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그것에 동반되는 시련은 사이사이 마디를 이루고

그 적당한 마디는 구분을 나누어 탄력을 주고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때로는 그 공간을 뛰어버린 시간들에 우리는 허무와 아쉬움에 구부러진다.

그래서 보상받지 못함에 남은 시간들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집착하게 되고

당시의 무심과 포기와 좌절 그리고 애써 비벼 되던 명분과 도리의 갈등들도

지나면 한 모금 담배연기에도 흔들리는 머리칼보다 가벼운 검불 같은 일인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같은 선상에 있는 시작과 끝을 구분하며 이를 삶이라지만

과정을 이해한다면 그 시작과 끝이라는 것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엄마. 엄마.

미주알고주알 거기시머시기 *&^%$#)@.......

우렁각시에게 따발총을 쏘아대는 우렁내미가 못내 서운한 듯 집사람의 대답.

“탕........

“뭐가”

단발성 대응에도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계속 쫑알거린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전쟁터 같은 방구석에 이리저리 도듬 발로 다가와서

귀찮아하는 제 엄마에게 친구랑 주고받은 문자를 성가시게 들이 밀어댄다

건성으로 쳐다보며.

(이년은 기숙사 들어가면서 이러는데 시집간다면.......)

있잖아요.........뭐가 어떻고 이러쿵저러쿵.

오늘 엄마가 서운함에 예민할 테니 되도록 충돌을 피하고 엄마 페이스에 맞추라는

언질을 던졌더니 되레 오버하면서 은근히 집사람의 부아를 채운 모양이다.

처음엔 수시합격에 모두 안심을 했고 돌아서서 각개 걱정으로 한숨들을 내쉬었다

우렁내미는 평생처음으로 혼자 생활을 해야 하는 걱정으로

나와 집사람은 연고도 학비도 그리고 철딱서니 없는 딸내미 생활이 걱정이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 볼 테니까.”

사실 바둑과  술 인연이 몇 있지만 이번일로 의논 할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 사실을 집사람도 안다

하지만 걱정하면서도 내가 뭔가를 해야 하고 아니면 못 하는 일이 된다는 걸 안다

“당장에 한집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패도 없고.”

집사람의 수심에 찬 얼굴에 가득 밴 막막함이 칠흑 어둠속을 반딧불로 비추는 듯하다

세상을 눈으로 보지 않고 입으로 말하지 않으려 한 지도 오래다

내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전하고 그리고 그 댓가 또한 몸으로 때울 뿐이라 했지만

이번 일은 몸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게 보였다

최악의 경우엔 태울 수 있는 것은 모두 태워서라도 군불을 지필 거라 생각하며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그 많은 역경들을 이 철부지를 위해서 태웠을까 어림해본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학비는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우렁각시랑 한 잔 하면서 큰 시름 덜었다고 자축연을 벌이며 다퉜다

공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으로 미루라 했건만 기어코 기숙사 이야기를 꺼낸다.

숨 좀 돌리고 또 알아 볼 것이라 했는데도 현실론을 내세워 기분을 망쳐버린 것이다

자축연은 파행으로 치달았고 몇 일간 서로 말문을 닫아 버렸다

갑자기 의욕 상실증에 빠져버렸고 이틀 동안 술로 때웠다. 도대체가 뭐냐는 이유로.

여자의 소심함만 탓할 상황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상황을 읽지 못함을 양해하기도 싫었다.

그래도 우리가 아니면 저 꿈 많은 철부지를 누가 보듬겠는가.

다시 암암리에 알아보면서도 모든 걸 팽개친 것처럼 무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드됴. 기숙사도 내 손으로 아니 이 몸의 발품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고 해결했다

그리고 며칠 후.

확실하게 확정판결을 받고 집사람을 불러 앉혔다.

내가 말이야..............

상황 설명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보고 나도 울컥했는데.

쿵.

어쩌라구.

또 한 수 던짐에 주변이 공배가 되어버렸다.

“나는 마지막 마무리 되는 날 그때라야 믿겠어.”

그리고 우리는 또 싸웠다.

“자 인자 출발합니다. 빠진 것 없지라.”

기숙사 입소시키기 위해 셋이서 보따리 바라바리 싣고 출발하려는데.

평소에 그렇게도 강조 했건만( 키. 지갑. 휴대폰 )

“저 전화기 두고 왔어요. 헤헤”

나무아미타불.

제 엄마랑 서로 책임을 돌리며 한바탕 하고서야 출발을 했다

입학식을 일찍 하는 바람에 보름 전에 부산 내려가서 처음으로 산사동행을 했었다

한 번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 젊은 애들에겐 다소 거북할 만도 했건만

개의치 않고 따라와서 처음으로 삼배를 했었다

너무 예쁘고 대견했고 마하사 그 눈길을 서로 손을 잡고 의지하며 비틀거리면서도

가족이라는 든든함을 새록새록 새긴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할머니 극락왕생을 비는 108산사순례 다음으로 정성을 드린 것이

너의 건승을 비는 백일기도를 팔공산 부인사에서 올렸는데 들렀다 가자고 했다

아무 거리낌 없이 따라나섰고 집에서 절하는 법까지 연습을 했다

“경전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몸이 행하는 명분과 책임은 언제나 일상이 되도록 해”

“네”

“기분이다 오늘은 엄마가 쏜다니 우리 냉면 한 그릇 때리고 출발하자“

“오키바리”

여태 열심히 발품 팔았지만 눈으로 봐야 인정한다고 했으니 오늘이 그날이다.

