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법정스님과는 큰 인연이 없다..

선가귀감을 잘 번역해주셔서 잘 읽은 일은 있지만

대체로 나의 느낌으론 두터운 느낌이 좀 덜해서 왠지 나와 들어맞는다는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은 우연히 본 책에서 의미로운 내용을 발견한 적이 있어서

나와 좀 안 맞더라도 다수의 저서를 보다보면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 구하기 쉬운 책들을 구해다가 그 중에서 세 권 정도를 읽은 일이 있었다..

이번에 사건의 단서가 된 살아있는 부처,라는 타이틀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라는 책의 제 3부의 제목이면서 그 속의 한 코너였다..

이미 널리 알려진 그 일화의 뒤에 스님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어느 인도시인의 시를 하나 소개하고 있다..

물 속의 물고기가 목말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웃는다..

부처란 그대의 집 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걸 알지 못한 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새 없이 헤매고 있네

여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부처를 보라

그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보라..

이 도시로 저 산속으로

그러나 그대 영혼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으리......................................

이와 비슷한 취지의 표현은 굉장히 많다..

소를 타고 찾는 바보,라는 말도 있고

병정동자가 불을 구하러 왔구나,라는 말도 있고, 또

그대 자신의 보배창고를 버리고 도대체 무얼 구하러 쏘댕기냐는 말도 있다..

우리집 뒤뜰에 봄이 와 있더라는 이야기도 같은 뜻이리..

옛날 옛적 호랭이가 말보로 담배먹던 어느 시절에

[돈오입도 요문론]을 보다가 이같은 취지를 보고서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병정동자라는 말을 몰라서 또 한 참 헤매기도 하였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까 궁금해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졌는데

말할 것도 없이 병정동자는 불관리를 담당하는 동자인 것이다..

자신이 불관리 담당자인데, 도대체 누구에게 가서 불을 구한다는 말인가?

[새들의.. ]의 면면을 보니 이 책은 내가 읽은 적이 없다..

브라질의 글쟁이인 꼬엘료의 말대로

모든 것이 법성의 revelation이라면

하운다기봉님의 엉뚱한 행태 덕분에, 아직은 별로 매력이 없는 이 책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또 그러다보면 이 책 또한 하나의 살아있는 부처임이 드러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귀거래사의 명사, 연명 도잠의 a portrait of four seasons가 더 매력적이다...

경칩 즈음에 사방에서 차오르는 물

뜨거운 태양빛 그 물을 불러 산근과 교합허면

물기빠진 가을날 처연한 달빛,

그것은 또한

고독한 동령장송의 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