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같이 말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누누이 밝혀왔지만

모르는 것은 모른대로 알면서도 그것에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갔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평소에 화를 참으려 하지만 늘 경우에서 발목이 잡히고 그 시시비비를 가리려다 보니

확인되지 않는 나의 논리 속에서 지레 흥분하기 십상이다.

행여 상대의 입장이 되기도 쉽지 않지만 나를 평가하는 잣대마저 기준이 애매하고

상대에겐 경우를 따져 안타까워하면서 나에겐 환경을 변명하며 합리화시키기 일쑤니

왜 남의 허물을 거울 보듯이 하기가 이리도 힘들까.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했건만 그 듣기 싫었던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경험으로 세상사 결을 조금 알았다고 하나 그것으로 모두 이루어지지 않음인 것을

무슨 장인이라도 된 것처럼 동기와 과정과 결과에 사사건건 못마땅한지.

내가 남에게 하거나 듣는 욕은 모욕이라면 스스로는 목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 마음을 비우고 살아 있는 동안에 신세나 갚으려 노력하고 살지만

삶을 돌아보니 목욕은 하지 않고 화장만 갈수록 짙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게

내가 일조한 세상을 원망하는 시간이 생각처럼 줄지 않는 이유다.

천적이 없는 인간들이 갈수록 적자생존의 법칙을 따르며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에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닌 생존을 위해 쓰러뜨리기가 작금의 대세론이 됐다

당했다하니 뼈에 사무치고 베푼 것은 평생을 우려먹고도 또 물을 붓는다.

당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베푼 것이 없었는지도 구분하기 힘든 마음 가난한 상태에서

나는 목욕을 시킨다고 사명감에 사로잡히고 상대에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게 되니

설사 옳고 그름이 뜻대로 가려진다해도 과정이 다시 시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공생하면서도 목적 앞에선 공적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보다

취할 수없는 실리를 애써 외면하지만 아쉬움은 도리를 무능의 방패로 위안 삼게 되고

세상은 그렇게 개의치 않고 나아가고 나는 세상에 응석 부리는 꼴이 안타까운 것이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 한다.

그것은 노력으로 필요 한 만큼을 유지하려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처음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필요한 만큼에서 다시 여분을 생각하다보면

한계를 잊게 되는데 이때부터 신세를 외면하고 순리마저 다루려하게 된다.

인간의 오만은 순리를 다스리려는 순간이 아닐까.

베푸는 사람은 항상 모자라나 나에게 없어도 될 것은 넘치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을 찾게 되니 있어 하고 없어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인데

모두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을 그 마음 다스리기가 어렵다 한다.

삶이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는 것이라 한다면 끝없는 갈증과 허기를 느껴야 하고

불편을 해소하며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여백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나

여기서 욕구와 불편에 대한 오해는 각자의 몫이라 본다.

봄날은 흐렸어도 꽃은 피어있고 사방은 푸르다

해와 달이 모두를 챙기지는 않아도 모든 것이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늘 있다

흐린 하늘을 원망해도 내 곁의 꽃과 푸르름을 잊지 않아야 지금의 나들이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며 정작은 그것이 사는 것인지 모른다.

맑거나 흐리거나 하늘엔 그저 그리움만 매달아 놓고 때론 감사하고 때론 위로 받자.

마음은 다스리기가 어려우니 좋은 곳으로 몰아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