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70, 보안요원

1200병상의 신관은 보안요원은 80여명 인가보다.

구석구석 많은 보안요원들이 서있는 것 같아도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다.

24시간 근무체제를 장시간의 근무로 젊은이들이 때우나 보다.

10년 전쯤 처음 병원생활을 시작할 때는 보안들이 덩치가 크고 무술 유단자들이라 들었다.

당시에도 250정도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 후 구조조정이니 감량경영이니 하며 계속 자회사를 만드는 형태로 지금은 오히려 150만원 대에 그쳐 최저 시급의 적용에 다만 근무시간이 길어 다른 도급 직 보다는 조금 수입이 나은가 보다.

병원 입원실은 1인실 2인실 다인室 등으로 나뉘는데 5, 6인 실은 환자나 보호자끼리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심지어는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가 금품을 훔쳐 환자복은 뒷동산에 벗어놓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보안 사무실의 한쪽 벽면은 수십 개의 대형모니터에 화면도 4개씩 쪼개져 병원의 구석구석이 모니터 되고 화면은 수시로 이 지역 저 지역을 비춘다. 순찰을 다니는 보안요원들은 끊임없이 이곳 저곳 돌지만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 듯이 크고 작은 사고는 빈발한다.

도둑 외에도 응급실 등에 만취 되 와서 행패를 부리는 이, 가족 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하여 가족이나 친지들이 떼거리로 병원 로비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시위를 하는 경우 등 보안요원의 필요성은 불문가지 이다.

신종Flu 환자들이 급증하며 응급실을 많이 찾는다. 병원에는 안내 판을 많이 배치하고 처리절차를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시킨다. 의심환자나 확정환자가 안내를 원하는 경우 응급실 밖 천막으로 안내한 후 보안요원에게 알리도록 되어있다. 보안은 환자의 인적사항 등을 기재 후 의료진에 알려 응급실 닥터가 천막에서 진료를 하는 순서이다. 의심환자의 경우는 보건소를 찾기를 권하고 확정환자의 경우는 격리수용시설이 없다며 국립병원으로 안내한다.

여러 병원을 거쳐 입원과 진료를 거절 당한 채 ER에 도착한 신종Flu 환아의 젊은 아버지는 애가 폐렴과 합병증세를 보여 경각을 다투는데 입원을 거부한다며 병원장을 만나겠다며 난동을 부린다. 내가 저 부모라도 그랬을 것 같다.

마침 국제규격 병원인증을 위한 리허설 테스트를 위해 둘러보던 외국의사는 Process(처리절차)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병원의 높은 사람들 관련부서의 닥터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설명과 논의를 하나 환아는 결국 시립병원으로 향한다.

젊은 아빠 엄마와 어린이 둘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응급실 옆 보안에게 다가와 신종Flu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하자 젊은 보안요원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도 없이 바깥 천막으로 안내한다. 보안 책임자가 N95(정화)마스크를 쓰고 비닐 옷을 입고 다가가 서류를 작성한다.

마침 곁에 서서 보안과 이야기를 하던 나는 내심 당황하여 그제서야 정화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내 쓰며 가슴이 내려앉는 듯 한 심정이다. 네 가족이 모두 마스크라도 쓰고 있었으니 순간 경각심이 발휘됐지만 상대도 모른 채 문의하고 나도 모른 채 안내하고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

병원에 근무하는 이상 감염의 위험은 항상 상존하는 것이고 평소 주의에 만전을 기울이더라도 불가항력은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지. 언젠가도 중환자실 안에서 주사바늘에 찔려 처리절차에 따라 감염관리실에 신고를 하고 채혈검사 후 처방을 주사 맞은 적이 있었지.

나야 이 나이이니 그렇다 쳐도 저 젊은 보안들은 한창때인데 저리 최 일선에서 위험에 노출돼있으니 내가 더 걱정이다.

ER의 보안 책임자는 8년 전쯤 내가 S의료원에 있을 때 입사한 덩치 큰 이로 당시에도 내일을 열심히 도와주던 기억이 새롭다.

S의료원은 10년 전쯤 당시 주임이 6명 있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당시 16년째 근무 중이라 했었지. 그들 중 하나가 현재 지점장이고 나랑 가까웠던 이는 현재 S사 중부 지점장으로 이곳 ER 보안들을 관할한다. 26년째 근무일까? 얼마 전 만난 그는 반가이 인사를 하면서도 이젠 정년 걱정을 하고 있었다. 보안회사는 정년이 빨라 55세 라던가.

군 제대 후 입사하여 어느새 한 평생을 보낸 것일까?

하긴 나도 환갑이 정년이니 이제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 일에만 매진 할 뿐이다.

훈련소의 땀 한 방울이 전장의 피 한 방울을 아끼는 것이라던 신병교육대처럼 병원특유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교육에 전념한다.

우리부서의 청년들에게 아침조회 때마다 신종Flu 처리절차에 대해 재삼 재사 교육을 하지만

N95마스크는 답답하다며 일반마스크를 쓰고 무사태평인 청년들이 안타깝다.

몇 해 전 사스가 창궐할 때도 그 후 조류독감 등이 유행할 때도 별 탈 없이 지났으니 이번에도 무사하기만 기도해야 할 까? 그저 습관적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만 씻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