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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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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공간이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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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지성이 어시스트를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골을 넣은 선수가 오른 쪽에서 달려오고 있는 지성을 의식하고 볼을 배급하자 그는 침착하게 리듬을 보아서 왼쪽에서 전진하고 있는 선수를 향해서 어시스트한다.. 원래 공을 제공한 선수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슛을 성공시킨다.. 모두가 어쩔 수 없는 리듬이다.. 나중에 시청소감을 보니 골을 넣은 선수보다 더 왼쪽에서 전진하고 있던 긱스에게 준 것인데 원래 지성에게 제공한 선수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골을 가로채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니까 긱스의 리듬이 적절해보이기도 하였다.. 어쨌든 더 빠른 리듬으로 달려든 선수는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한 것일테고 결과적으론 잘 된 것이다.. 오늘은 관련 소감이 있어서 읽어보니 축구선수들 중에도 공간이해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공간 창출,이라는 말도 쓰는데, 왜 창출이라고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간이해력이라는 말은 바둑에서 말하는 대세관과 흡사한 것 같다.. 판세에 대한 연관적 이해가 보다 깊고 섬세하다는 말이다. 이 경우 그러면 그들도 프로인데, 무엇으로 경기를 하는가 생각해보면 개인기라든가 슈팅능력, 혹은 강한 주파력 등으로 일을 만든다는 말이 된다.. 대세관보다는 수읽기라든가 혹은 개인적 장점에 입각해서 판을 짜는 경우가 되는 모양이다.. 대세관에 가장 충실한 바둑이라면 아마도 전성기의 이창호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대세관이란 당장의 판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종내에 누구 반집에 더 앞설 수 있는가에 대한 시간적 고려를 포함하여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판세를 운영해나가니 시간과 공간을 모두 보는 관점이다.. 안목이라는 면에선 흔히 오청원을 말하고, 그가 신포석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기를 열었으며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 것은 맞지만 그의 저서인 신포석법이 흑의 포석과 백의 포석으로 나뉜 것처럼, 당시에는 덤의 제도자체가 약할 정도로 제도가 부실한 시절이었으므로, 그가 보여준 숱한 천재성과 덕성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는 시절이 아니었는 여겨진다.. 공간의 대세관인 셈이다.. 자연류를 주창한 무궁정수는 공간적 대세관의 절대성을 추구한 셈이나,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청원 정도의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추구에 비해선 성과가 부족한 느낌이다.. 대세관의 뿌리가 끝내기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대체로 포석이 강한 사람이 대세관, 혹은 종합적 판단력이 뛰어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왜냐하면 포석을 잘 한다는 것은 이후의 모든 과정에 대한 뿌리깊은 이해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대략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과연 그래서인지 포석이 강하다고 알려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오청원 이후에는 포석에 일가를 이룬 것으로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대개 전투력이 강한 것에 의존할 경우는 당장에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 운에 의지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안되면 말고의 심리가 당장의 운세와 결합해서 현실적 성공을 이루고 있다고나 할까? 마치 루니의 저돌적 공격력을 연상하게 하는 식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뿌리에 대한 이해력이라는 것이 공간이해력 혹은 대세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그러나 현실적 성공과는 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요즘은 바둑이 속기의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실력이라는 것에 속기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빠른 판단력의 연습이 요긴할 것이다.. 긴 바둑에 이긴다는 것과 속기에서 이기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원론적 수준이 아니라, 매 게임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연습이 필요한 시절이 된 것이다.. 가령 지지옥션배에서 초읽기가 30초라면, 평소에 20초바둑을 많이 두어서 30초가 길게 느껴질 정도의 단련이 된 사람이 유리할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리고 무어니 해도 바둑의 뿌리는 끝내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이 든든한 사람은 무리한 수를 두지 않아도 되니 물론 속기화되는 풍토에서 전투력이 필요할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나 일정한 수준의 끝내기와, 그 이상이 확보된 사람은 눈에 잘 안띄는 장점을 갖출 것이 당연하다.. 지금 시대는 나름의 특기를 한 둘 갖추어야 되는 시기이니 다들 비슷한 것 같아도 분명한 수준의 깨우침이란 명백한 판가름을 하는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전투력이나 중반은 경험을 통해서 단련되는 측면이 많이 있긴 하지만 포석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 여유를 가지고, 나름의 틀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의 기억으로는 미학 대죽영웅,이라는 사람의 포석책이 기억나기도 하는데, 이처럼, 어느 정도 패턴화된 정비를 나중에 나이든 후에 비로소 정리해보는 것이 아니라 다들 다투기 좋아할 무렵에 이미, 혹은 조리있는 사유력이 있다면, 당장 입단하기 바쁜 소년시절에 자신의 포석책을 하나 저술하고나서 입단할 정도의 틀이 이미 형성되었다면 그래서 입단 후의 모든 실전경험들이 자연히 그 패러다임의 고찰과 동시진행될 정도의 구조적 사유력을 정비할 수 있다면, 거기에 다시 오랜 세월을 직업적으로 활동할 체력적 안배나 방편을 갖추게 된다면, 그것이 아마도 향후의 바둑판의 종합적 이해력에 근접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되기도 한다.. 즉, 체력의 문제를 안배하는 사람은 가장 오래 내다보는 것이고 끝내기는 다들 하는 것이나 보다 시대에 적절한 정비의 수준에 도달할 필요가 있고 전투력이 상대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단련될 수 있는 영역이지만, 그러나 그 이면에 끝내기 실력을 통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음을 미리 알 필요가 있어서 중반전과 끝내기의 접점이 될 수 있는 소위 큰 끝내기가 더욱 요긴할 수 있으며, 포석이야말로 허공에서 향후의 모든 사태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포석에 대한 이해력을 혹은 연구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많은 것을 상징한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제 4세대 바둑의 구조를 고찰해보면 전투력은 모든 프로들의 기본요소가 될 수 있는데, 끝내기와 형세판단이 강할수록 그 뿌리가 튼실할 수 있는 것 같고, 다시 체력적 관리방식을 갖춘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많으면, 그러한 모든 기량을 갖추고나서야 포석의 미묘한 점들을 분간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포석을 잘 한다는 것은 마치, 이미 부모의 경험을 해본 노년들이 흔히 비로소 인생의 판을 어떻게 짜야 할 지를 보다 깊이 알기 좋은 것처럼 노년의 안목과 현실적 젊음을 결합해야 하는 이중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게 판을 잘 짠다고해서 바둑이 안정되게 끝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현실은 현실이므로 중반에 혹은 끝내기에 삐끗하면 그 삐끗은 여전히 삐끗이므로 현실적 작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바로 체력과 집중력, 혹은 평소의 맞춤형 단련의 필요가 부각된다.. 이렇게 바둑의 네 영역, 즉 체력과 끝내기 전투력, 그리고 포석력 등을 놓고 개별적 연관적 특성을 고찰하면, 그 과정에 보다 일반론이 도출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상징화, 혹은 일반화의 과정이 된다. 즉 어느 시점에서 축구와 바둑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구조적 인식은 결국 시간의 문제와 공간의 문제, 그리고 행위자의 문제로 압축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 어느 덧 현실과 추상이 만나기도 하고 고전과 현실이 만나기도 해서, 이론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시절이 도래하기도 하는 것이겠다.. 모든 역대의 노인들은 유사한 말들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늙음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것이라, 그래서 위음왕불 이전의 소식은 바로 언제나 말없이 들려오기도 하는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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