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새벽4시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오늘은 모처럼 푹 자고 싶었는데 저절로 깨는 것은 처의 이른 출근시간이 이젠 본능적으로 뇌리에 각인되어서 인가보다.

처는 4시면 일어나 40분경 집을 나서는데 문자라도 매일 보내야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것 같다. 최근 직장에서 12시간이상 일을 하다 보니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었다. 육체적 노동보다는 관리감독 일도 오랜 시간은 이리 힘든데 12시간을 일 해야 하는 처의 건강이 걱정이다.

전화 속 목소리는 과로와 감기로 시작 전부터 힘겨운 목소리에 안쓰럽지만 지금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오후 5시까지는 통화도 어렵다.

금요일 나이트 근무 후 토요일 아침 집에 갈 것을 이야기하니 힘이 난다.

임상병리과의 나이트 근무에 새로 직원 6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해야 되 오늘부터 업무량파악과 교육을 위해 같이 밤일을 할 예정이다. 응급실과 수술 후 회복 실, 중환자실의 교육과 배치는 거의 마쳐 원활히 운영되고 지난주는 신입직원 16명을 교육 배치하였다. 임상병리의 6명 재교육과 배치 근무 표 작성 등에 어제 그제와 오늘 밤부터의 실제배치는 중요한 일 이어 야간근무를 하게 되고 약제 부 15명 인원 중 나이트 근무자3명의 운용현황을 같이 살펴보아야 한다.

지친 발걸음으로 병원 사무실을 나서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아침 6시면 출근했다 퇴근 때는 항상 깜깜 했는데 모처럼 일찍 7시에 나서니 환하다. 해가 벌써 퍽 길어졌군. 간호부의 출근시간에 맞추면 오후3시가 원래 퇴근시간인데 관리자라는 미명하에 오후7, 8시가 보통이다.

오늘밤도 원칙은 밤10시 출근이지만 오후 3시반 까지는 도착해야 할 것 같다.

전보다는 현저히 약해진 것이 스스로 느껴지지만 더 힘들 처를 생각하며 내가 더 오래 일할수록 처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겠지 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내달부터는 오후 3시에 퇴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전화 속 이야기에 다행을 느낀다.

“하숙을 하라니요?”

“병원에서 살 테니 아버지가 병원비나 내어요.”

전화 속으로 부친에게 원망하며 화난 몸짓으로 전화를 끊는 정신병동의 남환은 겉보기에는 멀쩡하다.

다른 젊은 아직은 어려 보이기도 하는 청년은 진정제나 수면제를 맞았는지 이동용 Cart에서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다. 팔을 카트에 묶여있는 것을 보면 진정 된지가 오래지 않은가 보다. 그가 사용할 병실로 들어서니 독방에 가구라곤 아무것도 단 하나도 없이 창살엔 쇠파이프로 막혀있다. 정신병동의 삭막함은 올 때 마다 여러 생각이 든다. 환자의 모친은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도 전혀 내색이 없다.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까?

2중으로 막혀있는 쇠문을 열어주는 간호사에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이 더 답답하겠어요.”

답 없이 간호사는 웃기만 한다.

어제 퇴사한 청년은 30세였다. 한창 나이에 무얼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적응을 못했다. 전투경찰에서 군복무도 마치고 복사기회사에서 3년간 근무도 했었다는 데 사회성이 조금 결여 되 보인다. 건강이 약해 구토증과 거식증에 시달린단다. 자폐성향이 조금 엿 보인다. 교육기간 며칠 후 약제부에 하루 근무를 하곤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해 바꿔주고 자신감을 길러주게 같이 다니며 최대한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저녁7시경 같이 식사를 하곤 그만두겠다 말한다. 퇴사를 알아서 시키기 원하는 듯 하던 소장에겐 내가 알아서 자른 것으로 유능한 관리자로 보일까? 내 자식들도 그들의 직장에서 잘 적응하며 인내하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듯이 남의 집 자식들을 많이 돌봐야 하는 내 입장에선 가능한 한 참고 인내할 수 있는 편안하고 보람된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할 텐데. 정신병동의 청년들보다 사회에 일자리에 나선 청년들은 그들 앞에 펼쳐진 기회에 더 멋진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에겐 그렇지 만도 않은가 보다. 약제부의 젊은이 한 분도 그만 두었다. 전에 다니던 더 좋은 직장으로 복귀한다니 잘 된 일이지.

우리회사 소속 Call 센터의 근무인원 10명중 4명은 처녀이다. 어린 처녀들도 들락거린다. 수많은 청년들 속에 그들의 보람과 사랑 행복을 기원해본다. 그렇지만 내게는 내 처가 가장 중요하고 나의 삶의 원동력이자 이유 아닌가?

조금 천천히 나가볼까 싶던 출근을 이 글을 마치고 빨리 나서야겠군 싶다.

내가 움직여야 여러 사람이 나의 처가 편해지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