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기를 순역으로 관찰해서 마지막에 석가모니가 도를 이루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12연기를 처음부터보면 현실감이 잘 오지 않는다.

비교적 우리인간의 현실에 가까운 것은 가운데의 다섯 항목이다.

촉수애취유,의 다섯 항목이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인생이나 생활이라고 할 만하다..

촉이라는 것은 외계와 부딪힌다는 말이고

수,라는 것은 감각작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그 결과

애,라는 것은 좋고 싫음을 구분하여

취- 취사를 한다는 말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는데

이러한 습관이

有- 남아있으면, 다시 개별성으로

생- 탄생을 하여

로사- 늙어죽는다는 것이 촉,에서 시작하는 일곱 가지의 항목이다..

그런데,

촉,이라는 것은 이미 인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인간이 되기 전의 항목이 그 앞에 있다..

識이라는 것은 뒤에 나오는 有라는 것과 내용 상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분별적 영혼이라고 할 만하다. 이 영혼이 몸을 입으면, 즉 수정란과 합체하면

명색, 즉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가 되는 것이고 명색에 감각기관이 갖추어지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육입,이라고 하니 이렇게 육입이 갖추어지면 엄마 배를 나와서 앞에서 말한 촉수애취유,의 소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심리학적인 설명 만으로는 입체적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인데

有가 있는 채로 죽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영혼은 다른 존재계로 간다.. 그게 바로 흔히 말하는 6도이다..

즉 덕있게 산 사람들은 하늘나라로 가는데, 그 하늘은 수준에 따라서 욕계 색계, 무색계로 간다..

대개 색계 이상은 수준이 높아서 인간으로 환생을 잘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냐하면

소승의 4과라는 것을 보면

7환과, 일환과, 그리고 불환과, 그리고 아라한 등의 단계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돌아올 환,이라는 것이 바로 욕계로 돌아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라한은 대개 3계, 즉 삼천대천세계, 혹은 하나의 불세계를 벗어난 것으로 지칭하는데

대승에서는 부사의변역생사,라는 개념이 있어서 아라한은 아직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일컫는다..

이러한 내용과 연관지을 수 있는 것이 12연기에서 맨 앞의 무명과 행,이라고 할 만하다..

즉 불교에선 무명으로 인하여 우주가 심리학적으로 생성되었다고 말하는데, 이런 내용은

능엄경을 보면 잘 나와 있다. 물론 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것은 우리들의 과제이다..

무명으로 인하여 우주가 생겨나고, 그 생겨난 우주에서 개별생명체가 생겨나고,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인데

인간의 모습을 하기 이전의 개별생명체가 3번 항목인 識, 즉 의식체인 셈이다..

무명은 본래마음에서 착각이 일어난 상태라고 하고,

行은 대개 원래 마음에는 작용력이 있는데, 무명 때문에 맹목적인 작용력이 있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해서

무명으로 인하여 우주와 개별생명체가 무의식적으로 생겨나고, 그 작용력으로 인하여

거듭 어둠이 깊어진 것이 소위 영혼이고

그 영혼이 육도를 노니는데, 인간의 몸을 얻을 때에는, 남녀가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껴서 엄마모습을 보고 달려드는 것이 입태의 과정이라고 티벳 사자의 서,에선 설명한다. 이건 남자의 경우이고

여자는 반대라고 한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일렉트라 컴플렉스는 모두 사자의 서에 적힌 내용이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무명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12연기의 기본명제인 셈인데,

대개의 우리의 생활은 전체의 항목들을 확인하기도 힘들고, 다만 하나의 인생의 틀인

촉수애취, 정도에 습관화되었기에, 윤회를 벗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윤회가 있네 없네 하는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입체적인 구조를 갖는 것이 불교의 난점의 하나라고 할 만한데

왜냐하면 우선 이론적 그림을 알려고해도

12연기에는 윤회를 가설로 인정해야 하고, 그 뿐 아니라 거기에는 삼계, 혹은 삼천대천세계를 말하는 우주론이 필요하고

그 정도가 아니라, 다시 우주가 진리에 대한 착각에서 발생하여 어둠을 거듭한 내력을 확인하여야 하며

다시 여기에서 사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이상의 논의가 복잡하다고 해서, 단순히 수직적으로 압축한 방편이 등장하였는데, 그게 바로 선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에선 이상의 복합적 설명이 난해하므로 다만

분별을 벗어나는 구조적 상황을 연출해서 그 분별의 경계를 터뜨린다고 하는

실용적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분별적 마음에는 이게 도리어 어려운 느낌을 줄 수 있고

또 교학이 번잡하다고 해서 등장한 게 선종인데, 현실적으로는 선종의 자료들도 산더미가 되어 있고

또 이런 자료들은 대개 인간적 언어도 아니므로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면 이해력의 범주를 벗어나는 자료가 산더미 처럼 더 많아진 셈이다..

이렇게 되니 도리어 불교의 전체구조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그러다보니

금융위기에 바쁘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도 힘들고

자식들 유학비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언제, 이런 그림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대개는 전체그림을 알 기회는 적고 단순하고 명료하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힘을 주는

그런 내용에 우선 애정을 갖기 쉬운 듯도 하다..

게다가 우리 한국의 인생구조를 보면

스무 살까지는 다만 대학입학이 문제요

서른 살까지는 취직결혼이 문제요

쉰 살까지는 세상에 살아남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문제요

70세까지는 늙어서 걱정이라는 매우 단순한 구조가 판박이로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더욱 더 복잡해보이는 이야기는 늘어놓기도 힘들고, 들을 귀도 적다고 하겠다..

아마도 그래서 혹자는 이미 가정을 이루고나서도 야반도주를 해서

이 모든 복잡성의 구조와 뿌리를 직접 파악하려고 미안함을 무릅쓰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성공했으니 남의 나라 국가공휴일까지 획득하였지만

만약 실패하였다면, 그러면 천하의 무책임한 날건달이라는 비판과 오명을 들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니

그의 성공을 찬양하는 마음과 돈안되는 연구와 수행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무리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흔히 사바세계라고 부르는 동네의 모순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라고도 여겨지는데

아마도 그래서 중동의 한 선각자는 말하기를

여우같은 지혜와 독수리같은 용기를 겸비하라고 말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