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준비

보호자는  쇼핑백 한 개를 들고 들어선다. 무언가 선물인가 보다.
B2 환자는 EKG와 여러 바이탈 라인, 산소 호흡기를 달고 의식이 없다. 옆에 있던 보호자는 다가서는 보호자와 식구인듯 인사를 하며 안부를 나눈다.

교수인듯한 중년의 닥터는 다가서며 이리 오시죠 한다.
"간 수치는 10~20%만 기능이 남아있어도 견디지만 거기서 1~2%만 떨어져도 급격히 무너지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빠르면 오늘 오후 늦어도 하루 이틀 사이에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아무 대꾸도 못한채 나중에 온 보호자는 선생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더니 환자 곁에 가서 쇼핑백을 들고 온다.
"이거 좀 잡수시라고 사왔는데 가져 가세요."
"저는 괜찮고 고생한 선생님에게 주시죠."하며 너싱 스테이션에 앉아있던 해당과 전공의 여선생에게 건네며 교수는 나간다.

"이거 좀 잡수세요."라는 보호자에게 여닥터는 "아뇨 나중에 환자가 괜찮아 지면 먹을께요."라며 한사코 사절한다.

빠르면 오늘 오후 조금 후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환자의 보호자들 치곤 어려운 상황을 점잖게 받아들이시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그래 이곳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고 생명이 오가는 곳이지.

중환자실 베드에 실려 나오는 환자는 상태가 양호해 져 일반 병동으로 이실 중이다. 담당 직원은 이번 주에 처음 근무지가 바뀌어 아직 익숙치가 못하다. 베드 위의 CHEST BOTTLE 은 허리 아래 높이에 두어야 하는 것인데 아직 몰라서 침대위에 올려 놓았나보다. 내가 가로맡아 환자를 병실로 모신다. 계속 잔소리를 하는 환자는 자기 몸을 위해서 이겠지만 잔소리를 할 정도면 좋아지긴 좋아졌나보다.

병동에 도착해 간호사에게 켈리를 달라고 청한다.
체스트 보틀 걸이 도 가져오라고 청한다. 移室(이실)전에 너스 스테이션 끼리 연락이 돼 인수인계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들이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다.
건방진 환자는 계속 자신이 먼저 지시를 하는 습관이 배어있나보다. 의료진을 신뢰하고 맏기는 것이 자신에게도 더 도움이 될텐데.

신종플루 주사실에 누워있던 환자는 진료순서가 되 닥터에게 예기한다.
"열이 너무 올르고 두통이 심해지더니 근육이 전부 아파져 걷지도 못하겠어요."
환자는 신종플루는 음성으로 판정이 됐지만 휠체어에 태워 입원수속을 밟는다.
응급실이나 관련 의료진들이 멈칫거리자 환자는 "난 음성이에요."라며 마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듯 하다.

나는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일까?
나는 항상  자신의 입장은 모른 채 건방 진 것은 아닐까?
나는 항상 자신의 결백만 주장하려 주위의 시선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원의 하루는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
"내가 저 침대에 누워있는 처지라면."
"내가 저 휠체어에 앉아 나는 신종플루 환자가 아니라고 항변을 해야 한다면."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