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매일 피로에 지쳐 쓰러지는 것인가. 깨어 난 것에 감사하는 것인가.

새벽에 일어나 틈틈이 집안일에 간병 도와가며 밤늦도록 일했다면

그것으로 성실했다고 해야 하나 무지한 이의 노동이라 해야 하나

소출 없는 텃밭을 바라보니 맘은 앞서고 지친 몸을 처마에 기대면

게으름과 역마살이 일탈을 유혹하고 나는 못내 솔직하기가 어렵다.

만월을 바라보며 잠시 위로 받다 서산을 넘기면 다시 시련이 기다리고

시간의 개념은 욕망 따라 변하지만 오늘에 취한 자 늘 제자리걸음이다

나아지면 욕심이 생기고 불가항력이라 포기하면 나태하고 무기력해지니

살아간다는 것은 만족과 허무가 교차하는 소꿉놀이 밥상 차리기 같은데

달의 몰락과 부활마저 내 그림자인 걸 모르고 오늘도 착각들만 쌓아간다.

때론 아쉬움과 후회가 되기도 한다.

옅은 미소와 홍조를 띄우게도 간혹 몸서리치게도 하는

망각의 채에 걸러진 잔영들이

이제 추억으로 마음의 호수를 유영하니 지금이 어제의 그 내일인가

그렇게 인생이란 우연과 필연을 약분해가는 추억 만들긴지도 모른다.

새들은 본능으로 지저귀지만 운다고도 노래한다고도 한다.

바랄 것 없이 오르내리고 산만한 상념마저 정리하지 못하지만

그저 마음색종이 접히는 대로 학이 되고 꽃이 된다.

자연은 본능으로 부딪쳐도 질서가 되고 조화와 순리가 되는데

인간은 정화된 이성으로도 늘 산만하고 충돌하고 오해로 가득하니

그들은 인정하고 득실을 나누고 인간은 이기심에 편협 하는 탓인가.

우리는 무엇이든 나누어주는 어머니가 있다

여기 오솔길 따라 어머니의 어머니를 거슬러 오르다

정겨운 소리 있어 발길 멈추고

맑은 물 나뭇잎 아래 앙증맞은 피라미의 유영을 숨어보다

문득 말년을 금식하며 지느러미 닳도록 부채질로 부화하고

새끼들에게 자신을 먹이로 남기는 가시물고기가 생각나니

30년 넘게 병상에 누운 야속한 부정에 한숨짓게 하는데

뭔가 입에 물고 까마귀 머리 위를 날아가고 내 마음 붉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가끔씩 신세를 잊고 산다.

겸손하지 않고 성실할 수 없고 신세를 아는 이 어찌 은혜를 모를까

허나 게으르지 않고도 신세 갚을 길 없는 나는 누구인가.

무능함이 엄습하면 모든 것을 접어보기도 하지만

죄스러움에 시간을 벌다 또 다른 신세를 만든다.

그렇게 업이 쌓이는 것인데

나는 갚은 것만 곱으며 하루를 위로하고 있으니

하아.......

진정 나를 위로할 날은 언제 오려 하는지.

도를 알지 못하더라도 오늘에 겸손하여 인간 냄새나 남기고 싶으나

나에겐 그마저도 도 닦듯 하니

숲속 모르던 길을 찾아나선지 어언 반 십년 넘어 얻은 것이 있다면

운명처럼 나서는 발걸음과 도반이 늘 같이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겸손을 알아가면서 성실하여 결과에 변명하지 않는 노력 정도겠지.

오늘도 법당에 108번 머리 찍고 두 손 모았지만

몇 만 겁의 업을 얼마나 닦았으랴

마음은 정갈했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행여 남은 가피 담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나 않았는지

연꽃문살 바라보며 잡은 쇠 문고리 놓기도 전에

안개처럼 밀려오는 일상의 성화는 돌아서는 걸음 재촉하고

겨우 걸쳐 진 뒤꿈치 우겨 넣는 중생아 일주문이나 넘었어라.

2012.4.16 미륵사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