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71, 5일간의 밤샘근무

“남자는 목소리가 커야 돼.”

“둘째가 인물이구 셋째는 덩치 아이가”

주간근무보다 야근수당이 Pay가 많아 야근전담을 지원 한 젊은 직원들은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말한다. 고향이 안동이어 자주 선비운운 하지만 신언서판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리 쉽게 호감을 줄 듯싶지는 않다.

야참을 이미 10시에 한 개 먹어 치운 후 새벽 3시경 또 두 개 째 먹으며 말을 주고받는 다른 직원은 평소 일도 잘 하지만 말 많고 불온한 선동도 잘 하는 경계대상인데 둘이서 는 서로 상대방을 만만치 않게 여기는지 조금씩 고개를 숙이는 가 보다.

지난 일요일 밤부터 5일째의 나이트 근무이다.

앞으로는 2주 주간근무 후 1주 야간근무로 갑자기 바뀌었다.

N근무는 젊은 간호사들도 한 달에 4개 내지 6개가 Maximum이고 한 번에 두 개 연속 쌍 나이트가 한계로 관례로 알고 내 수하 직원들의 근무표를 짜 왔는데 병원생활에 경험이 없는 젊은 소장은 소꿉장난하듯 자신의 실험무대로 병원을 알고 있다.

어린아이가 재미로 연못에 돌을 던지면 죽어 올라오는 것은 금붕어인데 젊은 소장의 다양한 실험에 운 좋게 간신히 얻은 직장이지만 불안하고 고단하게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직원들이 태반이다.

“원칙과 순환을 지키며 작더라도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6개월간 수없이 반복하며 귀에 박히게 주장했더니 원칙은 자신도 알지만 병원운영에 대처하려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 되지 않느냐며 장황한 설명은 그만 하라기에 이제 더 이상의 잔소리는 포기했다.

병동 4명, 약제 3명, 임상병리 1명, 응급실 1명, 콜 센터 1명, 관리자 합쳐서 11명의 나이트 근무이다. 병동 4명은 구역과 담당업무를 자신들이 스스로 정해가며 어느 한 사람이 손해보지 않게 골고루 공평하게 바꿔가며 일을 한다. 내가 말하던 원칙과 순환이 저런 것인데 저들은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다만 저들만 야간을 고정근무 하는 것은 전체인원에게 순환의 물꼬를 터 주지 못하는 것이니 회사의 역량부족으로 전체 직원에겐 비치겠지.

법에 규정된 최저임금만 지급하며 싫으면 그만두라는 비정규 직 이지만 젊고 대졸자인 직원들이 수두룩 하니 작금의 불황과 노동현실이 안타깝다.

나야 이제 어디 다른 곳에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는 나이이니 그저 환갑 때까지 무사히 제대하기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면 되겠지. 다만 허용된 범위 안에서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순환근무 등을 지키며 작은 과실이나마 최대한 나누고 작은 희망이라도 열심히 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조차 쉽지가 않다.

10년 전 병원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잘 몰랐는데 세월이 갈수록 나이트 근무는 버거웠다.

젊은 시절 외국에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시차가 바뀌어 다시 적응하는데 며칠씩 걸렸던 기억인데 5일이나 7일에 한 번씩 밤근무를 하고 나면 그 후 몽롱한 것이 나이 들수록 심해지며 마지막엔 밤근무가 무섭기까지 했던 기억이다. 이제 다시 복직하여 찬밥 더운밥 가릴 입장은 아니지만 90명의 직원과 신축병동에서 낮에도 Set-up과 교육에 할 일이 태산인데 굳이 관리자가 필요 없는 밤근무에 그것도 5일 연속 근무하라는 지시에 반론도 못한다.

하긴 밤근무가 좋은 점도 있다.

육체적으로 편하고 아침퇴근 후 한잠 자고 나면 방앗간(기원)에 들려 구경도 하고 복잡다단한 낮 동안의 일에 해방되니 내 나이엔 체력의 안배도 되고 그저 월급날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주간근무에는 거의 12시간 이상 병원에 있게 되니 퇴근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이 떼기 어렵도록 발걸음이 무겁다.

장부는 진퇴가 분명해야 하고 어느 곳이든 처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몽상일까?

아침 7시 병원의 Day 번 검사실과 일반병동 근무자들이 올라온다. 인사도 않고 못 본척하며 복도에서 헬스클럽처럼 운동을 하고 있는 者, 화장실에 갔다며 안 오는 者, 슬쩍 들려 눈치만 보고 어느새 사라져 버린 이들 등 근무근기는 정말 엉망이다.

내 관할의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임상병리과 등의 근무자들의 태도와는 정말 천양지차이다. 이곳 관할인 박반장이 내년에 환갑으로 퇴직 예정 이어 인심을 잃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근속을 해볼까 하는 얄팍한 마음으로 자신의 보신만 도모하며 직원들을 다그치지 않아서이다.

처한 곳에 순응하여 욕이나 먹지 않는 것이 처세술일까?

처한 곳의 상황과 한계 속에서도 다같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 장부 아닐까?

모두 잊어버리고 이제 집으로 가는 즐거운 시간이다.

오늘 밤 내일 밤은 나의 겸둥과 같이 있는 즐거움 뿐 아닌가?

일분일초라도 빨리 그녀를 보고 싶지만 그녀도 일주일간의 과로에서 오후부터 해방되니 내게만 잘 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휴식을 취하게 해야겠지.

그녀를 과로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그녀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여 희망을 만드는 것 일 텐데 결국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