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커다란 폭음과 함께 구석진 곳으로 모아지고 서서히

그 광채를 빛내다 사라지면서 어둠과 빛의 혼란함이 가라앉으며 평온을 찾을 때쯤

그 속에서 어렴풋이 형체를 드러내다가 건장한 사내가 벌거벗은 채 우뚝 일어선다.

사내라서 나뭇잎 하나로 중요 부분을 처리하고 표정은 결연하다.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출강리 167번지

감나무 집 안방에는 어머님의 산고 소리와 할머님의 안타까운 독려 소리를 비집고

대성통곡을 하며 한 사내가 태어난다. 그 많은 소리도 사내의 울음 속으로 빨려들고

이내 환희의 소리와 분산한 기다림의 소리들이 부딪치며  소란스러워 진다

터미네이트와 선달이의 지구여행기 시작의 차이다.

뚜렷한 목적과 무한의 능력을 갖추고 결연한 의지로 홀연히 나타난 사나이와 시한을

암시하여 주변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어머님을 죽음의 고통으로 내몰고도 가녀린 몸에

헛디뎌 못 올 곳으로 떨어진 양 대성통곡을 하며 세상으로 나온다.

이미 준비된 사나이와 이제부터 적응해야 하는 사내아이의 차이다

영웅은 태초부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다. 능력을 받고 난다는 것이다

목적이 뚜렷한 터미네이트는 애초부터 동기와 과정과 결과에 대한 모든 환경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선달이는 적응력에 따라 설정되고 환경에 따라 수정되며 결과 또한 미지수다

우리는 적응력을 키우면서 의식적으로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의 환경에 길들여지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대의 능력을 자신의 잣대로 삼으며 살아가게 된다.

여기서 영웅을 갈망하게 되고 자신을 대입하여 그 꿈을 이루는 곳 사이버 세상이리라.

나 역시 오랜 꿈을 이곳에서 이루려 경산도 버전으로 깨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영웅은 환경이 성숙 될 때 까지 기다리며 자신이 절실할 때 나선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꼭두각시 영웅들이 난립하여 난장판을 만드는 곳 또한 사이버세상이다

풍차를 향해 무한질주하고 코가 길어져 땅바닥을 훑는다. 피에로의 슬픈 미소가 아니라

가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행동을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행동은 없다고 본다.

동기는 행동을 유발하고 결과를 만들어 낸다. 동기만 제시했다고 과정에 잠시 머문 것

뿐이라고 결과를 선택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다. 그건 기회주의자의 변이다

우리의 영웅은 죽었다. 아니 애초에 없었다.

영웅이 되려말고 기다리지도 말아야겠다. 영웅을 보려함은 우리가 개나 소가 되어야한다

차라리 영웅이 없는 곳에서 단순 무지한 삶으로 서로 해가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이곳 사이버 세상에 모두가 터미네이트로

태어 날수도 있다 생각한다. 선달이로 태어나는 건  좀. 아니 많이 빈약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는 선달이로서 나의 영웅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양 김씨를...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봉이 김선달과  김삿갓의 가볍고도

깊이 있는 애환과  해학이 나의 영웅이라는 취지였으나  글은 엉망이었다.

나는 그렇게 추구하고 있으나

여러분은 여러분의 영웅에 충실하고 서로의 오해를 밝히지는 말자는 것이다.

오늘 오랜만에 비가 온다면 우렁각시에게 이 가을을 배웅하는 주안상을 마련하라 했다

포차에서 소주 한잔하면서 소란한 빗방울 피아노 소리에 어쭙잖은 귀동냥을 늘어놓으며

조금 취기가 오르면 박인희를 불러 목마와 숙녀를 부르게 하리라.

그리고 눈을 감고 돼지대가리를 끄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