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사는 금정산의 일맥이 서쪽으로 내뻗쳐서 큰 봉우리를 만들어 산세 수려한 영험하고 신령한 길지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가야국 때 창건하였다고는 하나 이를 뒷받침 해줄 만한 사료나 유적이 남아있지 않고 몇몇 지도서 등에 나오는 정황으로 미루어 범어사, 선암사 등과 동시대에 창건되었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범어사가 문무왕 18년(678년) 의상조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니 운수사 역시 천삼백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고찰이라 할 수 있겠다. (자료참고)

운수사는 풍광이 수려하고 공기 맑은 백양산 자락에 위치해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활력을 심어주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고 등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대웅보전에서 내려다보면 낙동강 물줄기와 탁 터인 벌판에 김해 공항에서 간간히 떠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묘한 앙상블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가마솥 밥 먹기가 힘든데...

대웅전 해체복원불사중.

가까이 가보니 원둥치는 고사했는데 어떻게 가지가 났을까.....

세상사를 돌아볼 때 남의 도움으로 무지에서 깨어 날수도 있지만

나아가매 상대의 독단을 맹종하거나 섭렵할 우려가 있고

스스로 깨달음이 독단과 자아발견의 경계라면 중생의 인연이 복잡하여

그 흑백의 명암을 구별하고 진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이미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오히려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그 편암함의 가치를 오해하거나 애써 찾으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편안함이니 고통을 넘어 편안함을 찾는 것이

어리석은 이가 바라보는 어리석은 짓이니

결국은 어리석음이 편안함의 경계가 되고 나는 그 언저리를 넘나든다.

세상은 고통과 편안함을 동시에 안겨주면서

언제나 구별하라고만 하고 나에게 선택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긴가민가 망설이면 초읽기로 몰아가고 요행보다는 악수가 다반사요

확신을 가졌건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노력의 대가는 늘 평가절하 된다

세상사와 타협하지 않은 대가지만 그 어리석음이 평온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고통과 하지 않아 받는 고통의 선택이라 보는 것이다

소통을 떠나 편리가 목적이 되면 정신적 육체적 안락을 주지는 않을 것이나

고통이 나에게서 끝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세상에 배려 받는 것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해 받기 또한 묘연하다

모두 나의 어리석음이지만 선택의 기로에선 정도를 찾는 심신이 늘 산만하다

산길 거슬러 오르다 물길 바라보고 바람이 가는 길 짐작하다가

개미 같은 일에 개미같이 살았더라고 후회하고 위로하는 공간에서서

수많은 상념 속에서도 나는 비로소 진정한 평온 속으로 빠져 들고

누가 뭐 때문에 왔는지 궁금해 하지 않지만 뭘 하든 관계치 않지만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은 상념일랑 내려놓고 빈 걸망이나 챙겨가라 한다.

아래서 아무리 처연 하려해도 세속의 인연들은 거미줄 같이 휘감고 있으니

중생의 기억에서 벌써 아득해지는 가야산 호랑이가 문득 그리워진다.

그 억센 힘과 이빨과 민첩함에 지혜까지 겸비하고도 자신이 있을 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래서 살아야 한다.

구분도 어리석은 중생은 비워 가벼운 걸망에다 좋은 것이라 다듬고 닦아

뭔가 이리저리 쑤셔 넣었지만 구멍 난 내 걸망은 돌아가면 다시 홀쭉하리라.

그리고........

조금은 미안해하며 생선가게를 기웃거리는 고양이 한마리가 되어 있겠지.

2013.9.1 운수사에서 法印.

돌아오는 길 바쁠 것 없어 국도로 느긋하게 오다가 만불사 인근의 한 정자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 했는데 요즘 군데군데 정자가 많이 생겼지만 늘 지저분했다

하지만 이 등나무 정자는 의외로 깨끗한 편이라 잠시 쉬어가게 되었는데

정작 둘러보니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제법 늘려 있었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없어

그런대로 깨끗해 보였나 보다

그래. 누구는 촛불 들고 정의를 구현하려하지만 나는 긴가민가하고

그래서 산사 다녀오는 길이니 확실하게 나라를 구하는 일 하나쯤 해두기로 했다

주변의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으니 앞으론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정자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깨끗한 곳은 조금. 더러운 곳은 더 더럽게(?)하는 묘한 심리가 있으니까.

혹 만불사 가는 국도에 등나무 정자를 지나치거든 잠시 둘러보시고 가시라.