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탄절 전날인 24일..

비록 허접한 크리스천이지만 날이 날인지라 성경을 꺼내 이 밤에 조용히 읽어 보았습니다.

신약의 마태복음을 읽었습니다. 

읽고난 뒤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우는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이삭, 요셉, 노아, 다윗, 솔로몬,

엘리야등 여러 선지자들.. 신약시대의 베드로등 제자들과 사도 바울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특별히 세례 요한이라는 인물을 더 좋아합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여섯달 앞서 하나님의 계시로 잉태된 자로 나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친족 관계였다고 합니다.

마리아는 처녀(동정녀)로서.. 엘리사벳은 나이가 많아 수태하기엔 불가능한 입장이었구요.

사전에 천사가 수태에 대한 계시를 합니다.

그리고 태어날 아기 이름도 <예수>와 <요한>이라고 하라고 천사가 일러줍니다. 

요한의 경우는 아버지가 되는 제사장인 사가랴에게 계시를 하면서 일종의 비밀 유지랄까..

태어나 아기 이름을 요한이라고 쓰기 전까지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요한이 태어난 후의 자세한 행적에 관한 기록은 별로 없더군요.

그는 선지자로서 그리스도에 앞서 그 길을 예비하는 자의 임무를 맡은 자로 성경은 말합니다.

광야에서 낙타 털옷에 허리엔 가죽띠..음식은 메뚜기와 석청(꿀)을 먹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에게 세례를 해준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는 목이 잘려 죽었습니다.

헤롯왕이 이복 동생 빌립왕의 부인인 헤로디아를 빼앗아 취한 패륜적 행위를

요한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을 한 것에 체면이 구겨진 헤롯왕이 요한을 감옥에 가둡니다.

허나 그를 선지자라 믿는 민중들을 두려워하여 죽이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헤롯의 생일에 딸인 살로메가 요즘으로 말하면 스트립 댄스를 추어 헤롯으로 하여금

소원을 들어 주겠다는 맹세를 얻어낸 후에 지 어미 헤로디아가 일러준 대로 세례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자기에게 달라고 합니다.

이에 약속을 한 헤롯이 세례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주고..

살로메는 지 어미 헤로디아에게 그 쟁반을 가져갔다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는 살아있는 동안에 어떤 부귀나 영광도 없었다는 것과

그저 삭막한 광야에서 세상의 잘못과 타락과 부패에 대해 하나님의 말을 대신해 외쳤습니다.

<광야.. 혹은 빈들에서 외치는 자>.. 이 표현이 저는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때 교회 문학의 밤 행사때 시인 이육사의 <광야>라는 시를

낭송한 기억이 납니다.

그 시를 좋아했던 이유도 시의 마지막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가 제 마음을 울려서 좋아했었습니다. 

시를 다시 찾아 보니.. 중간에 <비로소 길을 열었다>라는 구절도 있네요..

길을 예비하며 광야에서 외치던 요한과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될 백마 탄 초인(超人)..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네요..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