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활짝 열고 비개인 상쾌한 아침을 맞으며 자판을 끌어당긴다.

어저께 지나치며 TV에서 본 다른 지방의 비소식이 없었다면

상쾌함만 있었을 것이나 감사함에 괜스레 경건해진다

모두 피해가 적었으면.

아침부터 부산한 우리 집은 딸내미 깨우는 우렁각시 목소리가

애처로움 속에 집요하다

원이야. 원이야 일어나야지. 원이야..........

오늘은 쉬는 날이라 나는 나대로 볼일이 있고 둘은 도서관에 간단다.

오는 길에 병원에서 간병중인 어머님을 모시고 들어오기로 했다

능률적으로 집안일을 보기 위해선 항상 이렇게 시간을 맞춰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간만에 우리 집 꽃들을 모두 모시게(?) 되었다

할미꽃. 우렁각시꽃. 딸내미 꽃.

산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각자의 개성을 맞추어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나를 제외하고도 경륜과 현실과 미래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그 꽃밭에서 선달이는 김을 매고 물을 주고 곁가지를 치고도 또 신경을 쓴다.

그 어느 꽃도 예쁘지 않을까마는 무의식중에라도 오래 머물렀어도 안 된다.

나의 고충은 그 완충 역할을 하면서 나를 누구보다 이해해야하는 우렁각시꽃이

질투심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할미꽃은 물론 딸내미 꽃도 예외가 없다

자기부터 예쁘다 해야 다른 꽃을 돌볼 수 있으며 내가 없어도 자기가 돌본다.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가시가 영 성가시다

할미꽃은 아무리 돌보아도 안쓰럽고 딸내미 꽃은 늘 애처롭다

인내심 얕은 내가 이 꽃밭을 가꾸려니 그것도 어설프기 짝이 없어 사고를 친다.

서툰 호미질에 손가락을 다치고 풀잎에도 손을 벤다.

그리고 관리자랍시고 환경을 탓하며 지레 역정을 낸다.

그 별꼴을 꽃들은 참아주고.

행복의 조건은 신에게 있지 않다고 본다. 자신에게 있다

그것은 가꾸는 이와 받는 이의 겸손과 신세에 감사하는 마음이 우선이라 보는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하여 초심을 잃지 않아야겠고 그것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

무엇을 논리적으로 따지는 해박함보다 무엇에 동화되는 겸손함으로 임하고

나로서 무엇을 말하기보다 무엇 속에서 나를 잃지 않아야겠다.

낮에는 몸을 녹이는 따뜻한 햇살이 되고 밤에는 어둠을 밝히는 선한달이 되고

세상사 힘들어도 온갖 투정 받아주는 갯바위가 되고 싶다.

그리고 훗날 서산에 걸터앉아 나의 꽃밭을 바라볼 때 안쓰럽지 않기를.

원이야.

알았어.

두 사람의 실랑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