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제가 되어가지만, 그래도 오늘

다만 하나의 승리가 아니고, 한국역사에 하나의 분깃점이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박 세리 세대만 해도 아직 전쟁의 상흔이 어디엔가 있는 듯하다..

다만 노력으로 일을 이룬 박 정희 세대의 숨결이 전해지는 것이다..

김 연아는 좀 다른 느낌이다..

6. 25전쟁 60년, 이제는 전쟁의 영향을 잊고 인간본연의 자발적 표현충동을 따르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이 필요하고 등장할 때가 되었다..

한일 병합? 100년, 타인에 의한 강제개방의 더러운 기억도 좀 정제할 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어려서 화가 날 일이 있었고, 성년 이후에 관찰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단숨에 바뀌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전쟁이 지배한 부모세대의 트라우마는 자녀세대에 영향을 심하게 주고

그러한 왜곡된 발전은, 절반은 의미로운 방식으로, 또 다른 절반은 못된 방식으로 다시 그 다음 세대에게로도 유전되는 듯도 하였다..

박 세리까지도, 히딩크의 월드컵까지에도

한국은 외형적 성공을 보여주었지만, 그러나 무언가 정서불안과 성공강박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항상 있는 듯도 하다.. 요 며칠 사이에도 자살하는 사람도 보였고, 또 더럽고 추잡한 못된 짓을 무슨 전통이나 되는 듯이 저지르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청소년들이 모습도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에 동계올림픽을 통해서 보는 풍경은, 이제 무언가 좀 무전제의 토양 위에서 보편적 사유도 가능한 세대가 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1990년대부터 내가 느껴온 것은, 원래 물질문명의 상징이던 서양은 도리어 정신적 통합의 필요를 느끼고

제길을 찾아가는 반면, 우리 나라 혹은 조국은 남의 뒤꽁무니를 좇느라 바빠서 정작 중요한 것은 잊어만 가는구나, 하긴 사람이 무언가를 배울 땐 못된 것을 먼저 배우지.. 라는 느낌이 좀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양문명이 온전함을 구하는 흐름이라는 것이 소위 68운동이고 히피들의 뿌리이기도 하고, 그러저러한 배경을 토대로 그나마 지금의 서구문명의 균형감각이 조성되어온 것이라고 막연히 느끼게도 되었다.. 아마 클린튼 시대의 상대적 평화를 가져다준 배경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 김연아 세대가 성년이 되었고, 그들은 정상적인 인생을, 과거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문명을 가꿀 것을 선언하는 듯도 하다..

지금의 부모세대는 애매한 구석이 좀 있다..

전쟁을 겪은 노인들의 잘살아보자는 단순한 명분도 아니고,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서

성장과 분배의 묘한 통합은 이런 것이라고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김연아들은 성년을 선언하였고, 그 바로 뒤에서 곽민정들도 이미 자라고 있다.. 이게 역사다...

상처가 덜한 정상적 문명과 사유의 가능성을 기뻐하면서

남은 한 세대의 역할에서는 성공할 수 있기를..

안정적 사회변동의 가능성은 좀 적고, 주로 개인들의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러나

판세를 잘 읽어서 다같이 주어진 승부에서 만족하는 인구가 많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