실죽 되지만 집사람의 표정도 밝다.

학교에 도착하니 입소 신입생들로 여간 혼란스럽지 않았다

들떠있는 우렁내미와 대조적으로 우렁각시는 시종 입을 굳게 다물고 짐만 챙긴다.

걱정했던 룸메이트도 대구학생이고 찬찬한 게 모범생다웠다

어쨌든 기숙사에 들어 왔다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 왔을 테니 믿음은 가졌지만.

캭. *&&^%$#@

갑자기 베란다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놀라서 달려가니 우렁내미가 후다닥 달려든다.

이유는 나방 두 마리와 짙게 쳐진 거미줄을 타고 내려 온 거미 한 마리.

츠암네.

나방은 애원하면서 창밖으로 날려 보냈지만 거미줄은 별다른 도구도 준비하지 못했고

주변을 둘러보니 휑한 기숙사에 뭐가 있을 리도 없었는데.

내가 맥가이버가 될 수 있도록 건조대에 걸려있는 철사 옷걸이 두어 개가 눈에 들었다

바로 두 개를 풀어 엮어 막대기를 만들고 끝에다 두루마리를 칭칭 감아 물을 적셨다

천정에 손닿지 않은 곳까지 그런대로 깔끔하게 처리를 하고 손을 들고 어깨를 들썩이니

우렁내미도 맞장구를 친다. 우렁각시는 못 본척하고.

대충 정리를 마치고 저녁 식사에 룸메이트를 초청하니 정중히 사양한다.

서로 말문도 트고 부탁도 할 겸 했는데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요즘 애들 그렇다고.

모두가 끝나고 이제는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집사람은 표정이 무겁다

우선 아쉬운 쓰레기통을 하나 사고 헤매고 헤매다 결국 닭 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는데.

이번에는 우렁각시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각시와 내미가 나를 못 잡아먹어 아침저녁으로 난리들을 치는 것이다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주변에는 없는 것 같고 할 수없이 산꼭대기 기숙사에 가야했다

일단 차있는 곳을 둘러보아도 없고 기숙사로 향하는 마음이 무겁다

나올 때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기숙사에 두고 왔다면 전화를 받았을 것 아닌가.

기숙사에 올라가니 문이 잠겨있다. 그새 나간 것인가.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다.

문에 귀를 갖다 대고 벨소리로 확인 해 보려는데. 이런 된장. 내가 폰을 안 가져왔다.

도대체 뭐가 이리도 꼬이는 거야.

다시 내려가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나무아미타불로 가라앉히려 애썼다

폰을 들고 다시 오르면서 어쨌든 여기가 마지막이니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리기를 기원했다

문에 귀를 대고 가슴 졸이며 신호를 보내는데.

디디리쿵. 띠디리쿵.

혹시나 해서 끊고 다시 보내니.

띠디리쿵. 띠디리쿵.

앗샤.

마침 지나가는 학부형과 학생이 나를 보더니 눈을 피하고 황급히 스쳐간다.

츠암네. 츠암네.

일단은 전화기 찾았다는 연락부터 간단히 하고  끊었다

다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려 차에서 염주를 굴리는데 잔머리도 따라 굴렀다

오늘의 이 고생을 어떻게 보상받아야하지.

처음 계획은 숙소정리가 되면 해운대로 가서 회 한 접시하고 노래방을 거치는

가족 단합대회를 예상했는데 너무 지체 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우렁내미의 마음을 콩밭으로 유도한 학교친구의 문자가 또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우리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덤벙대는 딸내미의 행동으로 알게 되면서 씁쓸한 마음은.

서둘러 쓰레기통을 자진해서 갖다 놓더니 제 엄마에게 귓속말을 오래 한다.

뚜껑 부분을 접속하면서 파손한 모양이다

새로 산 것이고 필수품인데 그냥 쓴다고라. 그리고 우리 일정을 묻는다.

“확실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지 너 너무 들떠 있어. 가서 바꿔 와”

분위기가 갑자기 착 가라앉으면서 갑자기 참았던 부아가 확 치밀었다

한번 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자기에게 시키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만만찮다

곤혹스런 모습이 안타까워 알아서 해 준다고 했는데.

이번엔 빗자루와 쓰레바퀴를 조금 전 닭 집에 두고 왔단다.

그리고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며 ...................

오. 신이시여.

두 사람을 앉혀놓고 가족이란 책임이란 배려란 무엇인가를 일장 연설하고

우렁내미를 먼저 친구에게 보내고 둘이서 모든 마무리를 하고 캠퍼스에 앉았다

“내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지만 니들 힘들게 하는 건 자신 없다.”

내가 보람되게 해주기를 바란다. 고 말하고 부산의 기우 마하빤야님에게로 달려갔다

2년여 만에 만나 잠깐의 술 한 잔을 나누고 가끔씩 산사 길에 하던 대로 차에서 노숙했다.

울려고 하면 야단치라던 우렁각시의 말은 간 곳없고 어수선하게 마무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만원의 술 한 잔으로 피로연을 끝내고 집사람은 누웠다

나도 누워야겠다.

가난은 불편하고 나는 만성이 되었다

하지만 가족의 고통을 대신하는 나는 깊은 어둠의 숲길을 찾는다.

그리고 여명을 보는 마음은 나태한 이 들이 결코 볼 수없는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