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느낌이 있다..

어제인가 바둑을 두는 이 세돌의 눈빛을 보니 이전에 보던 조 훈현의 눈길이 연상되었다..

아마도 시대의 차이이겠지만, 지금 이 세돌의 분위기는 이전의 조 국수보다 훨씬 매혹적이다..

그런데 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관련된 다른 문제가 부각되기도 한다..

원래 이 세돌은 여러 모로 어린 분위가 강했다..

그래서인지 소위 일인자론이라는 것이 등장했을 때에, 시기가 앞선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일인자스럽게 행동할 만한 시기가 정작 그에겐 주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인자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인가?

그런데 반년의 휴가를 거치고 복귀한 이 세돌.. 전관왕 시대의, 서른 살 이전의 조 훈현의 눈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실력은 천하제일..

지금의 이 느낌이 맞다면 이 세돌은 정말 운이 좋고, 한국은 정말 다행이다..

life cycle이라는 점에서 볼 적에, 1980년의 조 훈현은 이미 어느 시기 안에 있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챔피언이었다.. 그런데 2010년의 이 세돌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있다.. 왜냐하면

무언가 부족한 어떤 면이 보충되어서, 그 하나의 시대를 이제 시작하는 느낌인데, 그는 이미 세계최강이다..

한 편으로는 참 운이 좋구나 싶으면서도 다른 면에선 좀 불안해뵌다..

체력이나 정서적 안정, 혹은 사회적 맥락 등으로 볼 때에, 도리어 얼마나 이 세돌이 집착할 만한 상황들이 주어질 것인지가 도리어 궁금해져버렸다.. 만약 상황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지금 이 세돌의 분위기는 족히 한 세대는 갈 만한 기상과 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미 최고수이다.. 과연 어떤 동인이 계속 그에게 주어질 수 있을까?

조훈현이 전관왕을 하고나서 10년 쯤 후에 응창기배가 생겨나서 세계대회에서 이름값을 비로소 하자마자

이 창호가 등장해버렸다.. 조 국수의 입장에선 세상일이라는 것이 그리 풀릴 줄을 몰랐을 것이다.

어린 제자를 입문시키고, 세계최강실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인생의 황금기에 엉뚱하게도

어린 노인의 희유섬세한 운석이 자신을 곤란케하다니...

인생의 시기로 볼 때에 이 세돌은 전관왕을 처음 할 때의 조 훈현을 연상케한다.. 그런데 이미 세계최강이다.. 그에겐 어떤 응창기배가 주어질 수 있는가? 이게 문제다..

과연 판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남들이라고 다 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세상일은 알게 모르게 평등하게 조정되는 이치가 있으니

일단 10년 정도 이 세돌이 기묘신귀출몰한 운석을 보여준다고 하자...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신에게 두 점이라면 해볼 만한 새천년 이창호가 등장할 것인가, 아니면, 미지의 다른 상황이 펼쳐져서, 인생은 과연 알 수가 없구나 라는 것을 보여 줄 것인가?

바둑동네만 해도 궁금한 일들이 이따금 있다..

어려서 그토록 강력해뵈던 송태곤은 왜 조용하기만 해졌는가? 한 상훈은 왜 잠잠하기만 한가?

박정환과 김 지석은 과연 어느 선까지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인가?

13억의 중국은 과연 어느 만큼 이 세돌과 싸워낼  것인가?

여성계에는 과연 언제나 새로운 스타가 등장할 것인가?

나라의 보배가 되어 돌아온 이 세돌 9단에게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