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이란 더욱 깊은 함의를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정직성은 바깥을 향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가슴의 요구는, 그것자체가 인생의 의미일 수 있다..

머리는 대개 번뇌가 생기고 나서 작동되지만, 내면의 요구와 바깥의 요구에 각각 적절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업식을 녹이는 것이 인생의 기본의미일 가능성이 있고

이것을 외면하지 않음이 자신을 속이지 않음일 수 있다. 그런데

바깥의 요구를 따르는 것은 어떤 대상과 수준에서는 필요할 수 있으나

가슴 속의 요구를 바깥에선 알기 힘든다..

사람에겐 원래의 각성이 있는데, 이것이 무명과 결탁된 것을 두고 업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개 이러한 업식은 가슴의 요구라는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요구에만 따르는 것은 성급함과 위험이 있는 듯도 하다.. 머리의 사유는 외적인 필요의 충족과 더불어, 이러한 내부적 요구를 묘합하는 지혜를 요청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상황은 보편화되어 있지 않고, 대개의 경우 상황의 왜곡으로 등장하기 쉽고, 거창한 명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알고보면 단순한 것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왕양명은 후기에 다만 치양지를 말하였는데, 양지는 대개 양심이라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양심이라는 말은 순전히 자신 만이 아는 영역이지 서둘러서 외적인 도덕률이 개입되어선 곤란해진다..

이 양지와 유사한 뜻이 [대학]에서 말하는 성의,이다.. 거길 보면 무자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실천하려면, 우선 내면의 요구를 잘 알아야 하고, 그리고 외적인 필요도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머리와 가슴의 각각의 역할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개인마다의 업식이 다른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생존의 압박을 받는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스로 알지 못할 때부터 외적으로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외적인 성공은 실은 진여의 공덕을 체득하는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업식의 해방이었을 수도 있다..

머리는 생각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고민이 되기 전에 하는 생각을 사유라고 하고 이때에는 상당한 침착성이 기대된다.. 고민이 되기 전에 마음 속의 요구를 잘 들으면 영감이 풍부해진다.. 이것은 정혜의 선순환이다.. 선순환이 안되면 가슴은 불타고 머리는 아프다.. 가슴의 해방은 몸의 에너지와도 연관되는 듯하다..

정직이라는 하나의 명제를 위해서, 바깥으로도 살 줄 알아야 하고

침착하기도 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용기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왕양명 정도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 이전에 머리의 역할과 가슴의 역할에 대한 구분된 인식도 필요한 것 같다.. 세상이 영혼을 성급하게 침범하면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다분해보인다.. 그러한 혼돈이 아마도 질병의 씨앗이 아니었을까?

대개의 사람들이 중년 이후에 질병진단을 받곤 하는데, 진단을 받으면 대개 나이가 들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질병의 형성기간은 대개 20년 이상이고, 거의 평생일 가능성이 많다..

어제는 어떤 유명한 회사의 부사장이 자살을 하였다. 그는 그 순간에 자살하였지만, 그 질병은 오랜 시간 배태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회사 내의 인사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독립된 조국의 문지기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면, 자살은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에게 회사의 활동은 외적인 성취동기였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간 소년은, 혹은 청년은

전자공학에 대해서 미리 알고 가지 않는다. 가서 알아가지만 대개의 경우 왜 자신이 그런 학습을 해야 하는지 대개의 경우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유학 후에 92년에 취직했다니 30대 중반이다..

대학을 다니고 유학하는 과정에 그가 과연 행복했을까? 그가 꿈꾼 성년의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요구와 사회적 분위기를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배합하고 조화하는 지, 그에겐 평생 알 기회가 없었을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영혼의 과제는 가슴의 소리라고 표현될 가능성이 많다. 불교적으로는 아마도 업식일 듯하다.. 그리고 머리가 하는 역할은 안팎에 무관하게 공정과정의 타당성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바깥의 필요를 위하여도 머리는 작동하고, 내면의 요구와 영혼의 과제를 위해서도 머리는 작동할 수 있다.. 세상이 혼란하면 이 둘을 배합하는 기술은 잘 가르쳐지지 않으며, 알고나면 병들거나 나이가 들었기 쉬운 것 같다.. 정직할래도 시간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는 각각의 과제가 있다.. 알렉산더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내면의 요구에 부합하는 영혼도 있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햇빛을 가리지 않는 일 뿐이었다.. 알렉산더는 알고보면 자살하지 않은 삼성부사장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반드시 디오게네스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세월이 갈수록 사회화가 갖는 병폐를 느끼게 된다.. 세상이 우선하면 가슴의 요구를 들을 기회가 없다.. 심하게 말하면 남들 눈치보는 불행한 인간들만 가득한 세상이 된다.. 그 어디에도 행복한 인간은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가슴 속의 요구는 불성과 욕구가 혼재된 소위 업식이라고 하자.. 그리고 업식에서 해방되는 것은 존재의, 인생의 의미 자체일 수도 있다..

머리는 기능적인 것이므로 외적인 당위와 내면의 요구가 혼재되는 것은 좀 위험하다.. 게다가 대개 이런 문제에 착안할 때엔 이미 건강이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노정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혼미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길이 안보일 가능성이 있다.. 50대의 사람에게 해결을 위하여 20년 이상이 필요한 과제가 주어지고, 그 기간에는 나아질 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다른 방식의 인생을 그가 살아보지 않았다면.... [대학]의 핵심은 誠意에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게 사실이고, 그 중요성은 그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성의,는 무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이 의미는 다시 그보다 더할 지도 모르겠다.. 정직성이란 일단 사회적 요구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존재의 의미자체로서의 정직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인데... 그런데 정직하기 위하여 아들딸과 아내와 평생의 인연에서 멀어져야 한다면? 정직하기 위해서 50대 이후의 20년을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 그런데 더 이상 거짓으로 살 수도 없다면.. 더 이상 마음의 짐을 가지고 생활해나갈 수도 없다면..

옛날에 스쳐지나간 책들 중에서 학교는 죽었다,라는 것이 있었는데, 왠지 그 책 이름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세상에는 기득권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주어진 그 得이라는 것이 과연 득인가? 알렉산더는 득이고 디오게네스는 실인가?

내면의 정직성이나 업식의 문제로 볼 적엔 득실의 문제를 그렇게 파악할 순 없다.. 기득권을 문제삼는 사람들 중에는 도리어 그 기득권의 시각에 물든 어리석음으로 인생을 보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톨스토이처럼 80대 노인이 길에서 얼어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정직성과 용기, 그리고 침착성 등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