰 이해는 잊을 수 없다. 해외봉사를 경우에 따라서는 Free Charge 로도 갈 수 있다고 타이핑을 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 해외봉사를 떠나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내 월급날 그녀는 월급은 챙겼는지 나더러 나가란다. 나왔다.

키르키즈스탄에 다녀왔다. 신문과 방송 수 십군데 매스컴을 탔었지. 고시원에 살면서.

1 년쯤 지난 후 딸 애가 아파 우연히 다시 합치게 됐다.

그 다음 해 늦은 봄 다시 쫓겨났었지.

여인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는데

우연히 만난 그녀는 지난 5년을 같이 보냈다.

딸 둘이 시집가면 그때 합쳐 같이 살아보자고 주말에만 그녀의 집에를 갔었지.

평소의 신념대로 모든 것을 주어야 하니 월급통장은 그녀에게 맡겼지.

올해 초 그녀는 통장을 돌려주며 저축을 하라 했었지.

집에는 딸들이 불편해하니 오지 말라며 밖에서 만났었지.

오랫동안 못 만나다 어제는 작심하고 그녀의 친구가 하는 막걸리 집에 갔었지.

세 시간을 집 앞에서 기다렸는데 보지 못하고 돌아섰지.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읍소하는 것이 내 팔자였던 것일까?

두 번째 그녀도 바둑은 엄청 싫어하는 것 같았었었지.

지하철 터널 속을 지날 때  차창에 비치는 내 모습은 내 얼굴은 하루 만에 초췌해진 모습이다.

하루 만에 백발이 된 이가 있다더니 내 모습일까?

본사 팀장이 병원에 왔었다.

젊은 그는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하겠지.

그 친구는 우선 남의 말을 듣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데.

바둑을 두던 죄로 두 번을 쫓겨 난 것일까?

바둑을 벗이라 자임했으니 여인은 멀리 했어야 했었던 것일까?

아프다.

정말 아프다.

바둑알을 백 개쯤 삼키면 수면제의 노릇을 해 줄까?

바둑을 벗으로 얻은 벗들이 있으니 그들을 기다리며 이 순간을 참고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만 참으면 되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