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의 일이다..
녹음기에 테잎을 집어넣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손으로 당겨도 앞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사태의 전조는 이미 있었다..
하루 전 쯤에는 스탑은 말을 듣는데, eject는 작동을 하지 않아서
손으로 당겨주어야 하는 상황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다도 요즘과 같은 문명시대에 하필 그런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이전에 다시 말썽이 있긴 했었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되감기 버튼을 쓰고 스탑을 시키는데, 단추가 위로 불쑥 치솟는 것이라, 어..
이런 일이 있나? 하고 의아해졌는데
다시 rewind를 하고나서 stip을 하는데, 이번엔 치솟는 정도가 아니라
버튼 자체가 공중으로 불쑥 발사까지 되어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생전에 처음 겪는 일이라서, 참... 살다가 별 일이 다 있구나.. 라고 생각되었지만
그냥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단추를 제 자리에 꽂아 주었는데, 이건 또 무신 일이람...

단추가 그 자리에 꽂히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허공 속으로 쑥 내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단추가 자리에서 빠지는 일도 처음 보았는데
꽂아넣은 단추가 그 아래에 허공으로 빠져들다니.. 지가 무슨 블랙홀이라도 되나?
나는 비로소 제대로 당황하여 녹음기를 뒤집고 흔들어보았는데
다시 더욱 이상한 일이 생겨났다..
방금 단추가 빠져서 속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흔들어주어도
아무런 소리가 안들리는 것이었다..
쇠와 쇠비슷한 것이 만나면
쇠소리나 쇠소리 비슷한 소리가 들려야 정상 아닌가?

뻥하니 뚫린 구멍이 보기 안되었지만, 갈 길이 있는지라 사태를 번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rewind는 안쓰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게 며칠 전의 일이었지만, 그 일 하고, 테잎투입구의 문간이 안 열리는 일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건 무슨 전자적 작동이 상관될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제 문이 안 열리니, 녹음기를 쓰느냐 마느냐, 아니면 수리를 하러 들고 가야 하느냐,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어떤 결심을 해야 하였다..
그냥 녹음기는 안쓰고 말고, 시디만 쓰든가, 아니면, 수리를 하러 가든가...

문의 작동이 부실한 것도 양해하고, 단추가 사라져 버려서 되감기를 못쓰는 것도 양해했는데
아예 녹음기를 못쓸 만한 상황이 되자 조금 화가 나려고 하였다..
사람이 두 번까지는 양보를 하지만, 아예 쓰지 말라니.. ^^

가만 생각해보니 귀찮아서 시도하지 않았었지만
이제 아예 못쓸 상황까지 오고보니, 속을 열어볼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못쓴다면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 아닌가?

입주 시에 선물받은 연장bag을 갖다가 놓고 적당해뵈는 도라이바, 혹은 driver를 골라서 나사못 자리들을 수소문해보았더니

평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자리가 많았다.. 디자인을 위해서 속으로 숨겨놓아서 자리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인데, 보니 여섯 군데나 되었다..
전기 쇼크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에 왠지 움찔 하면서도 전선을 분리했는데
안에서 무슨 전기냐,라는 생각에 모른 체 하면서 열어보았는데
참 이상한 것은
이제 속을 열었으니, 며칠 전에 들어갔던 리와인드 단추가 소리가 나야 할텐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양쪽으로 분리된 녹음기를 아무리 흔들어도 아무런 소리가 없으니
도대체 이 좁은 공간의 어디로 그 물건이 사라질 수 있느뇨? 귀신이 아니라 신선도 곡을 할 지경이구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한 가지 의문은 풀린 것이
단추를 누르면 속에서 어떻게 작동을 하는 지는 알 수가 있었는데
되감기 button이 유독 꽂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빠져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투입구 문이 안 열리는 이유도 알 길이 없고, 또
사라진 단추는 아무리 흔들어도 소식도 모습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기 머 이런 기 다 있노? 라는 생각에 분리된 몸체를 더욱 안전하게 구분해놓고
강력하게 뒤흔들어 주었다.. 얌마 니 어딨노? ^^

그런데, 궁금증에 강력해진 안광에 한 가지 물체가 포착되었으니
여러 개의 단추가 즐비하게 늘어선 속에 무언가 이물질 같아보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기 메이야.. 하면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것은 바로
사라진 단추와 닮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하면서 보니까 비로소 짐작가는 상황의 그림이 그려졌다..
속으로 사라진 단추가 upside down되어서 eject 버튼 뒤에 숨은 것이었다..
가만히 사태를 짐작해보니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라진 단추는 더 넓은 공간으로 낙하하지 않고
단추들이 늘어선 좁은 공간 속으로 떨어졌는데
처음에는 eject를 조금 방해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아래로 내려가면서 eject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그래서 테잎의 문간이 완전히 잠겨버린 것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