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할 병

“웃지 못할 병이에요.”

수녀님을 향해 웃으며 예기하는 나이 드신 여자 분은 신부님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온 가톨릭 신자들이다.

“신부님 댁에서 걱정할까봐 부모님께는 연락 드리지 않았어요.”

“잘 하셨어요. 아직 확인이 다 안됐고 경미 할 지도 모르니까요.” 수녀님 중 한 분이 말씀하신다.

“웃으면 늑골이 아파서 웃지를 마셔야 되는데.”

“늑골 엑스레이 사진엔 이상은 없다고 하던데.”

“그래도 아프시다니 웃지는 마셔야죠.”

휠체어 앉은 젊은 준수한 미남인 신부는 검은 사제 복에 어울리는 미소도 짓지 않고 근엄한 얼굴이다. 둘러싼 수녀들과 신도들은 생각보다 위중하지 않은 상황을 일부러 농담으로 반전시키려 노력하나 보다.

외국인 신부 한 명을 포함한 신부 네 분이 차량사고로 응급실에 와 응급조치를 마치고 각자 병동으로 입실을 가는 중이다. 간호행정의 팀장인 높은 수녀께서 늦으신 시간인데 퇴근을 안 하시고 응급실 앞에 계시길래 순찰을 돌다 도와드린다.

“이번 기회에 허리 아픈 것도 고치세요.” 신자

“허리 아픈 건 어떻게 아셨어요?” 수녀B

“이젠 괜찮아요.” 신부 C

응급실 카트(침대)에 누워있던 네 분 신부 중 두 분은 걸어서 병동으로 가신다.

남은 한 사람 외국인 신부는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다른 외국인 신부 두 분과 같이 병동으로 올라간다. 18층 병동의 가장자리 1 인 실에 도착하니 병실 밖의 풍경은 화려한 서울 강남의 야경이 멋지다. 스페인 어 인지 불어인지 자신들끼리는 무슨 말인지 모를 언어로 각기 예기하던 신부님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국어로 한다.

간호행정의 팀장인 수녀님에게 세 명 모두 세례명을 묻는다.

세례명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친근감을 확인하는 것일까?

응급실로 돌아오니 보안담당 젊은 요원이 묻는다. 수녀님들이 교통사고가 났다면서요?

보안담당의 말 한마디도 헛소문이 되어 주의 해야 하는데 아직 신규인가보다.

이송 담당인 젊은 직원 하나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신종 인플렌자 환자가 세 명 입원했다던데요.” 하며 자신만 정보가 빠른 듯 소문을 내고 다니기에 불러다 야단을 쳤다. 확실하지 않은 헛소문을 내고 다니지 말라고.

감염관리 파트 에서 사전에 연락을 받아 의심환자 세 분이 올 예정 이어 일반인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래원 해 확인 처치 후 야간에 퇴원할 것을 보안요원에게 듣고 소문을 냈었나 보다.

몇 년 전 사스가 유행할 때 S의료원에서 치밀한 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감염관리는 병원에서 담당 부서를 두고 평시에도 교육과 예방에 만전을 기울이지만 실제 간호사나 의료진들이 감염되어 입원치료 받는 사례도 적지는 않다.

아침마다 입원환자들의 엑스레이 촬영은 새벽 5시부터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Bed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VRE 감염환자들을 편의상 가장먼저 영상의학과로 이송하여 촬영하는데 주의를 하지만 백 여명의 환자들을 아침 일찍 이송 안내 등을 하다 보면 감염의 위험은 항상 상존하겠지.

웃지 못할 병에 걸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병원의 일은 이래서 직장이라기 보다는 봉사의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