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톤이 높은 특유의 안내 방송이 올려 퍼지는 대합실에 앉아서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군상을 살펴보았다.

슬픈 사람들. 아쉬운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막연히 부풀어 들떠있는 사람들.

떠나는 모양도 세상사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이고 내심은 모른다.

메모 수첩을 꺼내고 간단히 스케치 하는데 핫바를 손에 쥐어주는 대로 받고 한 컷 했다

산사길 나선지 벌써 3년째를 접어들었고 기차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범어사로 향하며 그동안 나섰던 여느 산사길보다 지척인 듯 느껴짐은 몇 백Km를

운전을 하는데 반해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크겠지만 시간도 한 시간 남짓 걸림과 낯익은

지명과 오랜 추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고 부산에서 조우할 몇 분의 지인과의

뒤풀이도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메모수첩을 꺼내들고 주변을 스케치 하는 이순간이 너무 자유롭고 행복하다

그렇구나.

우리의 행복은 평범한 삶속에 녹아 있구나.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순간마다

행복은 바람처럼 스쳐가고 무지한 이 중생은 앞서고 따라잡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조급함으로 스쳐가는 차창 밖으로 행복과 여유를 그렇게 지나쳐 버렸구나.

내 의지대로 차를 몰고 가건만 정작은 나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차를 모는 것에 구속되어 목적을 위한 것만 보았고 황량한 길만 보고 달린 것이다

산과 들이 정지되어 멈춘 듯 있다가 서서히 돌아가면 다시 냇물이 흐르고 멀리 모두의

추억이 담긴 초등학교도 산 아래 포플러 나무사이로 지붕과 창문과 철봉을 내보인다.

갑자기 어수선해지나 했더니 기차길옆 작은 나무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들이다.

그랬다

기적소리 없어도 예전의 증기 관현악이 없어도 다그닥 거리는 말굽소리와 풍경은 그대로다.

낙동강을 따라 달릴 때면 유람선이 된듯하고 간이역을 지나칠 땐 아쉬움과 서러움도 같았다

껍질을 벗겨 하얀 속살을 입으로 가져가는 삶은 계란의 자유로운 느낌도 예전과 같았으며

그렇게 부산에 도착하고 배낭을 어깨에 걸치고 느릿하게 아주 느긋하게 범어사로 향했다.

▲ 일주문과 사천왕문을지나 불이문을 넘어서니...

梵魚寺

화엄종(華嚴宗) 10대 사찰의 하나이며 일제 강점기에는 31교구 본산의 하나였다고 한다.

창건에 대하여는 두 가지가 있으나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문무왕 13년)

보물로는 대웅전(보물434호) 삼층석탑(보물250호)외 당간지주 일주문등이 지방문화재로

등재 되어 있고 석등과 당간지주도 그러하다.

신승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정산(金井山)으로 이름 짓고 그곳에 범어사를 건립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놈은 티 없이 맑은 하얀 두 눈을 가진 말이라는 게 더 마음에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