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2

이른 아침 새로 뚫린 춘천 서울 간 고속도로는 한 시간 10분 만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다. 춘천에서 7시10분 출발이었다.

발인은 보통 이른 아침 장례식장을 출발하여 상주와 조객들이 버스로 장지로 출발하는데 매일같이 응급실 건너편 장례식장에 담배를 피우러 가면 보는 광경이었다.

요즘은 보통 리무진 차량으로 고인을 운구하고 그 뒤로 버스에 조객들이 한 두 대 따르기에 마침 곁에서 담배를 피우던 병원 내 통근차량을 운영하는 이에게 물으니 리무진은 40만원 정도라 들었다.

옜날에는 운구버스는 뒤쪽으로 관을 넣고 상주들은 버스 뒤켠에 둘러앉아 갔었는데 요즘은 버스 옆 아래쪽에 넣을 수 있게 준비되어 있지만 리무진을 많이 이용하는 가 보다.

춘천화장장이 바로 근처여서 인지 버스나 운구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화장장에 같이 갔다가 장지에도 가능하면 가 볼까 싶었는데 거리관계인지 고인의 유지였는지 화진포에 모레 유골함을 옮기신다기에 일찍 장례식장을 나섰다.

대구에서 오신 팔공선달님, 서울 일곱길거리 님과 인사를 나눈다. 간밤에는 황소걸음마 님, 태백에서 늦게 도착하신 빈삼각 님과 고인을 추모하며 술잔을 나눴다.

조문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 조용한 상가는 더욱 쓸쓸한 느낌이었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미어터져도 정승이 죽으면 발길이 없다더니, 언젠가 당시 대통령선거 직전 모 후보의 부친이 병원에서 별세하시자 순식간에 장례식장 인근은 물론 병원일대 모든 도로가 조문 온 차량으로 막히고 인산인해가 되는 것을 본 기억이 씁쓸하다.

동분서주 부지런히 발품을 파시며 인정과 호쾌한 웃음을 나눠주시던 분의 가시는 길도 쓸쓸할 수가 있구나 싶어 내심 놀랍다.

늦은 밤 빈소는 텅 비어 고인의 영정만 덩그러니 국화에 둘러싸여 있다.

상주들은 몇 안 되는 조문객들과 바깥에서 대화와 인사 중 이신가보다.

혼자 영정을 마주하여 빈소 한가운데에 앉아 눈을 감고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흐르는 눈물을 막으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술이 과했는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짜장면을 배달을 시키던 기억, 고성 횟집에서 푸짐한 상과 경향각지에서 모인 수많았던 바둑벗들, 대구 공주 원주 수원 북한산 등 참 많은 곳들을 다녔다.

팔공선달 한 사람이 처음 고성으로 길을 나선 것이 많은 이들의 많은 인연을 만들게 됐지만 이제 선비만석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팔공선달님이 지키고 계시니 바둑 인연에 족하셨을까, 빈소 앞 대형조화에 오로 대표께서 보낸 Name 이 붙어 있으니 바둑인 으로서의 공적을 기리는 무공훈장을 받은 양 족하실까?

일찍 퇴근을 하겠노라 청하여 회사를 나선 것이 세시반경, 네 시에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5시20분 춘천행 표를 사곤 신문을 보며 기다린다. 6시 50분경 춘천에 도착하여 화장장 입구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이 7시 반 이다. 네 시간이 걸렸으나 선비만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기위해 온 길이니 짧은 것이지.

이제사 깨닫는다. 업은애기 찾는다더니 호형호제가 무상한 줄 알았더니 내게는 형도 있었고 동생도 있다는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