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자연처럼 흐른다.

자연은 순리대로 흐르고 세월 또한 순리대로 막힘없이 흐른다.

세월과 자연은 향과 빛과 소리와 촉감과 옷깃을 스치는 느낌을 준다.

빛과 향을 쫒던 소년과 소녀들은 이제 늙은이가 되었고

배웅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들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느낀다.

울먹이는 마음은 기쁘고 슬프고 때로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러나 괴로울 땐 울먹이지 않는다.

분노하거나 삼킬 뿐

그가 본 것은 불의고 들은 것은 소음이니까.

나는 과연 그동안 음악을 즐기듯 살았을까 아니면 소음 속에서 살았을까

신날 때도 있었고 슬플 때도 있었는데 나이에 따라 그냥 흘려버린 것은 아닐 까

펑크와 록과 디스코에 발라드와 솔과.....

아직 깊은 맛은 모르겠지만 그들과는 추억이 되어 가고 간간히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건

이젠 그만큼 가까이 있다는 말이겠지.

예전엔 리듬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빠르든 늦든 그냥 촉촉하고 리듬보다는 가사에 젖어든다

그땐 그랬지. 아. 그럴 때도 있었지.

떠오르는 곳과 사람들 지금과 비교되는 감성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흐른다.

이제 진짜 세월의 음을 알고 리듬도 깨우치고 흥얼거릴 나이가 되었나.

스텝도 나오고 손놀림도 어색함이 덜해졌다

그러나 흥은 예전 같지 않고 나서기가 부담스러워 혼자 하기가 편해졌다

12줄에 매달린 30여개의 음표들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듯 1년이라는 곡을 보게 된다.

그리고 10년이면 기념 적 앨범을 보게 되고

그 터울마다 회상이 있었고 반성과 다짐이 있었고 아직 오래 동안 되풀이 할 거라 믿고 산다.

지금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듣는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다.

20대가 아쉬워 듣던 노래였는데

지금은 인생을 죄다 묶어 아쉬움을 아궁이에 지피며 듣는 노래가 되었다

산울림. 청춘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

중용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생각을 하니 찻잔도 언뜻 떠오른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찻잔에 다소곳이.

고향을 생각하니 나훈아

삶의 고뇌와 고찰을 생각하니 김광석 이문세는 우체국 계단 아래 베고니아 꽃

조용필은 망향

비 오는 날에 김종서와 호세 팰리치아노

눈 오는 날엔 비지스와 정서적 언밸런스도 있고 좀 느끼하지만 쟝 프랑소와 모리스 모나코

술 한 잔 할 때 이글스 세드카페 리차드막스 하자드.........

때로는 나가부치 쯔요시 런 깜보.

세월이 음악처럼 생각되니 별의 별 이야기들이 같이 떠오른다.

정초에 가을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이미 가을이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을임을 느낀 탓이다.

살아야 되는 이유가 수 없이 바뀌었지만

나의 욕구는 꽃잎처럼 바람처럼 흩날리고 지금처럼 목적이 책임감으로 바뀐 적이 없었다.

그저 술 한 잔이 바둑이 유일한 낙일 뿐.

남은 삶 어찌되면 내가 어찌 할 것이겠나. 청산을 바라보고 살았지만 삶의 시궁창에서

양치하고 손발 닦고 거울보고 또 나서는 걸.

그래도 살아야 한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아쉬운 사람들에게 당나귀가 되어야 한다.

음악이 흐르고 세월도 흐르고

난 당신을 생각해요~~~~

진정 난 몰랐었네

최병걸과 김현식을 떠 올리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