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들어서 리더쉽에 관한 말들이 종종 오간다..

이번에 우승한 최덕주 감독에 관해서도 리더쉽에 관한 말들이 오가고

합창단 지휘하였던 박칼린이라는 감독에 대해서도 리더쉽이라는 말이 거론되고 있다..

그보다 앞서서 아마 현대한국사에서 가장 먼저 이런 논의를 일으켰던 사람은

히딩크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번에 16강에 든 허정무 감독에 대해선 그다지 강한 찬사가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예수의 실제 리더쉽은 어떠한 것이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영적인 카리스마가 있었던 듯하니

최덕주의 아빠 리더쉽과는 달랐을 것이다...

최 감독은 기본적으로 어린 사람들에게는 즐겁게 운동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이었던 모양인데

일단 방향성이 잘 잡힌 듯하다.. 어린 애들이 운동하면서 온갖 수모와 강압을 받는다는 말이 요즘도 들리는데,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심지어는 더 나쁜 일도 종종 있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수상한 사람들도 상당해뵌다..

최감독은 선수로 유명했던 사람은 아니니,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기본방향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기본적 성찰이 있어왔지 않은가 싶다..

대개 리더쉽을 말하면, 그 근저에 있는 관계가 잊혀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가 좀 그런 것이 아닐까?

선생과 학생,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일단 관계라는 것이 있고나서, 그 후에야, '어떤' 관계가 있다..

군대의 상관과 부하도 일단 관계가 있고나서 계급이 있는 것이다. 물론 특수성이야 있겠지만..

그런데도 아직 한국에선 사소한 서열을 따지고, 그걸로 모든 관계를 규정하는 얕은 안목들이 만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참 답답하기도 하다..

조선시대에 대해서 대개 나쁜 감정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또 막상 들어보면, 과연 실태가 어땠을 지 판단하긴 힘들다..

퇴계와 고봉의 서한을 보면, 한 세대의 차이가 나는 젊은 고봉에게 퇴계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아도 과도하게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게다가 요즘 이국에서 온 젊은 아내를 막대하여 사고내는 남편들의 정신머리없는 행태들이 보도되는 것과

조선시대 양반들의 부인대하는 기본태도를 대비해보면 소위 봉건적이라는 옛날이 훨씬 더 인간적인 듯도 하다..

불경을 보면서도 가끔 의문을 갖곤 하는데

거기에 묘사된 붓다를 보면 마치 전제군주와 같이 공경받고, 함께 등장하는 보살들이나 제자들은

연령과 실력을 막론하고 마치 할애비 앞의 꼬마들처럼 표현되고 있다.. 그게 과연 인간사회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이었을까? 참 의문이다.. 아무래도 봉건적 시대의 심리가 상당히 투영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히딩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축구판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아니까, 준비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지를 알게 아닌가?

그러니까 준비과정의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종내에는 일정한 결실을 맺기도 하고, 그 후에도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관계가 있고, 그 배경에는 안목과 실력도 있는, 현대적 리더쉽의 기본형이 아닌가 싶다..

이런 기본틀이 있으면 연령적으로 성인들이고 자신보다 연장자들이 많이 섞였을 때에도 공감을 을이킬 수 있을 것인데, 이번에 합창단을 운영한 박칼린이라는 감독에 대해서 평가가 오가는 것 같다..

솔로 파트의 담당자 선발을 위해서 두 사람을 연습시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배다해가 호흡이 짧아서 기본틀이 무너지자, 그의 목소리에 호감을 느끼면서도 지적할 것을 제대로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 실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많은 연장의 남성들이 섞였는데도, 모두가 성년들인 무리들을 잘 이끈 것을 보면, '어떤' 관계 이전에 관계라는 것 자체가 있는 것에 익숙한 서양식의 평등한 접근이 배인 듯하여

과연 혼혈의 장점을 느낄 수도 있는 장면이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혼혈교배가 우량을 낳는다는 말은 유명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느끼는 한국사회의 관계는, 기본이 좀 잘못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과도하게 유교의 탓으로 돌려지고 있다..

부부가 다르다고 했지 언제 남편 마음대로 하라고 했던가?

연령에 따라서 질서를 존중하라고 했지, 나이 몇 살 더 먹은 것을 가지고 깡패짓을 하라고 했나?

친구 간의 신의가 있으라고 했지 언제 더러운 짓을 함께 하라고 했나?

군신 간에 바른 도리를 따르라고 했지, 군주가 깡패두목이라고 했던가?

부모와 자식 간에 소원해지지 말라고 했지, 언제 부모가 자녀의 일에 막무가내로 개입하라고 했던가?

따지고 보면, 유교에서 말했던 5륜이라는 것도

바르고 적절한 관계를 모색하라는 말이었지, 상황을 빌미로 타인을 괴롭혀도 된다는 취지였을 리는 정말 만무한 것이다..

부상하는 리더쉽이나, 의심스런 관계들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사유의 뿌리가 든든할 것을 말하고 있고, 또

서둘러서 판단짓지 말고, 모르는 일은 그냥 모르는 줄을 우선 알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이좋게 관계가 유지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배경을 필요로 한다..

어리석은 관계를 일으키는 것도, 그런 관계에 연루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이 낫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

너무 외로운 것도 외롭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