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81, 시상식

오후 두 시 반 경 본관2층 영상의학과 앞에서 병원장의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니 직원들에게 공지를 하란다. 시상식에 많이 참석해 축하를 하라는 것이 아니고 고위간부들이 대동하거나 할 테니 이리 저리 몰려다니거나 쓸데없이 배회하는 모습 등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겠지.

시상 대상자는 누구누구 세 명이라고 소장이 짧게 예기하는데 귀가 나빠 이름도 다 듣지 못했다.

손00, 박00, 김0수 라고 했는지 손00 박00 김인0 이라 했는지 모르겠다. 이따 알게 되겠지. 근데 그 중 상 받을 만한 일을 평소 바르게 하는 직원은 없는 것 같은데.

행정동 직원식당 앞에 누구나 볼 수 있게 커다랗게 사진까지 붙여놓는 CS팀의 수상자 사진은 선발기준은 확실히 모르지만 환자나 보호자 고객들의 칭찬 메모나 편지 등을 취합하나 보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명확해야 조직과 위계가 사는 것 일 텐데 상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이들이 상을 받는 것은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일일 것 같다.

시니어 직원들에게 인사도 안하고 무례한 채 병동의 환자들 앞과 간호사 에게만 알랑거리는 젊은이의 알량한 처세술에 농락은 물론 그것 봐라 나처럼만 하면 되지 하고 그의 인생 앞길에조차 사회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겠지.

면종복배(面從腹背)도 악행이지만 면전에서 조차 조직을 위계를 무시하는 수염도 안 깎고 다니는 젊은 무뢰한을 가르치거나 탓도 못한 채 상까지 주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 같다.

내 관할이 아니니 상관 할 수는 없지만 콜센터 직원들 조차 내 수하들은 해병대이고 박반장 수하들은 방위들 같다는 농담이 현실인가 보다.

침소봉대(針小棒大)라고 아무 일도 아닌 작은 일은 크게 확대하여 거짓을 보태 소문을 내고 뒤에서 쑤군대는 진원지의 역할은 선봉에 서는 모사군 들이 작은 지혜는 터득했는지 누가 볼 때는 열심히 친절한 척을 잘 한다. 진짜 성심껏 소명의식으로 봉사라 여기며 일하는 이들은 묵묵히 일할 뿐이다.

젊어서 마음을 바르게 쓰는 법을 배워야 세상살이에 굳건히 견딜 듯 한데

배움은 없이 잔머리로 세상을 속이려 들고

진실이 이긴다는 옛 말은 모른다손 쳐도 눈가림과 순간의 처세가 득 인줄 아는 짧은 세상물정으로 어른들과 회사를 능멸하는 파락호에게 상을 준다니 그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정도로 모른 채 해야 편한 것이겠지.

다른 수상자인 50넘은 직원은 응급실에서 내가 방출시킨 직원이다.

느릿느릿 뒷짐을 지고 다니는 태도와 환자들의 대기 석에 같이 앉아 일과 중에 티브이를 보는 모습은 나로서는 상상을 해 보지 못한 일이다. 지적을 해도 고치지 않더니 정작 전직을 희망한 사유는 열살 정도 밑의 직원에게 치여서 못 견디고 나간 것이다. 근무강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응급실 보다는 편한 일반 병동으로 가니 제일 잘 한다는 말을 콜센터에서 듣지만 내가 보기는 우습기만 하다. 그런 그가 상을 받는다니 참견하기 좋아하고 말이 많아 어느 환자나 보호자에게 일은 안하고 잡담만 많이 해 호감을 받아서일까?

신상필벌이 정확해야 하는 것일 텐데, 가볍게 CS운동 차원에서 누구에게나 많이 상을 주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최소한 해당부서장의 의견을 참조하여 거르는 것도 필요할 텐데. 우리직원 90명도 저런 사람도 상을 받는구나 하고 잘못된 선입견이나 회사에 대한 비웃음을 질 것 같다.

몽골의 군대가 강했던 이유는 돌격을 할 때 퇴각을 하거나 물러서면 같은 조 10명을 참수하였단다.

그저 가만히 있거나 덕담만 하면 제일 무난한 방법이지만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뀌기를 바라며 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의 학살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들 중 하나가 말없는 이웃들 아니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