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길을 2박3일을 계획하고 그 시절님을 찾아뵙고 전주 막걸리 집에서

세상사는 이야기와 바둑이야기로 질펀하게 떠들다가 모텔에서 바둑 두고

다시 금산사로 새만금으로 당근돼지님과 무도님 내외와 둘러보았다

새만금 횟집에서 점심을 같이하고 헤어지는 순간에도 아쉬움이 많았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보다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덤덤하게 했다

우렁각시와 나는 다시 우리를 기다리는 산사와의 만남이 있어 설랬고

총총 걸음으로 다음 여정을 향해 달렸다

내소사와 개암사를 거닐다가 벌써 어둑해지는 주변을 보고 잠시 갈등했지만

마지막 일정인 선운사에서 여정을 풀기로 하고 달려갔다

인근 바닷가에서 준비해간 텐트로 일박을 할까도 했지만 반대방향이라

주차장이나 인근 공터라도 찾아서 하루를 묵기로 했던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생각지도 못한 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운사 입구에 캠핑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초가을이지만 군데군데 텐트가 보여

긴가민가 들어 선 우리를 편안하게 인도했다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이고 아이스박스로 주안상을 차리니 아방궁이 부럽잖다

그래도 저녁 예불 종소리가 멀어지고 차렸으니 중생의 삶이라 양해 받고. ^^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생각보다는 아늑했고 나름 준비가 마음에 들었는지

우렁각시도 편안해 했다

“베개까지 생각했어.”

“그럼”

새벽예불 종소리에 깨어 날 때 그 평온함은 여태 느껴보지 못한 정적이었다.

사진 실력이 없어 도솔암의 진풍경을 제대로 올리지 못함을 양해바라고

그곳이야말로 신선들이 노닐었음직한 곳이라고 설명 할 수밖에 없다

도솔암을 끝으로 전주 길 3000리 여정을 마친다.

 

밤새 술에 절어 쓰러진 자에게도 아침은 오고

걱정과 목적이 있어 뜬눈으로 지새워도 아침은 온다.

나에게 조차 매일 같은 것이 아니듯

아침은 모두를 보고 오지만 모두가 같이 바라보지는 않는다.

일상이 권태로우나 변화는 두렵고 초심이기엔 세파가 현란하다

늘 반성하고 어제를 수정하면서 그렇게 내일을 기대하지만

어제의 어리석음을 비추는 오늘이 현명하지만은 않고

오늘도 내일의 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됨이 안타깝다.

후회 없이 살았다면 최선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세속에 연을 두고 살면서 어찌 선하게만 살 것이며

악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함을 추구하되 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 잔의 술을 마셔도 그냥 마시는 이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이는

취한 후에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마시다 취한 이는 준비가 없고 취하기 위해 마신 이는 평온을 찾는다.

이 중생 세속의 곡차를 멋스럽게 들이키고 붉은 노을이 되어 지리라.

2012.10.8 도솔암에서 法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