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55, 임자 삼겹살

벌써 10명이다. 1인분에 3,500원 싸구려 삼겹살 집이지만 값이 싸다고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길 건너 가락시장의 축산물 판매장에서 생간을 얻어와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가게 이름이 임자 인 것도 나이든 이들에겐 심정적으로 가까운 느낌이겠지.

땅딸이 정원장이 하도 청하여 못 이기는 척 일어서자 그는 다시 몸이 반신이 불편한 다른 이에게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셋이 기원을 나선다. 걸음이 불편한 이와 보폭을 맞추느라 천천히 걸으며 역시 공연히 나섰나 보다 싶다.

사람인심이 변하는 것은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인지 하나의 기원에서 양쪽으로 나뉘어 손님들이 저쪽으로 모두 몰려 갔다가 요새 다시 이쪽으로 거지반 오는 추세이다. 기업체들이 거액의 연봉을 불사하며 CEO들의 선별과 영입 등에 주력하듯이 리더(주인장) 의 역할은 기원의 운명에도 영향이 크다.

임자 삼겹살에 도착한 정은 이곳 저곳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몇 사람 이에요?” “한 다섯 사람 올 거야.” 주인은 잔 다섯 개 수저 다섯 벌 등을 갖춰놓고 불 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해병대 UDT교육대에 있었다는 몸집 좋은 이가 들어서며 반가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머리가 허연 50후반이어도 군 시절의 추억이 평생의 자랑거리 이신가 보다.

이어서 긴또깡 이 별명인 양반이 역시 반신불수인 불편한 몸을 이끌고 들어서며 요란스럽게 인사들을 나눈다. 기원에서 김두한 드라마를 보고 또 보며 자칭 예전에 주먹이었다는 예기에 긴또깡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설마 싶다.

벌써 다섯 명이 모였는데도 정은 계속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사람들은 계속 들어선다.

대우 해외현장에서 중역까지 했다던 김사범,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김사장,

몸이 반쪽이 불편하지만 내기바둑에 열심인 문사장,

스포츠가리 머리에 땜방이 큼직하게 군데군데 자리잡은 돼지라는 별명의 노인,

원장에게 돈을 빌려준 후원자라는 소문의 ㅌ 기원 원장 친구.

10명이 모여 술잔을 돌리며 안부를 나누니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하다.

평소 기원에서 자주 보더라도 굳이 인사는 안 하는 사이인 이들도 여럿인데 땅딸이 정원장이 청하니 모두 모였다. 10명 중에 반신이 불편한 이가 셋이니 노후 건강관리는 정말 남의 일만이 아니겠지. 여가를 보내며 여생을 소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기원의 역할도 적지 않을 텐데 초라한 모습으로 명맥만 유지하거나 그나마 문 닫는 경우들이 많으니 아쉽기도 하다.

株價가 절정일 때 매도하듯이 운영하던 기원을 매각하고 손님으로 매일 놀러 나오는 땅딸이 정원장은 정말 사업의 귀재인가 보다. 평생 양파 한 품목만을 취급하여 큰 돈을 벌었다는데 기원은 자신의 밤 놀이터로 삼다가 상종가에 추후 경기하강국면을 예상하며 버렸나 보다. 손님으로서도 오피니언 리더여서 그가 가는 기원이 살아남는 기원이 되는가 보다.

소란스런 10명의 술자리에서 유회장은 일어서서 인사를 한다. 술값도 잘 낸다는 그는 지금도 다른 이들과 저녁과 반주를 했으면서도 다시 들린 듯 하다. 이 자리의 술값도 아마 내시겠지. ㅌ 기원으로 오시라는 의미로. 선거 때면 표를 얻으러 이곳 저곳 인사를 다니는 것처럼 기원에도 저런 마인드가 필요한가 보다.

손님들이 연어가 회귀하듯 원 기원으로 돌아가는, 갑자기 이런 반전의 분위기가 된 이유가 무었일까?

저쪽기원의 원장께서 인색하여 질린 것일까? 버는 것이 적으니 경비를 줄이려 애쓰시는 것이겠지.

에어컨이 없어 창문을 열어두어 바둑을 두다 보면 모기에 많이 물린다는 불평이 어느 한 사람만이 아닌 모두의 내심 이었나 보다.

젊은 시절 큰 회사를 운영해본 적도 있지만, 작은 기원하나 운영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으며 삼겹살 불 판 위의 탄 고기를 한 점 집어 먹는다.

옆의 중국에서 온 김사장은 이런 게 사는 재미 라며 연신 소주를 들이킨다.

자신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좋다지만 제 술추렴에 혼자 심심하여 이른 오후부터 안 가겠다는 사람을 청하여 술을 마신다. 여유는 있으니 만치.

 정신이라도 맑게 유지하여 내기바둑에 몇 푼 따는 것에 목숨 걸어야 할 사람을 전력유지를 방해한 결과가 되겠지.

저 양반 얼굴본지가 여러 해 넘었어도 이런 자리는 처음이다. 서로 소 닭 보듯이. 끝.

200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