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에는 수령이 600년 이상 된 나무가 세그루나 있다
입구에 은행나무와 참나무가 나란히 서 있고
조사당 앞에 향나무가 그러했다

그것이 스스로의 됨됨이로 가늠된다면 동안의 삶을 돌아 볼 때

사람으로 살면서 부끄러운 일 참 많이도 저질렀구나 싶다

늘 환경의 피해자로 상실감만 내세워 반항하며 되레 오염시켰고

무지를 가리려다 오히려 무식을 드러냈으며

배려 받을 것도 아는 척 하다 수시로 시비에 휘말렸었다

오목한 소견과 볼록한 시야로 세상을 보니 착시를 가늠치 못해

갈지자걸음으로 세상의 도가 고르지 않다 멀미를 해대다가

나로 구토하는 이 허물만 탓하고 내 옳은 것만 내세워 충돌하니

아집에 발목 잡혀 오늘도 내 허물의 불씨를 짚단으로 덮는다.

 

 

운명의 밑 빠진 독을 채우며 힘겨울 때 야속한 구멍을 원망하면서도

내 성실함이 앞서기를 바라는 지금의 무지가 위안이라 할 수 있는지.

채워지지 않는 운명의 독을 오가는 안타깝고 하릴없는 인생이지만

물을 긷는 생각만 한다면 편리를 찾는 지혜도 노동을 줄일 뿐이라

매사에 말이 나서지 않아도 순리를 찾는 후각과 더듬이를 가꾸다보면

혹여 무지가 운명을 껴안고 물속으로 뛰어들지 모른다.

복잡한 세상사 어찌 모두 알고 가겠는가.

나를 바르게 알리려면 또 얼마나 많은 오해를 삭혀야 하는가.

지금껏 모르던 것을 배워 이루긴 이미 늦었으니

작지만 당연한 일에 매진함에 매사에 조급함이라도 덜게 된다.

이제 멀고 가까운 나를 털어버리고 누구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원근감 없이 짐작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나 또한 바르게 짐작하며

시련 속에서 배운 느낌이나 정히 다스려 단순 무지하게 살아가려 한다.

 

 

 

 

법당을 나서니 풍경소리 새롭고

하얀 고무신 챙겨 준 도반의 얼굴 평온하다

서로 배려하고 감사하는 미소만 나누어도

우리의 평온은 그렇게 시작되고 이어지는가.

챙그렁 댕댕

챙그렁 챙그렁

하산 길 느릿하게 멀어지는 풍경소리가

상념에 고개 숙인 어깨를 토닥여 세우곤

귓속말처럼 속삭이고 간다.

모두가 바람이 하는 일이라고.

 

2012. 5.14. 신륵사에서 法印.

 

에피소드.

 

3월부터 벼르던 한양 길 어렵사리 기회를 만들었으나 실상은 조금 무리했다

신륵사는 한양 길에 빈 걸망으로 돌아 올 수 없어 검색을 하다

되돌아오는 길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서 간 것이라 따로 인연은 없었다.

혹여 경기도 광주 인근에 사시는 기우님들은 (광주시 태전동 268번지)

우리 기우님(예린사랑)이 운영하는 아우네 삼겹살집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가격은 잘 모르겠지만 맛과 서비스 인심이 후덕하니 기우님이라 하시면

아마도 덤이 많이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로는 사람 냄새나는 곳이기에.

 

얼마나 절약 된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산사 적당한 곳에서 텐트를 치고 한나절이나마 일탈의 여유를 즐기고자

많은(?) 준비를 했었다.

텐트. 식사도구. 원두커피. 라면. 이불에 베개 . 소화제........

그 모든 것이 아침부터 내리는 비로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휴게소 구석진 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라면을 끓여 먹고 내려왔다

같이 자리해 주신 분위기 폭주기관차(무?)님 외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