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영을 하고 왔다.. 원래는 작년의 30일에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더니 또 저런 일도 생겨서 차일과 피일을 반복하는 사이에

벌써 오늘이 되었다.. 다행하게도

다소간의 한가함이 주어졌으니 인생의 홍복이다..

작년에는 장기플랜을 따라서 목표거리에 도달하느라고 노심도 하고 초사도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예정보다도 빨리 목표에 이르러서 12월에는 다소의 심리적 여유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시 조금 넘어서 물에 들어갔는데, 오랜 만이라 조금 겸손하게 하기로 하였다..

시간을 맞추어서 들어가니까 각이 진 시간을 맞추느라고 오랜 만에 미리 몸을 조금 푸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체로 나는 그다지 준비운동은 많이 안한다. 왜냐하면

장거리 수영을 좋아하니까 처음에 몇 바퀴 도는 사이에 몸이 풀리는 것이니

너무 미리 진을 뺄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박 태환도 장린도 아니다.. ^^

그렇게 조금 가다가 보니까 왠지 심상한 느낌이 들어서

역시 작년에 도입한 증도가의 암송을 하기로 하였는데, 역시 물 속에서 암송을 하는 것은

물 밖에서 하는 것에 비해서 좋은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일정한 시간이 주어지니까 속도를 늦추고 내용을 음미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오늘은 제 2장의 부분이 좀 부각되는 것 같았다..

4대 육신을 내려놓고 적멸한 성품 속에서 마시고 먹으라..

제행이 무상하여 본래 공이니 이것이 여래의 크고 원만한 깨달음이다..

** 오늘 보니까 제행무상이 이어서 나온 이유가

앞에 나온 방4대 막파착,이라는 구절을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결정적 설법과 진정한 가르침이 믿어지지 않으면 마음놓고 따져 물으라..

바로 근원을 자르는 것이 붓다의 인정하는 바이요, 이파리 따고 가지를 줍는 것은 나는 못하네..

마니주를 사람들은 모르지만 여래장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으니

여섯 가지의 신통묘용은 빈 속의 안 빈 것이고

한 덩이 원만한 광명은 있지만 가시적인 것은 아니로다..

다섯 가지 눈을 맑혀서 신진념정혜의 다섯 가지 힘을 얻는 것은 체득해야 알지 헤아리면 곤란해

거울 속의 풍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물 속의 달을 잡아도 건져올릴 순 없지..

언제나 홀로 가고 걷는데, 달자는 열반의 길을 함께 노니는데, 분위기는 고아하고 정신은 청량하지만, 외모는 초췌하고 뼈다구는 툭툭하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구나.. 운운...

이렇게 암송을 하고 음미하면서 호흡을 맞추었더니 어느 새 20여 분이 지나갔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었는데, 그래서는 다시 바퀴수를 세기도 하고, 리듬을 음미하기도 하면서 3시를 지나자, 오늘도 기본거리는 하는구나 싶어서 조금씩 더 안정이 되어가기에 다시 한 번 더 암송을 했더니 거의 한 시간 정도가 멀지 않았었다... 그래서 조금 더 하고나서 어차피 거리에 숙달하는 것은 금년의 과제사항이기에

초장부터 애쓰지 말기로 하고 물 밖으로 나와서 수영장을 돌면서 다른 사람들 하는 것이나 강습반의 풍경구경도 조금 하면서 호흡이 안정화될 무렵에 밖으로 나왔다..

탈의실에선 어떤 청년이 묻기를 열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몸에 부착하는 것이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발목에 구겨넣으려고 하길래

그렇게 하면 좀 이상해뵈지 않느냐고.. 프리즌 브레이크 하고 비슷하지 않느냐고 나는 팔목에 한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고맙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잘 모른다... 가끔 발목에 감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해뵈곤 했었다.. 즐거운 수영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