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오만

휠체어에 앉은 여환은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 혈액종양내과 환자인가 보군.
힘들고 피곤한 표정에 눈을 감고 앉아 계신것을 손목의 팔찌 환자번호를 확인하여 무인등록기에 입력한다.
돋보기를 쓰고 팔찌를 본 후 무심코 환자의 눈감은 얼굴에 눈길을 돌리니 가려운 곳을 마구 긁어서 벌개지고 보푸라기가 생기듯이 얼굴과 피부 전체가 검붉은 색에 하얀 비늘이 보푸라기처럼 덮여있다.

1번부터 8번까지의 각종 엑스레이 촬영실 앞은 꽤 널찍한 편인데 베드 채 로 내려온 환자 휠체어로 온 환자 유모차, 도보 각종환자와 보호자들로 새벽인데도 가득하다.

VRE, MRSA, HIV(에이즈), 결핵 등 감염환자들과 중환자실 환자들을 4:30부터 제일 먼저 촬영을 시작한 후 소독을 하고 다시 일반 환자들을 찍기 시작한다. 일반환자라곤 해도 이식환자, 혈종의 격리환자등 환자 개개인에게는 모두 초유의 고통과 불안속에 빨리 촬영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ChestPA 달랑 한 장을 찍고 빨리 마치는 경우도 있지만 정형외과나 중환의 경우 수십 Cut 씩 찍느라 혼자 30~4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으니 컴퓨터에 입력된 순서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각 병동들을 담당한 이송직원들은 7시 전에 책임을 완수하려 부지런히 환자들을 내린다. 혼자서 보통 40~60 여명 환자의 베드와 휠체어 유모차 등을 내리고 도보로 혼자 가겠다는 환자도 꼭 동행을 한다. 지난 월요일도 혈종환자 여환이 혼자 가시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넘어져 머리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직원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오히려 조심한다.

간병인들은 지정된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2층에서 모이면 서로 반가이 인사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한다. 환자가 낮에는 종일 잠만 자고 밤에는 밤새 한 잠도 자지않으며 일을 시켜 죽겠다는 둥 서로 동병상린을 나누지만 잠시라도 틈을 내어 환자 곁을 떠나 자신의 볼일을 보기에 바쁘다. 전문적 교육이나 재교육 보수교육등을 통해 의료관련 종사자 로서의 상식과 기초지식 자세등을 가르쳐야 될 것 같지만 전혀 교육이 안 된 배우지 못했을 듯한 중년 여인들이다. 요즘은 주로 조선족여인들 인듯 싶다. 오히려 몰려 앉아들 잔소리를 하며 입방아를 찧는다.

S의료원은 간병인 회사 통제도 엄격하여 복장과 근무태도 등이 문제가 없었던 듯 싶었는데 이곳에선 제들이 상전인양 제지를 받지않고 가관이다. 간병인 회사에서 작년에 병원 건축기금 1억을 후원 하였다더니 그런 것 보다는 교육과 훈련에 힘써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가 돌아가도록 근본에 충실해야겠지.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환자가 침대에 누운 채로 병실로 돌아가는데 간병인은 물건 살 것이 있다며 지하1층으로 혼자 가 버리자 담당 직원은 환자상태가 양호하니 저러려니 싶어 무심코 환자를 해당 병실로 이송하였는데 중간에 환자의 맥과 호흡이 끊어져 CPR이 발생한 적이 있다.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환자의 용태를 관찰하는 것이 의료관련 종사자의 자세일 텐데 우리 직원들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적지않고 간병인들의 자세도 문제이다.

성질이 급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따지고 난리이다.
자기보다 늦게 온 환자가 왜 먼저 찍고 가냐고 흥분해 소리지른다. 마음이 급하고 유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병도 먼저 드는 것일까?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해 본다.
"배정된 방마다 소요 시간이 달라 그렇습니다."
"이 방은 한 장 만 찍어 금방이고 저 쪽 방 배정된 분들은 여러 커트 오래 찍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설명을 해도 웅성거리며 꼭 목소리를 높이며 선동을 하는 환자들이 있다.

직원들은 연신 병동의 환자들을 내리며 각자 등록을 하다보면 누락이 되는 환자가 발생한다.
소리를 질러대며 따져대는 젊은 남자 곁의 휠체어 에 앉은 내 나이 또래의 환자는 아들을 연신 말리며 고개를 숙인다.
"잘못했다고 한 마디 하면 되잖아요."
"지금 잘했다고 변명을 하는 거에요?"
곁에 둘러 선 수하 직원들에게도 공연히 이사람 저사람에게 돌아가며 같은예기를 소리쳐 댄다.
"저는 지금 손님이 물어본데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는 것 입니다."

혈종에서 내려왔던 피부에 온통 보푸라기인 환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휠체어에 앉아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고 있다. 환자가 겸손해 지는 것도 사실 안타까운 일이다. 첫 수술 후엔 변함 없다가 여러차례 병원을 드나들수록 환자는 겸손하게 된다. 오만 할 수 있는 것도 건강한 것이지. 행복한 것 이겠지.

어제 새벽 따져대던 젊은이는 오늘 새벽도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왔다.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며 깊숙이 머리숙여 내게 인사를 한다.
병원생활 24시간에 잃어버린 자신감의 양의 차이일까? 어머니의 쾌유를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 이겠지.

새벽 4시간을 바삐 일하고 담배를 피워물면 보람도 느껴진다.
그래 그저 평소 하던대로 성심껏 하면 되는 것이겠지.

이제 오후 늦게까지 신종플루 전담진료소나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 별 큰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수하 직원들을 독려하면 되는 것이지. 젊은 직원들은 안 나오거나 지각 등이 잦다. 추석연휴중 근무에 대한 불만을 토하는 임상병리 직원에게 화가 나 돌아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