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기억으로는 91년의 일이다..

당시에 철인 3종 경기가 알려지고 있어서, 당시에 수영의 숨쉬기를 도저히 모르고 있던 나는

이제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호흡을 깨우쳐야 하겠다고 작심하고

숨쉬기가 될 때까지 날마다 수영장에 가기로 결정했었는데

사람이 결심을 하면 하늘이 돕게 되는 것인지, 의외로 단 6일 만에 건너편으로 처음 넘어가는 쾌거를 이루었던 것인데

물론 처음 피안으로 건너게 되었을 때에는 무언가를 제대로 하면서 가게 된 것은 아니었다..

숨쉬기와 팔운동을 맞추어서 제대로 하느라고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었는데

애써서 노력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오른 팔에 왠 바위같은 감각이 와 닿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마의 25미터를 자력으로 난생처음 건너게 된 것이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기적과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일단 숨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나자, 그 뒤에는 일이 잘 풀려나가면서

다시 한 주일 정도가 지날 무렵에는 500미터, 즉 열 바퀴를 주파하는 또 한 번의 기적이 발생하였는데

일이 그 쯤 되자, 당시에 수영장에서 나의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해주던 어떤 동네수영객의 평소 발언이 생각나면서, 나도 잘 하면 불원간 한 시간에 40바퀴 쯤을 수영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러나 아쉽게도 얼마 안가서 일일회원제도가 사라져 버리게 되었고, 그 뒤로는 꾸준히 수영을 할 기회는 생겨나지 못하였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고나서, 아파트 생활이 지속되면서 무언가 컨디션 이상이 생기는 느낌이 들면서 이 역시 왕년에 경험하였던 장거리 달리기를 해서 이듬해 봄에 있었던 마라톤 대회의 하프코스라도 나가볼 까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다리의 느낌이, 날마다 연습을 하지 마시오,라는 말하는 듯 하였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참 제입에 맛는 떡이 없다더니, 의욕이 있어도 못하는 일이 이렇게 도처에 깔려 있으니, 그래서 욕심으로 세운 계획은 대개 망가진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인근에 수영장이 생겨난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수년 전부터 수영을 지속하게 된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그 이전에는

지금 수영장에 흔히 있는 그 뜰판이라도 제대로 있었는 지 좀 의심스럽다.. 그리고

대학생 시절에 한두번 가보았던 수영장에는 lane의 구분이 없었던 기억이고, 그러다보니

뜰판도 레인의 구분도 없으니, 초보자가 호흡연습을 할래야 할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또 그러면 강습이라는 제도가 지금처럼 안정화되어 있었던 기억도 아니다...

하긴 요즘도 강습을 받아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보면 몇 달을 배웠다는데도 거리를 보면 겨우 얼마 못가는 경우를 보았고, 내가 처음 수영을 해야 하겠다고 작심을 할 때에도 혹시 누군가가 확실한 말을 해주면, 그 말을 따를 심리가 있었지만, 당시의 내 주위에선, 어떻게 해야 호흡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확실한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니, 설혹 당시에 강습을 받았다고 해도 내가 궁금해하던 의문이 제대로 해소될 수 있었을 지도 의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수영을 익히기는 굉장히 쉽다..

뜰판을 잡고 팔동작과 호흡을 일치시키는 연습을 하루에 10바퀴 정도를 하면서 일 주일에 한 나흘 만 연습하면 내가 처음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던 것처럼, 25미터 건너기에 단 한 번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뜰판을 잡고 호흡과 팔동작을 일치시키는 연습을

일 주일에 나흘,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만 연습하면, 그러니까 시간 수로는 통산 4시간 만 연습하면 수영에 입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나면 거리의 문제는 체력이 아니라 다만 리듬에 불과한 것이니

시간과 더불어 자연히 해결되는 셈이다...

吾早年來積學問。亦曾討疏尋經論。

分別名相不知休。入海算沙徒自困。

卻被如來苦訶責。數他珍寶有何益。

從來蹭蹬覺虛行。多年枉作風塵客。

나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쌓으면서

이론적 토론도하고 경론들을 찾아서 연구도 하였었고

온갖 개념들과 구조를 파악하느라 바닷속의 모래알을 세듯이 피곤한 노력도 많이 하였었는데

어느 날 여래의  냉엄한 한 말씀이, 남의 보배를 세어봐야 무슨 실익이 있나?

나름 비틀거리면서 해온 일들의 허망함을 자각하고보니

여러 해를 공연히 애쓰면서 풍진객이 되었음이네..

                - 영가 현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