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덤불숲 꼬마 수달이 분주히 움직인다.

노적가리 속 거미도 어설픈 소금쟁이 어부도 그렇게 바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뜨거운 여름날과 녹녹치 않은 가을 한낮을 맨손으로 불살랐다

무엇을 하는지 알면서 모른 채 지켜보는 그녀를 위해
담을 쌓고 지붕을 이고

마지막 보드라운 아카시아 잎과 볏단 방석을 깔아 놓고

부끄러워 권하지도 못하고 먼저 털썩 앉았다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

어색하게 웃다가 이내 손으로 가렸다

어저께 빠진 앞니 때문에.

개울가 수풀 속을 분주히 뒤적이다

새끼줄을 뱀으로 알고 화들짝 놀라  옷만 버리고 맨손으로 나왔다

민망해 하는 나를 위해 조금 떨어져 앉은 그녀

그리고 노적가리와 아카시아 지붕과 방석  맨손을 무겁게 만든 그녀의 말

숙제는 했어.
그때 못했던 말.
꼭 전하고 싶은 말.
검붉게 불거진 핏줄 협곡처럼 뒤틀린 주름들 그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술잔
세파에 찌든 그 서러운 눈에도 노란 볏단과 파란 아카시아 담벼락에 기댈때면
긴머리 소녀를 위해 땀을 흘리던 앞니 빠진 소년이 된다고.
그리고........
아직도 뱉지 못하고 삼키는 말
당신 생각하면 영원히 숙제를 못하는 소년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