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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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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잡설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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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까지를 보았다. 이젠 분량으로는 거의 다 본 셈이다.. 말이 복잡해서 아직 내용의 흐름을 밝히 알긴 힘들다.. 그러나 이제 대체로 그의 발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니 몇 년래에는 난문으로 저명한 그의 작품들의 생성과정도 드러날 듯도 하다.. 대체로 잡설품의 주제는 성배의 본질적 의미가 아닌가 싶은데 이것은 서양문명의 기본골격을 상징하는 것 같다. 저자는 7조어론으로 그의 그랜드 디자인은 끝났고, 08년에 출간된 잡설품은 자신의 발상을 서양문명에 대입시켜본 처방전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 듯도 하다.. 말하자면 성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양권에서 말하는 성품을 상징하는 것인데 상징이 우상화되어서 바깥을 떠돌아온 것이 서양문명의 장점이고 한계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기본메시지는 대략 알려진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맹자를 보면 사람들은 닭이나 돼지를 잃어버리면 하루종일을 찾아헤매면서도 자신의 마음의 경우에는 나갔는지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유사한 발상이리라.. 사람들이 마음에 별로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에 주목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그렇다..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마음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래서 온갖 교학들이 무성하게 자라났을 것이다.. 420쪽에는 노자가 인용되어 있는데 비었다는 뜻인 沖을 설명하고 있다. 虛는 보다 일반적 개념이고, 충,의 경우는 현상 속에서 작용하는 빔,을 말하는 것처럼 설명되고 있다.. 도충이용지 운운하는 내용은 5장의 내용이고(** 확인해보니 4장) 설명에 동원된, 그릇은 비어서 쓸 수 있으니 그릇의 쓰임새는 그 비어있음에 있다,라는 논리는 아마도 11장에 나오는 표현일 것이다. 후주에 보면 또 한 차례 노자가 인용되어 있는데 곡신불사 운운하는 내용은 아마도 6장의 인용일 것이다.. 노자는 흔히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의 발상은 아마도, 노자가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 같으나 실은 모든 것이 음양의 대대구조를 담고 있는데, 우리가 드러남에만 익숙해서 여성성을 인식하는 능력이 박약하므로 드러남과 숨음을 공히 인식하게 될 적에 비로소 상대성으로 이루어진 현상계, 즉 프라브리티, 혹은 바르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인식을 두고 불교나 선에선 불이라고 하고 인도에선 아드바이타라고 하는데 다만 박상륭이 독특한 것은 그러한 동일한 인식이나 깨우침에 대한 디자인 자체가 그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불교 뿐 아니라 인도의 제종파 그리고 동서양의 모든 신화와 동화 등을 동원하여 이들을 한국전통의 판소리 리듬에 맞추어서 자신의 목소리로 휘감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접한 다른 구절 들 중에선 - 나의 생각은 중립적이지 않다.. 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생각이란 내 생각이다 남의 생각이다 등으로 나누곤 하지만 사실 생각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은 누구나에게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자신을 구제하는 것이 사실 상 자신의 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도 두어번 이미 인용한 적이 있지만, 유식 30송을 보면 자아의식의 특징으로 맨 앞에 나오는 것이 아견,이다.. 자신의 견해라는 것인데 요즘 접한 저 구절을 가지고 풀면 아견,이라는 말은 나의 견해라기 보다는, 자아라는 것은 견해를 자신의 것인줄 안다,라는 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에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 셈인데,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적었다. 쉬운 책도 소개한 적이 있었고, 선종의 단순복잡한 작품도 있었지만 잡설품은 비교적 복잡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무언가 마음 속에 작은 불빛이 누구에게나 있는 듯도 하므로 그러한 은밀한 목소리를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복잡해뵈는 글들도 종내에는 결국 단순함이 그려내는 무늬임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 또한 그러한 과정은 일체의 단순함이 크게 혼란된 타래들을 원상회복케하는, 프로기사의 멋진 기보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인 듯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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