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알고 있던 공안에 관한 일화가 떠올랐다..

경청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승려에게 밖에 들리는 소리가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라고 한다.. 그러자

경청은 중생이 전도되어서 자신을 버리고 대상사물을 좇는구나,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마음을 버리고 사물을 좇는다는 것은 본질과 대상이 공존하는 것을 모르는구나, 라는 말이다.

우리가 빗소리를 들을 때에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들리는 필드가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흔한 말로 하면 파도가 물을 여의지 않았으며

모든 모양은 그 모양일 뿐은 아니라는 말이다..

맹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집안의 돼지나 닭이 집을 나가면 하루 종일을 찾아다니지만

정작 자기 마음은 나가도 나간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불교에선 회광반조라고 해서, 대상을 인식하는 인식의 빛을 그 뿌리로 되돌리라는 말이 있고

또 신유학에선 존심양성이라고 해서, 마음을 잘 보존하여 본래의 성품을 양성하라는 말도 있다..

또 선종에선 성태장양이라고 그렇게 드러난 성품을 소를 먹이듯이 잘 먹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게 선근을 따라서 성품을 잘 양성하면

낯설던 형이상은 친숙해지고, 친숙하던 분별의 습관은 낯설어진다는 말도 또한 유명하다..

우리는 세상에서 사회인으로 자라면서 무언가를 우선 성취하는 습관을 익혀야 했었는데

이것은 개인의 성장과정에 불가피한 일인 지 모르나 또한 분별의 습관과 개인의 장벽의 틀이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무언가 해방을 구하는 방식도 또한 그처럼 획득적 습관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유명한 기신론에서 말하는 본각일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라는 경청의 질문에 대해서

다석의 제자로 알려진 김 흥호 선생은 이런 촌평을 하고 있다..-

** 김 흥호- 선생이 산을 그리라고 할 때엔 산이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미를 보고 싶어서 산을 그리라는 것이다............... 사람이 그림에 대하여 요구하는 것은 실재요, 물건이 아니다.......................... 비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비오는 소리를 보아야 한다.

선생이 무슨 소린가 라고 물을 때엔

무슨 소리인지를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물소리의 의미?가 무어냐고 묻는 것이라는 것이다..

일체법이 본래 적멸의 드러남이라는 전래의 구절을 좋아하던 어느 노승이

봄이 되어서 철쭉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고 이런 구절을 대응하였다고 한다..-

봄되어 온갖 꽃 붉은데, 누런 꾀꼬리는 버들에서 우누나..

원래의 구절과 합하면 이렇게 된다..-

제법은 본래부터 언제나 적멸의 상이니

봄되어 백화가 붉고 버들에 꾀꼬리 우네....

토요일도 일요일이고, 일요일은 또한 평일이라는 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