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Clinic

토요일 오전근무 통증클리닉의 호출이다.

마취통증 의학과라 칭하는 곳도 있고 호칭도 거창하게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풍조인지 전의 마취과가 간명한 듯싶다. 임상병리과는 요즘 진단검사의학과 라 칭한다. 병원의 일이 모두 진단과 검사인데 굳이 임상병리라는 원명은 배제한 채 무슨 진단과 무슨 검사를 한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진단검사 의학과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골수검사를 하는 곳은 BMT 검사실이라 불린다. Bone Marrow Test 의 약자일까?

SMC(삼성의료원)에선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시술을 하던데 이곳 C 병원은 BMT에 특화를 하려고 BMT병동과 ICU, 검사실, 주사실 등이 따로 있다. 침상에 엎드려있는 환자의 등 부위에 드릴 같은 것으로 뚫는 것을 보면 10년째 병원 밥을 먹어도 볼 때마다 끔찍한 느낌이다. BMT검사실에 일하는 어린 의사들을 보면 저이가 마취과 소속일까 진단검사 소속일까 혈액종양내과 소속일까 속으로 혼자 궁금하다.

통증클리닉의 환자는 10분만 더 있다 출발하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한가보다. 다시 2층 영상의학과 앞의 전체 근무자를 지휘하는 곳으로 가는데 구내용 핸폰은 부지런히 울려댄다. 혈관조영 실에서 병동으로 올라가는 환자, C/T검사를 마친 환자, 초음파 실에서 마친 환자. 각기 인원을 배치하고 다시 통증센터로 간다.

낯익은 보호자와 목례를 한다. 카트위의 환자는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응급실과 병동, 퇴원후 재입원등 병원에서 거의 사는 젊은 남자이다. 보호자인 부친이 안쓰럽다. 일요일 아침 병원 내 개신교 예배에 본인은 안 믿는데도 아들을 데려다 줄 때부터 알고 지냈다.

한 번은 예배에서 부친이 안 보이고 젊은 여인이 같이 있기에 그 후 부친을 볼 때 물었다.

“어제는 누님이 간병을 하는 것 같던데요.”

“그 사람이 처 에요.”

지속되는 병치레와 조금 장애증세 도 있어 결혼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결례를 한 셈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결혼생활도 하다가 불청객인 암처럼 갑자기 통증이 찾아오는 병이라도 도진 것일까?

영상의학과 일반 촬영실 앞 대기석에 건장한, 30후반이거나 40초반 일듯 한 남자가 환복을 입고 지팡이처럼 짚으며 끌고 다니는 Pole 대에 수액을 건 채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 한다.

“일어나지 마세요. 휠체어를 가지러 갔으니 잠시 앉아서 기다리세요.” 우리 이송담당 직원이 놀라며 말린다. 통증클리닉을 갔다가 시술을 받고 병실로 돌아가던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조금 쉬며 기다리게 하는 중 이란다.

남환은 폴대를 굳게 잡으며 혼자 힘으로 일어서보려 애쓰다 다시 주저앉는다. 무리하지 마시고 휠체어를 잠시 기다리세요. 내가 말린다.

남환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독백을 한다.

“통증이 사람의 존엄성을 이렇게 무너뜨리네!”

오랜 병원생활이지만 모처럼 가슴이 찡하다.

통증클리닉은 마취과로 그저 별 일없는 환자들이나 돌보거나 노인네들 관절이 아프면 주사나 놔주고, 수술 전 마취나 해주는 정도로 지난 세월 알고 있었는데 통증이 일상생활의 지속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새삼 깨닫는다.

큰 병원에선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가 될 때 자신이 원하는 과에 지원을 하여 시험을 본다. 내과나 안과 등 인기 과는 경쟁이 치열하고 재수도 불사하며 바늘구멍처럼 어렵다. 남자친구인 의사가 흉부외과에 지원하여 합격을 하자 자신도 남자친구와 같이 남고 싶어 마취과를 지원한 나이 어린 여의사가 있었다. 마취과는 경쟁률이 제로이고 신청하면 무조건 합격한다고 들었다. 병원 내에서도 Major 과라하여 내과, 소아과, 안과 등 인기 과가 있고 마이너 라 하여 비인기 과가 구분된다. 시대의 추세에 따라 성형외과 안과가 인기 과가 되고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이 비인기과가 되듯이 이제는 마취과도 인기 과에 속하는 것 일까?

119구급차에 실려 온 피투성이의 젊은 남자는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얼마나 통증이 심할까? 오토바이로 퀵서비스 배달을 하다 사고로 버스와 충돌하였단다.

“담배를 한 대만 피면 안 될까요?” “안되죠.”

“저 얼마나 다쳤어요?” “직접 거울을 보세요.”

소변을 보겠다기에 장애자용 화장실로 데려다 주니 젊은 남자는 모르핀을 맞아 통증을 잊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는지 조차 모른다.

아까 통증클리닉에서 내려온 환자는 곁의 침대에 누워있다. 눈을 감고 곁에 앉아있는 부친의 모습이 안쓰럽다. 건강이 최고라는 흔한 예기가 중요한 사실이지 싶다.

처의 고생이 생각나며 그녀의 고생이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건강하기라도 한 것이 다행이니 건강할 때 더 열심히 일해야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