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대개들 거기에 적응을 하고 산다..

처음에는 새로운 경향에 의혹을 보내고 애매한 얼굴을 하지만

너도 그녀도 따라하고나면 나라고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유행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불과 한 세기 전인데

지금은 단발령이 강제력이 없어도 다들 따르고, 심지어는 한여름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경우도 있었다..

로마제국의 영광도 끝이 있었고, 당나라의 기세는 이제 흔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역사라는 것은 유용하고도 존중할 만한 안목이고 성과였다..

매 순간이 역사라는 것을 알면 스스로 의미롭게 살아갈 수 있고, 그 역사의 안목에 비추어서 스스로의 행위를 가늠할 수 있다..

타인의 손에 기록이 되고 안되고는 두 번째의 문제인 것이다..

청문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대개 역사적 개인으로 사는 힘이 약해서일 것이다..

스스로 어느 정도 감지하고 인식하더라도 주변의 대세를 따르다가 긴 안목을 망칠 수 있는데

그 자신이 잘 모르면 다만 사는 것은 집단의식이고 스스로의 자각력은 드러나지 않았다..

역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유아론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의 바둑은 동네바둑이 된다..

역사가 개인과 의미있는 관련을 맺으면 그의 행위는 비교적 정제되고 고민의 주제가 되어간다..

하지만 역사의 범주에선 대개 삼국지영웅전의 안목이나 인간적 습관을 벗기 힘들다..

6.25가 의미로왔지만(historic한 것이었으나) 하나의 전쟁이고,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었는데도 잊혀져간다..

역사는 개인을 자신의 동굴에서 꺼내주지만 역사 또한 하나의 유행이고 트렌드이다.. 인간적 관점을 벗기 힘들다..

사이버공간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사소함에 심성을 길들이는 효능이 있듯이

역사는 나에게 의미를 주었지만 이제 한 세대가 지나서 보면 그것은 다시 휴머니즘의 굴레에 빠뜨렸다..

경세를 말하는 학문은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지만, 그러나 그 진취적 기상은 역사라는 이름의 놀이터에서 생겨난 다소간 부실한 열정이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에게 자연의 실존을 인식시키는데, 그래서 간혹 길동무들 중에도 자연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도 다소 인간적 습성이 가져오는, 불을 피하다가 물에 빠지기가 아닌가 염려스럽다..

사회도 맞추어서 살아야 할진대, 자연이야 내가 오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가고나서도 있을 것이며

인류가 주인공이 아닐 때에도 있었고 나중에도 있을 것이다..

나사의 은하사진 쯤이 되면 다만 하나의 문명의 성취처럼 보여서 역사에 참여한 개인만큼의 열정도 일으키기 힘들다.. 하지만 그 그윽한 우주의 율동에도 다소간의 유혹적 느낌이 있다..

그 우주적 매혹은 그녀의 리듬있는 걸음걸이와 다른 것인가?

연꽃같은 발굼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